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식의 여행스케치] 하동으로 떠나는 가을 여행
[강대식의 여행스케치] 하동으로 떠나는 가을 여행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6.10.13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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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식 사진작가ㆍ수필가

[강대식 사진작가·수필가] 섬진강은 언제 보아도 편안하다. 재첩을 잡기 위해 어로에 나선 사람들의 몸놀림이 없다면 강물이 흐르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유속은 여유가 있다. 하얀 모래톱은 햇살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빛나고, 수면을 유영하며 사냥에 나선 물새들조차 바쁜 기척이 없다. 배가 고픈 새들은 물속을 드나들고, 식사를 마친 새들은 모래 위에서 날개를 말리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은 근심걱정이 없어 보인다.

섬진강을 따라 늘어선 벚꽃나무길이 화사한 봄을 알리는 전령사였다면 이 가을 황금빛 물결 춤추는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들판은 풍요로움의 극치이다.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로 더 알려진 평사리 들판은 소설속의 최참판댁 가옥이 있는 하평마을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넓은 들 가운데 섬처럼 자리한 과수원에 서있는 부부송(夫婦松)은 평사리 들판에서 가장 인기있고 매력있는 존재이다.

부부송

 

사시사철 전국에서 이 부부송을 촬영하기 위하여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찾아온다. 특히 가을이 되면 황금빛 들판과 코스모스를 배경으로 부부송을 담으려는 사람들이 몰려오는데 사진작가뿐만 아니라 인반인들도 소문을 듣고 많이 찾아오고 있다. 일반인들은 드라마촬영지였던 최참판댁 세트를 보러왔다가 들판 한가운데 서있는 부부송을 보기 위하여 먼 길을 걸어서 내려오기도 한다.

매년 가을이 되면 지역주민들이 함께 평사리 들판에서 허수아비축제를 열기도 한다. 다른 지역의 허수아비에 비하여 이곳에 전시된 허수아비는 테마를 갖춘 허수아비라는 특징이 있다. 각 마을이나 단체들이 자신들이 정한 테마를 이용하여 허수아비를 만들고 설치한다.

그러다 보니 허수아비의 얼굴특징이나 옷차림이 다양하고 허수아비에게서 벗겨서 그냥 입어도 좋을 정도로 깨끗한 의복도 보인다. 9월 12일부터 10월 9일까지 열린 ‘하동 평사리 허수아비축제’는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평사리를 한층 돋보이도록 해 준다.

평사리 들판의 허수아비

대하소설의 무대로 사용된 최참판댁은 전통한옥 구조의 안채 · 사랑채 · 별당 등 11동으로 구성됐으며 2001년 1월 4일 문을 열었다. 주변에는 드라마세트장인 토지마을, 평사리 문학관, 한옥체험관, 전통문화전시체험관, 숙박체험동, 박경리 문학관도 있어 둘러보고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섬진강변 쉼터를 출발하여 동정호 - 최참판댁 - 조씨 고택 - 취간림 - 악양천 - 평사리 공원으로 이어지는 약 18km의 토지 1길과 쉼터에서 악양정 - 화개장터 - 지리산 팔베개 - 화개중학교 - 국사암 - 불일폭포 - 쌍계사로 이어지는 약 13km의 토지 2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평사리 들판을 제대로 보려면 고소산성을 올라가면 된다.

고소산성에서 본 평사리 뜰

고소산성은 대가야가 백제의 진출을 막기 위해 산 중턱에 쌓은 성으로 해발 220m 정도만 올라가면 시야가 탁 트인 전망대에 이른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저 멀리 산자락들 사이에 둘러싸인 평사리 들판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평사리 들판에 부부송은 금실 좋게 나란히 서서 나그네의 눈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또한 섬진강변을 따라 평사리 공원캠핑장이 조성되어 오토갬핑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연중 찾아드는 곳이다.

하동읍을 지나 진주 방향으로 20km 정도를 가면 북천면 직전리에 북천역(北天驛)이 나온다. 양보역과 다솔사역 사이에 있는 북천역을 중심으로 도로변을 따라 2km정도에 가을이면 ‘북천 코스모스 메밀 축제’가 펼쳐진다. 2007년부터 시작한 코스모스 축제는 현재 전국에서 손꼽히는 코스모스 축제장으로 자리 잡았다.

옛 북천역

도로를 따라 길게 형성된 주변 토지에 코스모스와 메밀 등을 심어 9월 하순부터 10월 초에 열리는 코스모스 축제는 한들대는 코스모스와 더불어 가을을 흠뻑 느끼게 해 준다. 예전에는 북천역사 주변과 철로 변에 핀 코스모스와 기차를 같이 촬영할 수 있었다. 그런 모습에 반한 전국의 사진작가와 여행객들이 가을이 되면 촬영1번지로 꼽을 만큼 간이역인 북천역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7월 진주 ~ 광양구간 복선화 사업으로 인하여 북천역을 새로 건축하여 이전하였기 때문에 코스모스 사이를 달리는 기차를 촬영할 수 없어 아쉬움이 너무나 컸다. 일부러 촬영지를 택해 밤잠을 설치며 달려왔을 사람들은 허탈감이 컸을 것이다.

너무나 변해버린 모습에서 코스모스는 북천역이라는 공식은 사라질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구 역사로 이어지는 철로가 그대로 남아있고, 철로주변 및 구 역사 인근에도 가득 코스모스가 피어있어 작으나마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옛 북천역 주변 철길에 핀 코스모스

금년에 10회째를 맞는 북천 코스모스 축제는 ‘하동북천, 코스모스 메밀꽃으로 수놓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했다. 예년에 비하여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시설이 늘었고, 곳곳에 늙은 호박을 쌓아놓고 판매하는 판매장들이 들어서기도 했는데 호박크기가 보통이 아니다.

특히 하동군 농업기술센타는 ‘호박 테마역’을 주제로 호박작품 전시를 하였다. 그 밖에도 생활 그림 천아트 전시와 기차모형 토피어리 포토존, 길거리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되었으나 예전에 한가한 역사를 중심으로 펼쳐지던 집약된 축제가 너무나 넓은 장소에 분산되어 있어 불편한 것은 감수해야 한다.

아쉬운 점은 도로를 중심으로 길게 형성된 축제장 상황이 도로의 체증을 빚어 진주에서 하동으로 들어오는 차량은 8km가 넘도록 정체가 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주변지역에 주차장을 조성하여 교통체중이 없다면 휠씬 기억에 남을 축제장이 될 듯도 한데....

북천역 인근 솟대

여행길에 느끼는 것은 아름다운 추억도 추억이지만 늘 조금씩 생기는 아쉬움이다. 너무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 더 못보고 떠나는 아쉬움이 남고, 정돈되지 않은 무질서를 보면 눈살을 찌푸리며 저런 것은 정돈하면 좋았을 걸 하면서 아쉬움을 갖게 된다.

사람이 하는 일이 모두 만점일 수는 없겠지만 전국에서 행해지는 수백 개의 축제나 행사장에서는 더 오래 구경하지 못하고 떠나는 아쉬움을 갖도록 하는 그런 행사장이 되었으면 한다. 이 가을에 파란 하늘 속에 가득 찬 아쉬움은 내년에도 찾고 싶은 그런 그리움이 묻어나는 아쉬움이었으면 좋겠다.

 

강 대 식 사진작가 · 수필가

 ▶충북사진대전 초대작가

 ▶충북 정론회 회장 

 ▶푸른솔문학 작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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