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아파트 불법 전매, 그 후
세종시 아파트 불법 전매, 그 후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6.09.20 2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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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장기화… 부동산 중개업소 100여 곳 폐업

[세종경제뉴스 이주현기자] 현재 세종시는 총성만 없을 뿐, 그야말로 전쟁터 분위기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세종지역 아파트 분양권 불법 전매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종 이전 기관 공무원 몇몇이 아파트 불법 전매한 사실과 아파트 다운 계약 의심사례가 수백 건 포착되면서 수사 범위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 같은 이유로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으면서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폐업 신고가 속출하고 있다. 세종경제뉴스는 세종시 아파트 불법 전매 상황을 정리, 분석하고 집중 보도한다.

▲한창 개발 중인 세종시 아파트. 기사 내용과는 무관. / 사진=이주현 기자

얼어붙은 투자심리… 부동산 중개업소 폐업 속출

 통상 9월은 분양의 계절로 불린다. 부동산 시장의 성수기다. 여름 비수기가 끝나고 이사 등이 많은 가을로 넘어가는 기점이어서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매물을 보러 온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런데 요즘 세종시는 상황이 정 반대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세종시지부에 따르면 검찰 수사가 시작된 5월부터 현재까지 세종에 기반을 둔 부동산 중개업소 100여 곳이 폐업 신고를 냈다. 이는 전체의 약 12%다. 현재 신규 분양지역과 세종시 한옥마을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공인중개사들이 살얼음 위를 걷고 있는 실정이라는 게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세종시지부의 설명이다. 특히 일부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한 외곽 등으로 사무실을 이전해 재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세종시지부 김관호 지부장은 “세종시가 타 시‧도보다 임대료가 비싼 편인데,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검찰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영업에 타격을 입어 문을 닫는 부동산 중개업소가 속출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도 위축되면서 수사의 장기화가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법을 자행한 이들은 일부이며, 대량 유통했던 무자격자인 이른바 ‘떳다방’은 이미 지역을 떠난 상황”이라며 “협회 내에서도 회원들에게 자정과 계도를 하고 있다. 조속히 옳고 그름을 따져 검찰 수사가 마무리돼 부동산 시장 등이 안정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세종시지부는 자구책으로 불법거래신고센터를 지난 6월 28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전매가 제한된 아파트 분양권의 불법거래를 부동산 업계 차원에서 막는 등 자정하자는 취지다. 부동산 불법거래 신고 대상은 아파트 분양권 불법거래 알선 행위, 세종시에 등록하지 않은 무자격자의 불법중개 행위 등이다. 세종지부는 신고된 내용에 대해 불법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수집 등의 작업을 거쳐 형사고발하게 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세종시지부 김관호 지부장이 불법거래신고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이주현 기자

불법 전매 의혹 공무원 수십 명 참고인 조사… 분양권이 뭐길래

 그동안 의혹에만 그쳤던 공무원들의 아파트 분양권 불법 전매는 사실로 드러났다.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7월 말에는 불법 전매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공무원 수십 명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혐의가 정확하게 인정되지 않아 입건 등은 되지 않았다. 전매를 알선한 중개업자들을 색출해 불법전매 내역을 밝히고 연루된 공무원들과 일반인들을 입건하는 게 순서라는 게 중론이다. 같은 기간 대전지검은 분양권 불법전매 알선 혐의로 부동산 중개업자 27명을 입건했다. 이중 7명은 구속기소, 2명은 구속 수사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3년간 500여 차례의 불법 전매를 알선한 사실을 밝혀냈다. 최근에는 주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떳다방’ 업자가 징역 8월을 선고 받았다. 현재 혐의점이 있는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색출해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벌이는 단계라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이처럼 말 많고 탈 많은 이 분양권은 무엇일까.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세종시 아파트 특별분양은 세종청사 공무원들에게 이주를 장려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특혜’를 준거다. 세종시내 민간 아파트 전체 분양 물량의 50~70%를 공무원에게 우선 분양했다. 민간인이 분양했을 때보다 조건이 좋아 프리미엄이 많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뒷받침 하듯,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5월 말 검찰발표를 토대로 연도별 분양비율을 산출‧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세종시에서 모두 3만9012세대가 특별 공급으로 분양됐다. 이중 1만4037세대가 실제 계약이었다.

