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81억 원’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누구를 위한 축제였나”
[이슈&포커스]‘81억 원’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누구를 위한 축제였나”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6.09.2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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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내내 관람객 없어...선수잠적,경기연기 등 미숙한 대회 운영 '뭇매'
2016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시 경기가 열린 청주체육관. 찾는 이가 없어 대회 내내 관람석 대부분이 빈 채로 진행됐다./사진 김승환 기자

[세종경제뉴스 정준규·김승환기자] 2016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 그 시작은 호기로웠다. 올림픽과 쌍벽을 이루는 지구촌 양대 축제로 키우겠다는 게 이시종 충북지사의 야심찬 구상이었다.

‘세계 무예의 조화’라는 기치 아래 당초 충북도는 1000억 원의 경제파급효과를 예상했다.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이 성료되면 건강, 영화, 에니메이션, 게임등 고부가가치 콘텐츠 산업을 키울 수 있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여기에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을 통해 세계 무예산업의 주도권을 선점하고 충북을 세계 무예의 성지로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우여곡절 끝에 대회가 마무리 됐지만 행사 성과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미숙한 대회 운영과 준비부족을 질타하는 여론의 뭇매도 거셌다. 81억 원의 예산을 들이고 충북도가 받아든 성적표는 그야말로 초라했다. 함량미달이라는 오명과 함께 대회 기간 발생한 각양각색 해프닝도 한동안 전국적인 웃음거리가 됐다.

예견된 결과였다는 자조 섞인 분위기 속에 무책임한 충북도를 성토하는 지역 내 목소리가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다. 예상보다 참담한 성적표를 해명하느라 충북도는 여전히 진땀을 흘리는 형국이다. 대대적인 홍보로 한껏 고무됐던 대회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대회가 끝난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충북도는 지역민들의 질문에 마땅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이 축제는 누구를 위한 축제였냐’고.

 

시작부터 ‘삐걱’...예견된 ‘결과’

지난달 충북도의회 임시회 2차 본회의장. 2016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에 대한 건설소방위 소속 강현삼 의원의 성토가 이어졌다. 강 의원은 이 자리에서 “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이 어려움 속에 개최된 건 사실이나 결과적으로 지구촌 최대의 무예축제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였다”고 강하게 비판한 뒤 “전 세계적인 관심은커녕 대회 관계자와 공무원들만이 자리를 지킨 초라한 동네잔치로 전락했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아울러 “대회 성과에 대해 냉철하고도 조속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2016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를 알리는 기념물/사진 김승환 기자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는 준비단계부터 ‘저예산’과 ‘무경험’이란 위험요인을 안고 시작됐다. 당초 대회 개최지로 언급됐던 충주시도 예산문제에 부담을 느껴 대회 개최를 고사한 상황이었다. 어렵사리 청주로 개최지가 급변경됐지만 이번엔 예산확보가 발목을 잡았다.

충북도가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한 사업비 30억 원을 도의회가 전액 삭감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정부가 국제행사로 승인하지 않은 대회에 혈세를 추가 투입할 수 없다”는 게 삭감 이유였다. 우여곡절 끝에 도의회가 추가예산을 승인하면서 막판 81억 원의 예산을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미 대회는 코앞이었다. 대회 당위성 문제로 도와 도의회가 소모전을 치르는 동안 준비과정 곳곳에서 균열이 드러났다.

먼저 불거진 문제는 운영인력이었다.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 조직위원회 인력은 80여 명으로 대회를 운영하기에 턱없이 적은 수였다. 그도 대부분이 충북도와 청주시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들이다 보니 전문성도 부족했다. 이들 중 경험이 있는 전문위원은 4~5명에 불과했다.

당초 충북도는 부족한 예산을 이유로 외주대행사에 대회운영을 맡기는 대신 대부분 자체 인력으로 대회를 진행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무원들의 업무 과부하도 만만치 않았다.

