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촉망받는 원효대사가 의상대사와 함께 당나라로 유학을 가던 도중 동굴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밤중에 목이 말라 주변을 뒤져봤는데, 물이 담긴 바가지를 발견하고 그 물을 벌컬벌컥 들이마셨다. 물이 시원하고 달콤하였다.
그런데 다음 날 일어나서 주변을 보았더니 동굴은 파묘된 무덤이었고, 그가 마셨던 물은 해골바가지에 담긴 썩은 물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원효는 구토를 하였다. 썩은 물도 목이 마를 때 모르고 마시니 달았다는 것을 알았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음’을 깨닫고 유학을 포기했다는 일화(逸話)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낸다. 행복도 불행도 환경에 따라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며, 힘든 일도 쉬운 일도 일의 경중(輕重)에 따라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다.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아니하고, 들어도 들리지 아니하고 먹어도 그 맛을 모르느니라.(大學 7장) 우리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을 느끼고 촉감을 느끼는 모든 감각조차도 마음이 지어낼 때 온전히 느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이라는 건 잠시만 한눈팔면 다른 곳으로 달아나거나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되고 만다. 특히 중독성이 많은 일이나 맛에 길들여지면 작심삼일은 작심일일(作心一日)이 되고 만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담배 끊은 횟수가 담배 피운 횟수보다 많다고 하였다. 담배 끊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 되기도 하지만, 이는 담배를 끊겠다는 마음과 담배를 다시 피우겠다는 마음을 수없이 반복해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마음먹은 대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굳은 마음이 요구된다.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고 굳은 마음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태도가 절실히 요구된다. 인생의 성공여부는 이런 일관된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인류 역사 상 이런 태도로 인생을 성공작으로 만든 이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물론 평생 작심삼일로 인생을 낭비하는 이가 더 많긴 하지만. 좋은 뜻을 세워 굳은 마음으로 단 한 번뿐인 삶을 관리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마음먹기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부끄럽지만 필자의 인생역정을 간략히 정리해 보고자 하는데, 이에 독자 여러분의 너그러운 이해를 바란다.
제가 초등학교 교사시절, 학생 몇 명을 데리고 인근 중학교에서 개최한 백일장에 참가했었죠. 그런데 중학생들을 보니까 중학교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주경야독하기로 마음먹고 중등학교 교사 자격증을 땄어요. 곧바로 중학교 교사가 되었어요. 그 학교는 중고등학교가 같은 캠퍼스에 있었는데, 매일 고등학생들을 보니까 고등학교 교사가 되고 싶어 또 마음을 굳게 먹었더니 거짓말같이 고등학교 교사가 되었어요. 이런 마음먹기의 연속으로 대학교 교수가 되었죠.
대학에서 은퇴할 무렵 참 많은 생각을 했어요. 다시 내 인생 앞에 백지가 놓여졌고 그 백지를 채워야 하는데 많은 생각이 역경(逆境)처럼 얽혔습니다. 다행히도 역경은 오히려 영혼을 맑게 해주어 명쾌한 답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제가 대학교수가 되기까지 먹은 마음은 어쩌면 내가 잘 살기 위한 욕심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인생은 타인을 위한 교사가 되어 보자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그렇게 마음 먹자 곧바로 외롭고 아파하는 이들을 위한 공부를 시작하고, 텍스트를 만들어 이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었죠. 그리고 이와 관련된 강의와 강연으로 10여 년을 보냈습니다.
돌이켜 보면, 제 인생에서 가장 ‘마음의 혁신’을 가져온 순간은 대학 은퇴 이후 생각에 잠겼던 순간이었다. 문학을 통해 소통과 공감을 배우고 치유하는 일을 계속해오면서 마음의 혁신은 나만이 아니라 모든 이에게 필요한 혁명임을 깨닫게 되었다.
인생은 마음먹은 대로 순순히 흘러가지 않는다. 굳은 마음을 가지면 그런대로 흘러간다. 그러나 마음의 혁신을 통과하면 인생은 마음먹은 대로 흘러간다. 가다가 힘든 일이 생기면 어렵겠지만, 돌아갈지언정 강물처럼 이내 한마음으로 흐른다. 왜냐 하면 내면이 진정으로 변화되었기 때문이다.(時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