 같은 기간 세종시에서 공급된 아파트 전체 물량은 모두 6만 1357세대로 2010년 당시 분양가는 세종시 첫마을이 3.3㎡당 650만 원에서 지난해 874만 원으로 5년 동안 34%가 상승했다. 지난 2012년 12월 1억 4000만 원이었던 세종시 평균 매매가격도 올 2월 2억 1000만 원으로 45% 올랐다. 전국 평균은 11.5%다.

 지난해 8월 공급된 2생활권의 힐스테이트 2차의 경우 평균 940만 원 내외로 분양되는 등 현재 세종시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910만 원 내외인 것으로 경실련은 추정했다.

 경실련은 이번에 특별공급으로 인한 특혜규모를 산출하기 위해 분양 당시 특별공급 주택의 시가총액과 지난해 말 시세를 기준으로 한 총액을 비교했다. 84㎡ 주택형을 적용한 결과 이들 아파트는 세대당 3400만 원, 총 4700억 원이 올랐다. 분양 기준 3조 6000억 원이었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4조 1000억 원으로 상승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세종시 이주 활성화를 위해 85㎡ 이하 주택형에 대해서는 취득세를 전액 면제했다. 지난 2013년 말까지 모두 6000여 명의 공무원들이 256억 원의 취득세를 감면받았다는 게 경실련의 설명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특별공급으로 공무원들의 혜택 총액은 아파트값 상승액 4700억 원, 취득세 면제혜택 620억 원 등 모두 5300억 원에 달한다”면서 “반면 같은 기간 일반 시민들은 세종시에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뚫거나 특혜를 전매로 악용한 공무원들의 주택을 비싼 웃돈을 주고, 구매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한창 개발 중인 세종시 아파트. 기사 내용과는 무관. / 사진=이주현 기자

설상가상 ‘다운 계약’ 적발까지… 공인協 “과도한 법 집행”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8월에는 분양권 다운 계약 의심 400여 건이 적발됐다. 다운 계약은 부동산 거래 시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해 계약서에 실제 거래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적는 이른바 이중계약이다.

 대전지방국세청에 따르면 최근 세종시 아파트 거래 대상자 400여 명에게 양도세 재신고 요청서를 보냈다. 자진 신고하라는 얘기다. 지난해 10월 전매 금지가 풀린 2-2생활권 아파트가 집중 점검 대상으로 알려졌다. 이곳 아파트는 당시 분양권 프리미엄이 약 1억 원 가까이 붙었었다. 그런데도 일부 매도자는 분양권 양도 차액을 1000만∼2000만 원대로 신고한 것이다. 당초 지난달 26일까지 유예기간을 뒀지만, 협조가 되지 않아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세종시지부는 ‘과도한 법 집행’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협회는 지난 8월 23일 ‘대전지방국세청 양도소득세 수정신고ㆍ납부안내에 따른 우리의 입장’이란 성명서를 통해 “대전국세청이 부동산 다운거래 계약 의심사례 400여 건에 대한 소명자료를 요구해 세종시 부동산 시장의 혼란과 침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부는 “아파트는 동별, 타입별, 층수별로 가격 차이가 있으며 사람에 따라 싸게 팔거나 비싸게 팔 수도 있는데, 표준가격을 제시하며 수정신고를 요구해 양도자는 물론이고 세종에서 분양권을 전매한 모든 이들의 원성을 자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규모의 갑자스러운 양도세 수정신고 안내는 부동산 시장의 냉각과 분양권 매물 감소에 따른 가격 인상 등 부작용이 따를 것”이라며 “현재 세종시 개업공인중개사들은 대전지검의 수사로 무려 11명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계기로 불법 전매와 다운계약 금지 등 자율 정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부는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의 정착을 위해선 분양권에 대한 양도세율을 현행 1년 이내 50%, 2년 이내 40%에서 등기 난 주택과 마찬가지로 1년 이내 40%, 1년 이후 6%∼38%로 변경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검찰 수사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종시와 정부는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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