충북도의 한 공무원은 “부서업무를 해 가며 대회준비를 동시에 해야하다보니 야근과 주말근무는 다반사였다“며 “직원들 대부분이 전문성도 부족한데다 준비해야할 것이 많다보니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불안했던 준비과정은 대회 결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함량미달 축제란 비난이 거세졌다. 관객 없는 경기장이 속출했고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객석을 채우는 촌극이 벌어졌다.

방문한다던 해외 인사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확답을 미뤘고 실제 참여한 선수 숫자도 최종명단과 달랐다. 최종참가명단에 2,100명의 선수가 이름을 올렸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적은 1,767명의 선수가 경기장을 찾았다. 제때 비자를 받지 못한 게 불참 이유라고 조직위는 해명했다.

참가한 외국선수들이 갑자기 잠적하는가 하면 선수가 부족해 경기가 연기되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냉방시설이 부족한 찜통 경기장에선 선수와 관람객들의 짜증섞인 불만이 연일 터져나왔다. 대회가 끝나고 충북도가 받아든 저조한 성적표엔 이유가 있었다. 적은 예산을 탓하는 충북도의 입장을 고려하더라도, 이는 부족한 인력과 일천한 전문성이 낳은 예견된 결과였다.

 

외국인 선수 무더기 이탈… 관리 ‘총체적 부실’

무예마스터십은 대회 기간 선수가 무단이탈하는 등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지난달 4일 충북도자치연수원에 머물던 스리랑카 주짓수 대표 선수 3명이 무단이탈해 발칵 뒤집혔다. 6일 첫 경기를 앞두고 전날 입국한 이들은 소지품을 그대로 둔 채 모습을 감췄다.

같은 날 오후 한국교원대학교 종합교육원수원에 있던 우즈베키스탄 선수 4명도 소지품을 둔 채 사라졌다. 이 중 한 명은 다음날 오전 조직위 관계자에게 발견돼 선수단에 인계됐다. 5일에는 타지키스탄 벨트레슬링 선수 3명이 인천공항에서 종적을 감췄다.

또 다른 타지키스탄 선수 1명도 대전 KT&G 숙소에 있다 무단이탈해 경찰이 소재 파악에 나섰었다. 대회 기간 모두 12명의 외국인 선수가 선수촌을 이탈했고 4명의 선수는 복귀했다. 하지만 8명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해 경찰과 출입국관리소가 추적 중이다.

문제는 조직위가 즉각적으로 통보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직위가 공개한 ‘해외 참가자 이탈 방지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무단이탈자가 발생할 경우 공항과 선수촌 안내데스크, 경기장 선수 통제 관리계 등을 통해 종합상황실로 보고해야 한다. 종합상황실에서는 무단이탈자의 소재를 파악하고 국정원과 경찰, 출입국관리소 등 유관기관에 알리도록 명시돼 있다.

또, 이탈 확인 즉시 유관기관에 유선과 이메일 등으로 공식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선수 이탈 사실은 하루가 지난 뒤에야 경찰에 통보했고 타지키스탄 선수 3명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지난달 3일 오전 11시30분 이후부터 행방 확인이 되지 않았는데 이 같은 사실이 경찰에 통보된 시점은 하루가 지난 4일 오후 2시50분쯤이었다. 같은 날 저녁 6시19분쯤 청주교원대 종합교육연수원에 머물던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이 사라진 것도 꼬박 하루가 지나서야 경찰에 전달됐다.

청주시민 A씨(29)는 “언론에서 무예마스터십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무단이탈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혹시 모를 테러 등 불안에 떨어야 했다”면서 “조직위의 선수단 동선 파악이나 보고·통보체계가 허점투성이라는 점이 드러나면서 허탈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고 푸념했다.

