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치맥파티'가 부러운 이유
이웃집 '치맥파티'가 부러운 이유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6.03.30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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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경제뉴스 정준규기자] 지난 28일 인천 월미도 문화의 거리. 말 그대로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날 거리를 가득 메운 이들은 이른바 ‘요커’라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들. 포상휴가를 받고 인천을 여행 중인 중국 아오란 그룹 임직원 4,500명이 일명 ‘치맥파티’를 위해 월미도를 찾았다. 이들을 위해 거리에 깔아 놓은 6인용 탁자만 해도 750개. 하지만 단연 세간의 이목을 집중 시킨 건 이날 이들이 먹어 치운 어마어마한 양의 닭과 맥주였다.

▲ 정준규 기자

 인근 치킨 집 50곳에서 튀긴 닭 1,500 마리는 40분 만에 동이 나버렸고, 이들이 마신 캔맥주는 한 시간 만에 4천 5백 개를 너끈히 넘겼다. 먹은 맥주캔을 한 줄로 쌓아 올리면 마니산(469m)의 1.6배에 달할 정도라니 그 양을 짐작코도 남을 대목이다. 인천시가 이번 아오란그룹의 인천 방문을 통해 기대하고 있는 경제적 효과는 120억원.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여주인공이 맛나게 먹던 '치맥'시식은 이제 요커들이 한국여행에서 가장 선호하는 필수코스가 돼버렸다.

 전례없던 치맥파티 소식이 반가우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비단 기자만의 상념일까. 요커들로 북적이는 청주국제공항을 등에 업고도, 매년 실속없는 성적표에 침울해 하는 충북관광의 현주소가 문득 머리를 스친다. 지난 28일 이스타항공의 중국 닝보 취항으로 현재 청주공항을 오가는 중국 노선은 총 9개. 활로 모색에 허덕이고 있는 다른 지방공항을 생각해 볼 때, 단연 유리한 조건이다. 무비자 환승공항으로서의 입지도 견고해지면서, 청주국제공항 국제선 대합실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연일 북적이고 있다.

 문제는 이들 중 충북에 머물며 관광을 하고 제품을 구입하는 요커들은 극히 적다는 사실. 북적이는 청주국제공항의 중국인 여행객들을 충북에 붙들어 놓을 만한 관광상품 부재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요커들의 취향과 성향을 파악해 그들을 붙잡을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절실하다는 지적은 수년 째 공허한 메아리가 되다 못해 이제는 진부한 이슈가 돼버렸다.

  "한국에서 치킨과 맥주를 마시는 일은 이제 중국관광객들의 로망이 돼버렸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중국인 전담 가이드가, 지난해 사석에서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재밌는 현상이라며 그저 웃고 넘겼던 가이드의 농담이, 요즘들어 묵직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요커들의 취향을 파악해 치맥파티를 준비하고, 그들이 좋아할 만한 다양한 이벤트를 차근차근 준비해 온 인천시의 노력은, 지자체를 비롯해 충북관광업계가 분명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현실성 없는 대책으로 예산과 시간을 낭비하기엔 상황이 전만큼 녹록치 않다. 이번 인천 치맥파티의 눈부신 성공이 다른 지역관광업계에 미칠 파장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요커를 선점하기 위한 지역 간 무한경쟁시대가 머지않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연간 이용객 250만 명을 눈앞에 둔 청주국제공항은 누가 뭐래도 이 치열한 틈바구니 속에서 충북을 구할 막강한 경쟁력이자 지원군이다. 현실을 꿰뚫는 통찰력, 거기에 구체적 실행방안이 더해진다면, 그제 들려온 인천의 경사도 머지 않아 충북의 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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