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원 원장의 의료칼럼] 당뇨의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최준원 원장의 의료칼럼] 당뇨의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 세종경제뉴스
  • 승인 2022.09.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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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당뇨 환자를 진료할 때 반드시 물어보는 것 중 하나가 믹스 커피를 즐기는지 여부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성인 중 하루 2~3개 믹스커피를 타 먹는 것이 일상인 분들이 적지 않다. 고된 근무 중 잠깐의 짬 시간에 자판기 커피 한잔과 담배 한 모금이 아주 꿀맛이라고 말씀하시는 택시 기사님들도 흔하다. 
필자 본인도 이등병 시절 혹한기 경계 근무를 마치고 육개장 사발면 한 그릇에 자판기 밀크커피 한잔 마시고 피로와 추위를 이겨냈던 추억이 있다.  

최대 장수국 일본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믹스 커피가 캔 커피로 바뀌었을 뿐이다. 캔 커피가 믹스커피와 다른 점은 설탕 대신 이와 유사한 옥수수 시럽이 듬뿍 첨가되어 있다. 

옥수수 시럽이 무엇인가? 이는 북미의 매머드급 옥수수 경작의 산물이다. 필자와 동시대에 학교를 다녔던 야구 매니아라면 “꿈의 구장”이라는 영화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영화의 배경이 된 아이오와 주의 대규모 옥수수 농장을 베어버리고 야구장을 건설하는 스크린 속 장면이 어렴풋이 생각이 난다. 기존에 가축의 사료로 사용하기 위해 사용된 옥수수가 폭발적인 생산량을 보이자 남아도는 옥수수를 버리지 않고 옥수수 시럽 생산으로 전환시켜 코카콜라와 같은 글로벌 청량음료 산업이 발전된 것이다. 우리가 마트나 슈퍼에서 발견하는 음료수나 과일주스 역시 이 옥수수 시럽 혼합물이다.     
일본 당뇨병학회에서는 생선초밥도 골칫거리다. 흔히 생선초밥을 건강식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올바른 상식이 아니다. 밥 위에 올라가 있는 회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그 아래 있는 찹쌀 밥 자체의 높은 당 지수도 문제지만 여기에 맛을 내기 위해 설탕이 밥 안에 듬뿍 첨가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혈관에 치명적인 혈당 스파이크를 연속으로 두 번 일으키게 한다. 복싱으로 치면 스트레이트와 어퍼컷을 연속으로 얻어맞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당뇨의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췌장이나 호르몬 같은 어려운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흔히 인간의 주식은 밥이나 빵, 혹은 면과 같은 탄수화물을 주식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최초 인류가 생겨난 700만 년 전 인간의 주식은 탄수화물이 아닌 동물의 뼈와 골수였다. 
힘센 맹수들에 밀려 먹이사슬 최 하단을 차지하고 있던 인간은 다른 동물들이 다 먹고 남긴 뼈와 골수로 간간히 버티고 살았다. 과일도 아주 운이 좋아야 먹을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정착하여 농경 사회를 이룬지가 만년이 조금 넘는다 그때부터 비로소 쌀 혹은 밀이 주식이 된 것이다. 결국, 전체 인류 사회의 700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찰나의 시간 동안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으로 대체된 것이다. 이는 결국 2022년 현재 시각에도 당 이용에 인체가 적응을 거의 못 한 상태라고 봐야 한다. 

필자가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했을 때가 15년 전쯤으로 운 좋게도 서브 프라임 사태를 겪지 않고 금융시장에 진입했다. 금융위기 직후인지라 경기 방어주가 대세를 이루고 있었던 터라  투자 관련 서적을 여러 권 탐독하고 처음으로 매수했던 종목이 D 식품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D 식품의 주력 상품은 믹스커피로 관공서나 은행,  병의원에 가서 기다리는 동안에도 누구나 마음껏 공짜로 즐길 수 있는 노란색 기다란 봉지에 커피와 설탕, 프림을 섞어 구수한 누룽지 맛을 가미하여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아 왔던 상품이다. 격세지감이라고 했던가 당시 D 식품 주식을 매수하고 우리나라 전 국민 5000만 명이 하루 한 두 봉지만 더 먹기를 간절히 바라며 주가가 올라주길 기대했었는데 십여 년이 지나 고집 센 당뇨환자들을 보며 믹스커피 좀 마시지 말라고 핀잔을 주고 있으니 눈곱 만큼 필자의 인성이 좋아지진 않았을까 하는 가능성 희박한 기대를 뒤로 한 체 급발동한 호기심에 이끌려  십 수년간의 D 식품 재무제표 영업이익을 확인해보았다. 장고의 시간동안 우상향 곡선을 보이는 것만 보더라도 실로 탄수화물 중독성과 음료산업의 설계자인 슈퍼브레인들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다. 

탄수화물의 중독을 이긴다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금욕 수준 단계를 넘어 더 큰 가치가 있다. 마트나 백화점을 거닐면 먹거리의 90% 이상이 단순 당 위주의 탄수화물이다. 즉 거대자본은 항상 당신이 탄수화물을 달고 살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야 비만도 생기고 고혈압도 발생하고 당뇨도 생긴다. 조금만 더 탄수화물에 몸과 마음을 투자하면 암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그래도 사람들은 단 먹거리를 찾는다. 혈당이 떨어지면 불안하고 예민해지고 행복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술은 또 어떤가? 막걸리에 항암성분인 사포닌이 있다는 기사를 주워듣고 행복감을 느끼는 주정뱅이들과  하루 한잔의 술이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저명한 의학기사를 보고 늘 만취상태로 다음날 출근하고도 안도감을 느끼는 직장인들이 보면 마치 매년 수 천만 명이 가난과 기아로 하층민으로 전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명제에 기대며 안도하는 이들과 다를 것이 없다. 

대항력은 오로지 개인의 몫이다. 부동산 경매 투자에 있어서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라는 용어가 있다. 돈 많은 투자자도 일단 거르고 피하려는 물건이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는 건물이다. 마찬가지로 거대 자본이 일단 거르고 알아서 피해가는 개인이 되기 위해선 대항력 있는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항상 냉철한 이성을 가지고 주위를 바라보길 바란다. 공신력 있는 의학논문도 맹신은 금물이다. 그 장기간의 코호트 연구들을 어느 집단이 물질적 지원을 하고 있는지 그 논문의 결과로 누가 이윤을 얻게 되는지도 한 번쯤을 생각해보자. 
영화 ‘바람난 가족’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간 경화 말기 식도정맥류 출혈이 심하게 생겨 하얀 양복이 붉게 물드는 와중에도 술잔을 들이키는 노인을 보며 극 중 주인공의 친구 의사가 “ 이건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라는 대사를 읊는다. 인간에 대한 결례를 범하고 있는 주체가 환자 개인인지 거대 자본인지는 아니면 모두일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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