이에 조직위 관계자는 “선수 이탈 문제는 분명 도의 책임도 있지만 외국인 선수들의 비자를 관리하는 외교부의 문제도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과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관중석 ‘텅텅’… 행사 관계자가 대부분

대회 마지막 날 경기가 열린 청주대 석우문화체육관과 올림픽국민생활관, 청주체육관 등 3곳을 돌아본 결과, 관중석은 텅텅 비어있었다. 공무원과 선수단, 자원봉사자 등 행사 관계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개막식이 열린 9월 2일부터 8일까지 7일간 총 관람객은 5만727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조직위가 목표한 16만 명에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킥복싱 경기가 열린 청주시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사진 김승환기자

관람객이 없다보니 조직위에서 ‘관객을 동원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관변단체 직원들과 농민들이 동원됐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며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도 비판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충북도당은 성명을 통해 “대회 운영미숙, 강제동원은 물론 참가한 선수들이 자취를 감추는 등 성공적인 개최를 바라는 도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국내대회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제망신대회로 전락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조직위는 “관객 동원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직위 관계자는 “관람객 유치를 위해 협조 공문을 여러 기관에 발송한 사실은 있지만 이동수단을 이용해 별도의 관객 동원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미디어 홍보에 대한 예산편성이 뒤늦게 이뤄져 대회에 대한 홍보를 제때하기 어려웠다”며 관객들의 무관심을 해명했다.

 

소문난 잔치...‘먹을 것’ 어디에

충북도가 내다본 경제파급효과는 사실 고무적이었다. 대회 준비기간부터 충북도는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분석내용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소비지출 349억 원, 생산유발효과 605억 원, 고용유발 효과 5억 원 등 1천억 원의 경제파급효과를 충북도는 전망했다.

하지만 기대와 현실은 극명히 갈렸다. 대회가 종반으로 접어들었지만 기대만큼 경제효과가 드러나지 않았다. 당초 충북도는 “충북을 찾은 선수단에 관광지를 홍보하고 쇼핑관광 서비스를 지원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폐막이 가까워질수록 “공염불이 아니냐”는 비판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청주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주변을 외국인 선수가 걷고 있다./사진 김승환 기자

청주시 성안길의 한 상인은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에 거는 지역 상인들의 기대가 컸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소리만 요란한 잔치였다”고 잘라 말한 뒤 “충북도가 장담한 것처럼 대회 기간 지역 상권에서 쇼핑이나 관광을 즐기는 외국선수들은 많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상인은 “국제대회가 진행 중인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거리는 평소처럼 한산했다”며 “80억 원이 넘는 혈세를 들여 도대체 얼마만큼의 경제효과를 봤다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도민들과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청주시 흥덕구의 한 시민은 “도민의 혈세로 치러지는 행사라면 마땅히 도민들이 납득할 만한 행사여야 한다”고 지적하며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가 왜 열렸는지 알고 있는 도민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오창근 국장은 “대회가 끝나고도도 충북도가 겸허한 자성없이 미미한 성과 알리기에만 치중했다”며 “왜 막대한 세금을 들여가면서까지 충북도가 이 대회를 강행했는지에 대해 충분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도민들에게 공언했던 경제효과에 대해서도 얼렁뚱땅 넘어갈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책임지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질타했다.

청주체육관 앞에 있는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 이정표. 별도의 영문이 적혀 있지 않아 국제행사라는 타이틀을 무색케했다./사진 김승환 기자

무예를 통해 충북을 알리겠다던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는 결국 산더미같은 숙제만을 떠안은 채 막을 내렸다. 부실한 대회 운영과 준비 부족은 전국적 웃음거리가 돼 지역 전체가 수모를 겪어야 했다. 낯뜨거운 자화자찬 보단 신랄한 통찰과 자기반성이 필요하단 게 지역의 중론이다.

충북의 지역 축제는 40여 개에 이른다. 지난달만 해도 10여 건의 지역 행사가 도내 곳곳에서 펼쳐졌다. 지역민들의 혈세가 녹아든 엄중한 행사인 만큼 축제의 명분과 타당성에 재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81억 원이 쓰인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도 예외일 수 없다. 매달 대기 중인 숱한 지역축제가 ‘그들만의 축제’가 되지 않길 도민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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