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전통미, 일상복에 담았다
한복 전통미, 일상복에 담았다
  • 이규영
  • 승인 2022.05.09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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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형 로컬크리에이터를 찾아서 ⑧ 서리나래
도내 유일 생활한복 브랜드… 시장 확장 대중화 목표

작곡가 차이콥스키가 남긴 가장 밝고 쾌활한 곡 ‘현을 위한 세레나데’. 그는 후원자인 폰 메크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세레나데는 내면적 충동에 따라 작곡했고, 자유로운 사고에서 비롯됐으며, 진정한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이라고 묘사했다.
내면의 열정, 틀에 박힌 사회생활에서 벗어나 자유에서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찾는 사람들은 이곳에도 있다. 충북형 로컬크리에이터는 그들의 진짜 가치를 찾아 도심을 벗어난 낙후상권에 발을 내딛고 미래를 설계한다. 세종경제뉴스는 연재물을 통해 이들이 개척한 삶의 발자국을 따라간다.

서리나래 박설희 대표.
서리나래 박설희 대표.

 

 

현존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이 한복에 새겨졌다.

직지를 편찬한 백운화상의 이름을 따 ‘백운라인’으로 만들어진 이 한복은 청주 고유의 문화유산을 담아냈다는 점에 큰 인기를 얻었다.

더군다나 전통한복이 아닌 일상생활 속에서도 입을 수 있는 ‘생활한복’이었기에 눈길을 끌었다. 제작자는 충북 유일의 생활한복 브랜드 서리나래 박설희 대표였다.

 

“서울 인사동에는 한복거리가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생활한복 입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아요. 일상복처럼 편하고, 가볍게 입고 다니죠. 하나의 패션이 된 겁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방에서는 이러한 문화가 잡히지 않았어요. 생활한복의 대중화와 일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리나래는 충북 내 유일한 생활한복 전문 브랜드다. 전통 한복과는 다르게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도록 단색 위주의 기본 핏을 살렸다. 옷의 소재 또한 일반 양장과 함께 사용하면서 활용도를 높였다. 그러면서 한복의 전통미를 살려 단아함까지 녹여냈다.

특히 남성을 위한 생활한복이 이들의 강점이다. 생활한복 브랜드가 10개가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창업을 한 박 대표는 여성한복이 비중이 90%에 가까웠던 2017년 남성 생활한복을 출시했다.

초기에 시장에 빨리 진입했기에 인지도도 빠르게 늘었다. 실제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서리나래의 제품을 착용하고 화보나 인증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업력 7년차인 만큼 박 대표가 만들어낸 디자인만 수백 가지가 넘는다. 또 그 제품을 수만 장을 팔았다. 이러한 시장 확장에 크고 작은 신생 브랜드도 적지 않게 생겨났다. 

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신생 브랜드의 탄생을 환영한다고 설명한다. 의류 시장에서 아주 낮은 비율을 차지하는 한복 아이템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펀딩’만을 위한 브랜드 생성이 걱정이 되기도 한다.

박 대표는 “한복의 대중화를 위해선 많은 신생 브랜드가 생겨나 시장이 확장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면 시장을 해치는 것이 아닐까 두렵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서리나래 박설희 대표.
서리나래 박설희 대표.

 

취업준비생에서 창업까지

수백 개의 디자인, 독보적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진 박설희 대표의 주 전공은 경영학이다.

대학에 진학해 다닐 때만 해도 박 대표는 흔히 말하는 ‘취준생’이었다. 취업만이 목표였고 안정적 생활을 꿈꿨다.

그러던 그가 창업의 꿈을 갖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2014년 모 브랜드에서 출시한 생활한복을 구매하고 싶었지만 한 벌에 백만 원 가까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문제였다.

‘평상시 입고 다닐 수 있는 합리적 가격의 생활한복이 필요하다’ 생각한 박 대표. 자신과 비슷하게 생각하는 주변인의 의견을 모아 소비자 니즈를 맞출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디자인 전공자도 아닌데다 창업을 시작하기에도 아는 것이 너무 없었다. 마침 창업을 준비한다던 친한 선배가 학교에서 운영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해줬다. 관련 자료를 검색하면서 박 대표는 ‘취업이 목표’였던 인생에 ‘창업’이라는 또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게 도전하게 된 창업 단계에서 다양한 강좌를 듣고 피드백도 받았다. 해외 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에서 참여한 창업경진대회에서는 무려 3등이라는 우수한 실적도 냈다. 

첫 사무실은 용암동의 작은 공유오피스였다. 재봉틀과 원단 조금, 노트북과 전화기만 있던 그 자리에서 박 대표는 꿈을 키워나갔다.

의류 디자인과 관련한 경험이 없던 그가 전공지식을 배우기 위해서 선택한 방법은 ‘독서’였다. 두 달 내내 도서관으로 출근한 그는 4년 치의 전공서적을 모두 읽었다. 한복과 양장의 차이, 의류 생산과정, 원단 종류부터 브랜드 창립까지.

노력이 무색하지 않게 서리나래는 충북의 자랑이 됐다. 최근 충북형 로컬크리에이터로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리얼 월드 러너’ 프로그램에 참여, 괴산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강의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설명하며 또 다른 창업자들에게 용기를 줬다.

“과거의 저의 세상은 좁았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취업만이 정답은 아니에요. 창업 또한 다른 길이 있기에 다양한 선택지로 인생을 그려나가세요.”

 

Commentary

유명 연예인들이 사적으로 찾는 ‘힙한 생활한복’, 국내 뿐 아니라 해외주문도 수익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K로컬 콘텐츠, 한복’.

이 화려한 성공은 로컬 트렌트를 찾는 시선, 지역가치의 아이템화, 또 이를 문화로 바꾸는 일에 앞장서는 박설희 대표의 진정성과 열정의 결과다. 또 대학생 창업의 교과서적인 수순을 밟아 안정적 정착에 성공한 모범적 청년 스타트업 창업자로 예비창업자들에게는 큰 인사이트가 된다. 

박 대표의 사업 철학을 이어받은 중‧고등학생들이 자라면 우리 지역의 어떤 훌륭한 로컬크리에이터가 되어 줄까? 로컬의 미래 인재가 만드는 우리 충북은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By 심병철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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