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세제민] 충북경제, 다시 페미니즘을 이야기해야 할 때
[경세제민] 충북경제, 다시 페미니즘을 이야기해야 할 때
  • 오옥균 기자
  • 승인 2022.11.2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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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옥균 편집국장
오옥균 편집국장

지난달 22일 오창 한 호텔에서 충북여성최고경영자포럼이 열렸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충북지회가 주관한 행사로 도내 여성경제인 70여명이 참석했다. 특별강연에 나선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금 시대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공감능력, 유연성 등이 접목된 여성기업가정신이 기업경영에서 강점으로 발휘되고 있다며 추켜세웠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는 게 여성기업인들의 속내다.

대선과정에서 정치권이 쏘아 올린 안티페미니즘 주장은 여성의 사회적 성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를 낳는다. 한쪽 정치권은 우리나라가 이미 남녀평등을 실현했기 때문에 더 이상 여성 친화적인 정책이 필요없다는 주장을 한다. 나아가 지난 정부가 여성 중심 정책을 추진한 것이 현재의 젠더갈등으로 이어졌다고도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처럼 우리나라가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도 그럴까.

흔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성공을 거두는데 장애물이 생기는 것을 유리천장이라고 한다. 지난 3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대상으로 집계한 유리천장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29개 나라 중 29위를 기록했다.

더욱 참담한 것은 2013년부터 10년 연속 꼴찌라는 점이다.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기업 내 임원 비율, 성별 간 임금격차와 같은 항목에서 10년째 가장 열악한 환경임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 초년생 시절 우위를 점했던 그 많은 여성들은 지금 어디 위치에 있으며, 어디로 사라졌을까.

여성은 출산과 육아라는 숙명으로 경력단절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경력단절 후 재취업보다 창업을 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성창업의 경우 자신의 기술과 능력을 자산 삼아 소규모창업을 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보면 꽤 많은 여성들이 사업가로 살아갈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단편적인 데이터이긴 하지만, 한국여성벤처협회에 따르면 전체 벤처기업 중 여성벤처기업의 비중은 8.7%에 불과하다. 여전히 10%를 넘지 못하는 수치다.

그나마 창업을 통해 사회에 재도전한 여성들 또한 여성을 벽을 느끼고 포기하는 일이 다반사다.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여성할당제 등의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경력단절과 상대적으로 부족한 네트워크 등 다른 출발선을 극복하기에는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지난달 22일 유럽의회는 기업 이사회의 성비 균형과 관련한 법안 시행을 공식 채택했다. 2026년부터 유럽연합 내 상장기업은 의무적으로 여성 이사 자리를 40% 이상 마련해야 한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제재도 가해진다. 긍정적 현상이지만 남의 나라 이야기다. 우리나라 상장사의 여성 이사 비율은 8.7%에 불과하다.

전세계 축구팬들이 열광하는 월드컵이 한창이다. 92년만에 유리천장을 깬 여성 심판이 화제다. 세계의 흐름 속에 우리의 현주소를 직시하고, 나아갈 방향을 정해야 한다.

다시 돌아가 지난달 22일 충북여성최고경영자포럼장에서 김영환 지사는 이러한 강점(여성 특유의 경영능력)으로 여성경제인 분들이 충북경제 100조원 시대를 견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스스로 강점을 잘 살려서 지역경제에 보탬이 돼달란 말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여성경제인이 차별받지 않고, 충북경제의 오롯한 한 축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약속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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