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재단-터미널 회사, 내부거래·세금포탈 '의혹'
A재단-터미널 회사, 내부거래·세금포탈 '의혹'
  • 뉴시스
  • 승인 2022.06.2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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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세 면제 후 특수관계인 내부거래 정황
주무 관청 허가 없이 '담보 제공·장기 차입'
고발인 "공익법인 지위 악용한 증여세 탈루"
재단 "공익법인 아냐…법적 문제 전혀 없다"
청주고속버스터미널 조감도. 사진=뉴시스.
청주고속버스터미널 조감도. 사진=뉴시스.

 

충북 향토주류회사 매각 후 사회 환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이 거액의 자산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세금까지 포탈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검은 최근 재단법인 A재단의 이사장 B씨와 재단 관계자 등을 각각 피고발인,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했다.

검찰은 B씨가 A재단의 자산을 공익목적 외 용도로 사용했는지 여부와 이 과정에서 증여세 등 세금을 포탈한 정황이 있는지를 면밀히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인 3명은 B씨가 주무관청 허가 없이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수십억원을 장기차입한 데다 재단과 특수관계에 있는 주식회사 3곳에 기본재산을 불법 대여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공익법인법)상 공익법인은 기본재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일정 금액 이상을 장기차입할 경우 반드시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무관청은 공익목적 외 사업을 발견하면 시정·정지를 명하고, 설립허가까지 취소할 수 있다.

2014년 B씨의 출연에 의해 설립된 A재단은 설립 근거를 '민법 32조(비영리법인) 및 공익법인법'으로 법인 등기에 명시했다.

이후 2019년 주무관청인 충북도의 안내에 따라 '공익법인법' 문구를 삭제한 뒤 민법 32조 및 행정안전부 규칙 등으로 설립 근거를 변경했다.

A재단은 정관 변경 직전 재단 기본재산인 빌딩을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고, 채권최고액 71여억원을 근저당권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34억원, 32억8000만원의 장기차입금을 국세청 공익법인 결산서류에 공시했다.

이 과정에서 충북도의 허가는 없었다. A재단은 설립근거 상 공익법인법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충북도는 고문변호사들의 자문을 얻어 "A재단은 민법상 비영리단체일 뿐이어서 공익법인법상 위법사항이 없다"며 "증여세 등이 면제되는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상의 '공익법인등'과 공익법인상의 '공익법인'은 별개 개념"이라는 결론을 냈다.

이에 대해 고발인은 "공익목적사업의 변경이 없는 동일한 법인의 실체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설립근거 규정에서 공익법인법을 삭제한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이는 설립 당시 공익법인법의 조세감면 혜택을 입은 뒤 장기차입과 담보제공, 특수관계인 대여 등에 따른 주무관청의 사전허가 규제를 회피하고자 한 것"이라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이어 "A재단은 담보제공과 장기차입의 주무관청 사전허가 규정을 정관으로 둬 스스로 공익법인임을 인정하고 있다"며 "일련의 과정을 알고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은 충북도에 대한 직무유기, 업무상 배임 및 공익법인법 위반 방조 혐의도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익법인이 담보제공과 장기차입 제한 규정을 위반하면 그 행위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A재단에 대한 의혹은 또 있다.

공익법인 혜택으로 증여세를 내지 않은 뒤 특수관계법인인 주식회사 3곳에 거액의 내부 자산을 대여한 정황이 포착된다.

금융감독원에 전자고시된 감사보고서를 종합하면, A재단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에 걸쳐 B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주식회사 3곳에 총 72억8000만원을 대여했다.

이들 주식회사는 B씨가 소유한 청주고속터미널의 초고층 개발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고발인은 고발장에서 "출연 재산을 공익목적사업 용도 외적으로 사용하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대여금으로 사용한 가액에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며 "변제 후 재차 대여 여부에 따라 증여세 포탈세액은 최대 30여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재단은 공익목적사업 용도 외 사용을 감추고자 국세청 결산서류 재무제표에 특수관계인 대여를 단순히 '단기투자자산'으로만 표기하고, 그 용도도 공익목적사업으로 기재했다"며 "이는 조세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로서 조세범처벌법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부연했다.

특가법은 조세 포탈세액이 연간 10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고, 포탈세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포탈세액이 연간 5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인 경우엔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고발인은 "이 사안은 공익법인 지위를 악용한 증여세 포탈 범죄에 해당하는 동시에 공익법인법의 입법 취지와 존재 의의를 몰각시키는 중대한 범죄"라며 "B씨의 업무상배임과 주무관청의 공무원 범죄 개입 여부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장이 접수돼 사실 관계와 위법 여부를 살피고 있다"며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자세한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A재단 측은 "사실 관계를 악의적으로 음해를 하고, 잘못되게 바라보는 세력이 있다"며 "우리 재단은 비영리법인이지 공익법인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주무관청 등에서 매년 세무조사를 받는 등 관련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고발장에 적시된 내용도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고발장 접수 후 최근까지 이사장과 재단 관계자가 수십차례 조사를 받았다"며 "아주 호되게 검증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고발한 사람들의 의도가 다 달성된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A재단은 2011년 향토주류 회사를 350억원에 대기업으로 매각한 B씨가 3년 뒤 사회 환원을 목적으로 설립했다. B씨의 출연금은 170여억원이며, 주류회사를 사들인 대기업 측도 이 재단에 25억원을 냈다.

그는 2017년 청주시로부터 청주고속터미널을 343억1000만원에 사들인 뒤 곧바로 초고층 개발에 돌입했다. 기존 터미널 건물을 헐고, 그 자리에 터미널 대합실이 포함된 49층 복합상가를 올린다. 바로 옆 부지에는 49층 주상복합 2개동을 지을 예정이다.

자유한국당이 B씨와 문재인 전 대통령 가족과의 친분 등을 이유로 제기한 터미널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은 지난해 5월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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