[강대식의 여행스케치] "자연이 빚은 예술"...日 돗토리 사구와 모래미술관
[강대식의 여행스케치] "자연이 빚은 예술"...日 돗토리 사구와 모래미술관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6.06.27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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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강대식] 모래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실생활에서 모래는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생각해 보면 건축을 하는 자재, 해수욕장의 백사장, 사막, 모래시계 외에는 효용이나 쓰임이 그다지 많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모래는 원래 돌들이 잘게 부스러져 생긴 것으로 지름이 0.02~2mm 정도의 암석이나 광물 조각을 말한다. 모래는 산이나 강, 바다를 막론하고 우리가 흔히 볼 수 있어 그다지 귀한 것으로 대접받지 못했다.

그러나 사실 모래는 우리 실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원이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건축 건축자재로서 모르타르·시멘트·콘크리트 작업에 있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자재이다. 순수한 석영질 모래는 도자기나 유리를 만드는 실리카의 원료로도 사용된다. 또한 모래 속에는 석류석·전기석·지르콘·금홍석·황옥·휘석·각섬석과 같은 중광물(重鑛物)이 소량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바다를 따라 길게 펼쳐진 돗토리 사구

돗토리현 동부 끝부분 코난 공항 인근에 가면 톳토리 사구(砂丘)가 바다를 따라 길게 해안선과 맞닿아 있다. 주차장에서 사구 끝 언덕까지 거리가 왕복 약 2km라고 하는데 걸어가다 보면 금방 도달할 수 있어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사구를 올라 갈 때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어야 모래의 부드러운 감촉을 느낄 수 있다.

바다와 바람이 해류에 섞여 떠내려 온 모래를 바닷가에 쌓으면서 형성된 사구는 작은 동산만하다. 올라갈 때는 조금 숨이 차지만 정상에 서서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해풍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자신이 제대로 여행을 와 있구나 하는 감동을 선물 받을 수 있다.

드넓은 돗토리 사구에 한 켠에 자라고 있는 나무

사구에는 입구에 작은 나무 한그루가 서 있을 뿐 잡목은 보이지 않고 구릉지에 약간의 풀들이 자랄 뿐 텅 빈 황무지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사구를 찾아 삼삼오오 짝을 지어 찾아오는 것을 보면 매력적인 풍광이 있어서 일 것이다. 느릿느릿 해풍을 타고 달려오는 비릿한 바다 내음을 마시며 모래를 걷다보면 도심의 바쁜 일상에 쫓겨 허둥대던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보고 지친 육신의 피로를 씻을 수 있다.

세계 유일의 돗토리 모래 미술관

사구 옆에는 세계 유일의 모래미술관이 있다. 일반 미술관과 달리 미술품이나 회화 등 소장품에 대한 전시가 없고 오로지 모래로 만든 조각 작품을 가지고 전시를 한다. 모래미술관은 2006년 처음 문을 열었다. 제1회에서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중심으로 하여 '이탈리아·르네상스 편'을 주제로 모래 조각 전시를 시작했다. 2008년 제2회 전시는 베이징 올림픽을 기념해 '세계유산·아시아 편'을, 그 이후부터 매년 새로운 테마를 정하여 개장하고 있다.

제3회부터 9회까지는 '모래로 세계여행'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전시를 해 왔다. 2009년 제3회에는 ‘오스트리아 편’, 제4회에서는 ‘아프리카 편’, 제5회에서는 ‘영국 편’으로 영국올림픽과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60년을 기념하여 영국을 테마로 열었다. 제6회에서는 ‘동남아시아 편’, 제7회에는 ‘러시아 편’, 제8회에는 ‘독일 편’, 금년 제9회 전시에서는 ‘남아메리카 편’으로 번영의 기억이 서려있는 기적의 신대륙을 찾아서라는 테마로 전시중이다. 전시기간은 2016. 4. 16.부터 2017. 1. 3.까지이다. 전시기간이 끝나면 휴장한 후 전시된 작품을 모두 철거하고 새로운 주제로 3개월간 작업을 하여 다시 개장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남미 전통 문화를 모래 예술로 표현했다.
잉카제국 시대의 왕의 행렬을 묘사한 모래예술 작품

금년에 전시되는 작품은 이과수 폭포와 인디오, 아마존의 동물들, 이파네마 해안, 엔젤폭포와 커피농원, 브라질의 현대건축, 리우 카니발, 엘도라도, 기독교 포교, 코르코바도 예수상, 공중도시 마추픽추, 모놀리또 유적에 우두커니 서있는 석조 신상, 갈라파고스 동물들, 잉카제국, 신대륙 발견, 산티아고 대성당, 티티카카 호와 민족, 잉카도로와 안데스의 자연, 쿠스코 거리풍경 등 18개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 작품들은 각국을 대표하는 모래 조각 작가 18명이 각자 개별적인 작품을 만든 것이다. 모래로 조각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섬세한 묘사와 크기는 관람객들을 압도한다. 어떻게 금방 쌓으면 부서지는 모래로 세밀하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묘사해 가며 작품을 만들 수 있었는지 신기했다.

 

 

생각을 바꾸면 미래가 보인다. 바로 이러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해풍에 실려와 쌓이는 사구만 보러 다른 먼 곳에서 돗토리시까지 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천으로 쌓여있는 모래로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미술작품을 만들어 낸다면, 그리고 매년 새로운 작품들이 재구성된다면 이를 보려고 하는 많은 관람객들이 사구와 미술관을 동시에 관람하기 위하여 기꺼이 이곳으로 달려올 것이다.

작지만 창의성과 예술성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시도가 돗토리시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돗토리리시의 이러한 사고의 발상과 독특한 아이디어로 관광자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보면서 부러움도 생겼다. 이제 우리도 남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에 관심을 갖자.

새로운 창의적인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적극 홍보하여 외국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힘써야 겠다.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을 가지고 창의적인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면 돈이 될 수 있다는 진리는 톳토리 사구에서 배운 교훈이다.

 

강 대 식 사진작가 · 수필가

 ▶충북사진대전 초대작가

 ▶충북 정론회 회장 

 ▶푸른솔문학 작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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