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지 않으면 죽은 것과 마찬가지”
“도전하지 않으면 죽은 것과 마찬가지”
  • 이규영
  • 승인 2022.07.15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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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소리 예술로통하다 대표 
“청주를 사랑하는 사람” 지역 문화예술 산업 키워야
보도연맹 사건‧38년생 김한옥 등 지역 이야기 담아내

 

“저는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이 됐든, ‘도전하는 사람’입니다. 도전하지 않으면 살아있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주전공은 미술이고 회화나 드로잉을 해왔지만 그림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이를 몸으로 보여주는 퍼포먼스로, 그리고 또 여기서 표현하지 못한 부분을 미디어아트로 만들어내고자 했죠. 그렇게 영화 제작까지 왔습니다.”

이소리 예술로통하다 대표
이소리 예술로통하다 대표

 

이소리 예술로통하다 대표는 5년 전인 2017년, 아티스트 미디어 그룹인 ‘예술로 통하다’를 설립하고 다양한 예술영화들을 제작·지원해왔다. 창업 당시에는 주로 미술품 판매나 예술문화공연, 교육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충북지회의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있던 그는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여성 기업가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등 연대하기도 했다.

올해는 다큐멘터리 영화 ‘38년생 김한옥’을 통해 청주지역의 저력 있는 예술가들과 지역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아내 큰 호응을 얻어냈다.

 

“‘38년생 김한옥’은 채승훈 감독이 자신의 가족과 어머니를 10여 년에 걸쳐 촬영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리얼리즘을 모토로 아버지와 형이 돌아가신 내용까지 담겼어요. 10년이 넘는 분량을 추려낸다는 것이 무척 어려웠죠. 촬영을 미처 하지 못한 부분은 제가 직접 그림을 그려 영화에 녹여냈습니다.”

 

‘38년생 김한옥’은 지난 5월 시사회를 마치고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평생 고달프게 살았던 김한옥 여사의 이야기에 눈물을 흘린 관객도 여럿이었다. 당시 이 대표는 “이 영화는 감독 한 사람의 어머니에 대한 기록을 넘어 이 시대 모든 어머니들에 대한 헌사”라고 표현했다.

영화에 대한 편집만 장장 6개월이 걸렸다. 이 대표가 그림으로 담아낸 이야기도 못지않은 제작기간을 지냈다. 물론 10여 년 동안의 기록을 정리하는 것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영화는 현재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 출품된 상태로 내년 5월쯤 개봉을 앞두고 있다.

“도전하지 않으면 죽어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도전하고 생산하고, 그 도전이 무모한 도전이 될지언정 꼭 필요합니다.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생산해내야 하죠. 그러나 이곳과 같은 소도시에서는 지역의 한계점이 있다는 점은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저의 목표는 이곳 청주에서 불씨를 틔워 발화가 돼 활활 탈 수 있도록 나아가는 것입니다. 또 세계적으로도 도전해야 하죠.”

 

 

영화계는 투자를 많이 받아야 하는 산업이다. 충북에서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의 청주영상위원회에서 지원 사업을 진행하지만 아직까지 소도시의 지자체에서는 체계가 미흡해 영화 제작에 필요한 만큼을 채울 수는 없다. 실질적으로 필요한 만큼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이 대표 또한 이번 영화를 제작하면서 주변 친지들과 지인들의 도움을 받았다. 

도전이 있어야 시작이 있고 기반을 만들어야 산업이 커지듯이 충북의 예술인들을 위한 지원이 보다 커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38년생 김한옥' 시사회 당시 포스터. / 예술로통하다
'38년생 김한옥' 시사회 당시 포스터. / 예술로통하다

 

“저는 청주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청주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가 있어요. 청주 보도연맹 사건에 대해서도 영상과 퍼포먼스를 도입해 이야기를 이끌어 낸 것이 제가 첫 시도였습니다. ‘기억전쟁’을 집필한 박만순 작가와 만나 직접 퍼포먼스를 꾸려나갔죠. 당시 희생당한 아이의 영혼도 함께 빌어주자는 바람도 함께 했습니다.”

 

'38년생 김한옥' 제작 당시 스태프 회의가 진행되던 모습. / 예술로통하다
'38년생 김한옥' 제작 당시 스태프 회의가 진행되던 모습. / 예술로통하다

 

주변인들은 이 대표에게 왜 그런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려고 하느냐는 걱정을 했다. 그 때 그는 “예술가는 아름다운 것만 표현하는 게 아니다. 이런 일들은 정치인이 하지도 않고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이건 예술가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작품에는 항상 ‘주변인’이라는 인연이 있었다. 이 대표의 진정성과 솔직함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38년생 김한옥’ 작품에서만 봐도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알만한 감독들이 함께 제작에 참여했다.

 

“경험하지 않으면 말할 수 없습니다. 여행 관련업을 20년 넘게 하면서 전 세계의 문화예술을 접했죠. 지역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영감과 창의적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에서는 야간에 돗자리를 펴놓고 누워서 쇼를 봅니다. 불빛과 음악이 어우러진 자리인데 전 세계인들이 그 곳을 관광지로 선택했죠. 이런 점을 벤치마킹해서 청주 또한 문화 관광을 위해 다채로운 시도가 가능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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