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 위한 저상버스, 도로 환경 미흡해 도입 쉽지 않아
교통약자 위한 저상버스, 도로 환경 미흡해 도입 쉽지 않아
  • 민유정 기자
  • 승인 2022.10.2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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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군이 도내 농촌지역 중 처음으로 도입한 저상버스. 사진=옥천군 제공.
충북 옥천군이 도내 농촌지역 중 처음으로 도입한 저상버스. 사진=옥천군 제공.

농촌 지역 저상버스 이용을 위한 법이 내년부터 시행되지만 지역의 도로 환경이 미흡해 바로 보급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저상버스란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탄 채 쉽게 탈 수 있게 바닥을 낮추고 출입구에 경사판을 설치한 버스를 말한다. 출입구가 낮아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들에게도 유용한 교통수단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 저상버스 도입률은 전국적으로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26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현재 11개 시·군 모두 저상버스가 적정 보급 기준에 미치지 못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충북만 해도 보은·영동·괴산은 단 한대도 운영되지 않고 있으며, 옥천·진천·음성은 각각 1대씩만 보급된 상황이다.

올해부터 군 지역 저상버스 보급 기준이 42%로 책정됐지만 충족한 군은 한 곳도 없었다. 도내 군 지역 적정 보급 대수는 10~14대다. 그나마 나은 청주도 현행 보급 기준인 41%에 못 미치는 26.4%(482대 중 158대)만 들어와 있다. 그 다음으로 높은 충주는 총 버스 대수 82대 중 8대가 들어와 9.8% 수준에 머물렀다.

저상 버스 도입이 쉽지 않은 이유로는 미흡한 군 지역의 도로 환경 때문이다. 도내 군 지역의 경우 읍 단위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노면이 고르지 않다. 방지턱도 많아 바닥이 낮은 저상버스가 이동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다.

영동군의 경우 내년에 저상버스 1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 지역의 저상버스 보급목표대수는 12대다. 도입 예정인 저상버스는 노면이 고른 주요 관공서와 영동읍을 노선으로 지나간다. 낮은 차체와 운행 시 필요한 긴 곡선 반경이 필요한 구조적인 이유를 고려한 선택이다. 영동군 관계자는 "농촌 도로 특성상 빠르게 달리는 차량이 많이 지나다니다 보니 방지턱을 요구하는 주민들이 많다"며 "농촌 도로에서 저상버스를 운행하려면 방지턱부터 손을 봐야 할텐데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옥천군은 지난 2019년 시내버스 노선에 저상버스 1대를 먼저 투입했다. 그러나 이 차량 역시 옥천 터미널에서 대전까지 노면이 고른 도로만 이동하고 있다. 

1대씩 운행 중인 진천·음성도 지역 내 소재한 혁신도시에서 이동하고 있을 뿐 환경이 부적합한 농촌 지역은 이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부터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의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라 노후돼 교체하는 버스는 모두 저상버스로 교체해야 하는 규정이 적용된다. 낮은 저상버스 도입률이 높이기 위해 정부가 의무화 규정을 세운 것이다. 다만 군 단위 농촌 지역에 저상버스 도입 활성화는 도로 여건 영향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충북도 관계자는 "저상버스 특성상 도시화가 진행된 지역에 한해 운행이 가능하다. 현재 군 지역 농촌은 환경상 부적합한 곳이 많다"며 "농촌은 마을회관까지 버스가 들어가야 하는데 일반버스는 길이 좁아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15인승 차량을 버스로 이용하고 있는 지역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통약자인 70세 이상 노인이 지역에 많은 만큼 저상버스 도입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며 "법이 바뀌는 내년부터 저상버스 도입에 대한 방향성을 지역마다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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