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까지 올라온 도로, 폭력 행정 누가 책임지나
담장까지 올라온 도로, 폭력 행정 누가 책임지나
  • 오옥균 기자
  • 승인 2022.05.21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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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교량공사로 전원주택, 반지하로 몰락...장마철 침수 불 보듯
권익위 청주시에 시정조치 명령에도 당시 해당과장 본부장으로 영전
​​​​​​​산단 개발 예정지에 13억원 쏟아 부어..개발 후 도로망 다시 손봐야
청주시 사천동 발산천에 새로 건설한 발산교. 침수 우려때문에 기존 교량보다 1미터 50센터 높게 건설했다. 사진=오옥균.
청주시 사천동 발산천에 새로 건설한 발산교. 침수 우려때문에 기존 교량보다 1미터 50센터 높게 건설했다. 사진=오옥균.

 

청주시가 침수위험이 있다며 13억원을 들여 새로 놓은 다리가 주민 생활과 재산에 심각한 피해를 입혀 논란이 되고 있다.

청주시 청원구 사천동 발산교와 연접한 단독주택에 20년째 거주하고 있는 박 모씨는 2년째 행정기관과 힘겨운 싸움을 진행하고 있다. 박 씨의 주장에 따르면 청주시가 해당 공사로 직접적 영향을 받는 박 씨 등 주민들과 원만한 조율없이 교량공사를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개인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침수지역 기준도 불분명
해당 공사는 발산천 침수위험지구 교량 재가설공사다. 행안부가 청주시의 요청으로 2019년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10억원을 지원했고, 13억원의 사업비를 세워 시작했다.

1년여 공사 기간 동안 주민들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고, 특히 박 씨는 작업차량과 중장비로 인해 집에 들어가는 것조차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참기 힘든 고통은 교량의 윤곽이 드러난 후에 더 심각해졌다. 박 씨는 시작부터 절차에 맞지 않았지만, 협의 과정에서 청주시가 내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원만하게 해결되는 줄 알았다. 결과적으로 그때 청주시의 말을 믿지 않고, 계속 반대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 청주시는 침수 방지의 목적에 맞게 신설 교량의 높이를 기존 교량보다 1m 50높게 설계했다. 이어지는 도로(박 씨 집앞 도로)는 차량이 교량에 진입할 수 있도록 경사도를 완만하게 만들기 위해 박 씨의 마당 앞 일부 부지를 매입하려 했다.

하지만 박 씨의 입장에서는 마당과 정원 일부가 편입될 경우 대문도 엉뚱한 위치로 옮겨야 하고, 집 모양도 망가지지 때문에 다른 해법을 요구했다. 이해당사자의 이의제기는 행정절차 상으로도 적법한 행위다.

박 씨는 어떤 근거로 상습침수지역으로 판단했는지 모르지만 20년간 살면서 침수된 적은 두 번뿐이다. 그리고 그 수위도 그리 높지 않아 굳이 1m 50나 다리를 높여야 할 이유가 없다. 다리 높이를 50cm만 낮춰도 토지 수용이나, 별도의 도로가 필요치 않다. 협의과정에서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줄 알고 기다리고 있다가 봉변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한창 공사중인 발산교. 중장비 뒤에 보이는 집이 박 씨의 집이다. 사진=다음 로드뷰 캡쳐(2021년 9월 촬영).
한창 공사중인 발산교. 중장비 뒤에 보이는 집이 박 씨의 집이다. 사진=다음 로드뷰 캡쳐(2021년 9월 촬영).

 

일방적 진행으로 혈세 1억원 날려

청주시는 박 씨가 토지 수용을 거절하자, 박 씨의 땅을 수용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했다. 그 결과 발산교와 이어지는 도로는 박 씨 집 담장보다도 위로 지나가고, 박 씨 집 쪽에서 진입하던 도로는 폐쇄됐다.

청주시는 박 씨 탓을 했다. 하천방재과 관계자는 수용만 해줬으면 진입도로가 폐쇄될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청주시가 토지 수용 등 일부 계획이 수정됐는데도 나머지 계획을 그대로 진행함으로써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입도로 경사도는 설계보다도 6%나 가파르게 완성됐다. 그 결과 어쩔 수 없이 도로는 폐쇄됐다. 모든 공문서에서 청주시는 13%로 경사도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실제 경사도는 19%에 달했다. 관련법에 따르면 직각 진입로는 최대 6%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청주시는 이를 대체할 길을 만들기 위해 1억원을 들여 10여 미터 아래 가교(철교)를 설치했다. 주목할 점은 가교의 높이다. 청주시의 주장대로 침수방지를 위해서 발산교 높이를 1m 50에서 조금도 양보할 수 없었다면 가교의 높이도 그 기준에 맞춰야 옳다. 하지만 가교의 높이는 기존 교량 높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청주시의 주장과 배치된다.

지금 상태로 청주시가 우려한 일이 벌어진다면 가교때문에 천이 범람하고, 높은 발천교에서 경사면을 따라 흘러내리는 빗물까지 더해져 박 씨의 집은 침수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13억원을 들여 발산교를 설치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특히 이 지역은 충북개발공사가 넥스트폴리스 산단 개발을 위해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묶은 곳이다. 수년 뒤 어떻게 변경될지도 모를 곳에 13억원을 투자한 것이다.
 

진입도로 폐쇄로 인해 1억원을 들여 만든 가교. 이 가교의 높이는 기존 발산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진=오옥균.
진입도로 폐쇄로 인해 1억원을 들여 만든 가교. 이 가교의 높이는 기존 발산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진=오옥균.

 

박 씨는 다리를 덜 높이거나 진입도로 폭만 넓혀도 기존 진입도로를 사용할 수 있었다협의과정에서 청주시 담당자들이 계획고보다 다리 높이를 낮추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믿은 게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당시 하천방재과 관계자들은 부인했다. 당시 하천방재과장은 약속한 적 없다. 협의해보겠다고 했고, 노력했다. 협의 결과 낮출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답변했다.

억울한 박 씨는 여기저기 하소연을 했고, 국민권익위로부터 청주시의 시정권고를 받아냈다. 또한 권익위 조치에 따라 청주시가 자체 감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하천방재과가 이해관계자와 합동조사를 통해 실시설계에 반영해야 하나, 합동조사를 실시하지 않았고, 사전 의견수럼없이 실시설계 용역을 추진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한 건설공사 추진 과정에서 대안을 마련할 수 있었음에도 하천방재과가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권익위는 조사내용을 바탕으로 청주시가 민원사항에 대한 해결안을 모색하지 않고 일방적 진행했고, 청주시가 박 씨를 속여 민원 공사를 부적절하게 추진했다는 박씨의 주장에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결론냈다.

하지만 박 씨의 외로운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청주시가 어떠한 조처도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박 씨에게 변경을 약속했다는 하천방재과장은 본부장으로 영전했고, 박 씨는 여전히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발산교 공사로 도로가 박 씨의 집 담장보다도 위로 올라왔다. 장마시 좌측경사로로 빗물이 흘러 침수가 우려된다. 사진=오옥균.
발산교 공사로 도로가 박 씨의 집 담장보다도 위로 올라왔다. 장마시 좌측경사로로 빗물이 흘러 침수가 우려된다. 사진=오옥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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