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 향균, 탈취 삼위일체 이룬 흡연부스"
"환기, 향균, 탈취 삼위일체 이룬 흡연부스"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6.04.09 2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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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 기업인' 오영록 수공아이엔씨 대표
충북 오창 출신… 경기도 화성서 기업활동
1년만에 '고효율' 흡연부스 제작… 특허 준비

[세종경제뉴스 이주현기자] "그래, 저거야!"

 지난해 1월쯤, 오영록(54) 수공아이엔씨 대표는 경기도 화성시 인근에 있는 자택에서 9시 뉴스를 보던 중 무릎을 쳤다. 당시 뉴스에는 서울지역 곳곳에 설치된 흡연부스 관리가 엉망이라는 내용이 보도되고 있었다.

▲오영록 수공아이엔씨 대표. / 이주현기자

 뉴스 보도가 끝날 때쯤 오 대표는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그리곤 담배 연기를 허공에 내뱉었다. 담배 연기는 거실 공기와 빠르게 섞였다. 메스껍고 역한 냄새가 났다. 역해도 기분은 좋았다. 그는 별생각 없이 피어오던 담배가 어쩌면 사업가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은 묘한 기분을 느꼈다. 오 대표의 머리 속은 온통 '흡연부스' 생각뿐이었다.

 며칠 뒤, 오 대표는 아들 오준민씨(28)와 함께 수도권 지역에 설치된 흡연부스를 찾아 나섰다.

 예상대로였다. 관리가 안돼 방치된 흡연부스에서는 역겨울 정도의 악취가 진동했다. 악취는 금세 옷에 스며들었다. 애연가인 오 대표도 들어가기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공간도 협소해 답답했다. 흡연부스에 들어오지 못한 흡연자들은 거리에서 담배를 핀 뒤 꽁초를 길가에 버렸다. 흡연부스 내부도 문제지만, 외부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었다.

▲오영록 수공아이엔씨 대표가 자신이 만든 흡연 부스의 공정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이주현기자

 환기시설도 엉망이었다. 그저 강제 배기팬을 통해 담배연기를 외부로 배출하는 기능뿐이었다.

 이렇게 둘러보기를 수차례. 오 대표는 환풍 기능뿐만 아니라 향균, 탈취 효과가 있는 '쾌적한' 흡연부스를 만들기로 작정했다.

 창작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지난 1996년부터 '크린룸' 사업을 해 온 그의 기술 노하우가 빛을 바랬다.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그의 성격 탓에 직원들은 죽을 맛이었지만.

▲오영록 수공아이엔씨 대표가 자신이 만든 흡연 부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주현기자

 크린룸은 생산제품의 오염을 방지하거나 병원 수술실 등 청정 환경을 요구하는 곳에서 대기 중 부유물질, 미세먼지 등을 원천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기존 흡연부스와 다른 점은 소형 환풍기 대신 고정압 저소음의 팬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실내를 광촉매로 코팅해 항균 및 살균, 탈취 효과를 극대화했다.

 또, 회수된 공기를 일부 배기시킴으로써 신선한 외기를 부스 내에 공급, 음압을 형성해 담배 연기가 밖으로 나가지 않게 설계했다. 

 흡연 부스 하부 벽면에 오 대표가 개발한 모터를 설치, 적당량의 공기를 공급하고 상부 벽면에서 담배 연기를 모아 제거하는 환기시스템도 특허출원했다.

 오 대표는 "담배 연기와 혼합된 공기를 여러 단계로 필터링해 흡연 부스 내 공기 중 70%는 재순환되고, 나머지 30%는 외부의 깨끗한 공기로 교체해줌으로써 쾌적한 실내 공기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영록 수공아이엔씨 대표의 작품인 '흡연 부스'. / 이주현기자

 괄목할만한 성과는 그가 만든 흡연 부스가 지난해 10월 한국과학융합시험연구원으로부터 유해가스 제거 성능을 인정받은 것이다.

 시험은 그의 공장(경기도 화성시 무송동 470-2)에서 진행됐다.

 먼저, 밀폐된 흡연 부스 내 모든 팬 가동과 환기장치를 멈춘 상태에서 직원 9명이 들어가 각각 담배 한 개비씩을 태웠다. 이는 장치 내부의 초기 유해물질에 대한 기준농도를 산정하기 위한 초기절차였다. 휘발성유기화합물질과, 포름알데하이드, 일산화탄소 측정장비가 동원됐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관계자는 유해물질 기준 농도가 설정된 뒤, 배기장치가 가동되는 시점부터 시간대별로 대기 중의 유해물질의 양을 측정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흡연 부스 내 일산화탄소는 10분 내에 전부 없어졌고, 포름알데하이드는 20분까지 98.7%가 사라졌다. 총휘발성유기화합물질은 94.5% 제거됐다.

 이후에는 농도가 줄지 않고 일정하게 나타났는데, 이는 실험 참여자들이 시험기간 계속해 부스 내 잔류하면서 측정대상 물질의 미량 배출원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의 설명이다.

▲오영록 수공아이엔씨 대표가 흡연 부스 내부에 설치된 필터의 순환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주현기자

 이 소식을 듣고 일본의 한 기업이 계약을 맺자며 접근했다. 이어 병원이나 지자체 등에서도 관심을 보여 주문 제작에 들어간 상태다.

 오 대표는 제품의 상용화를 위해 늦어도 5월쯤 특허 등록을 마칠 생각이다.

 그는 "흡연 부스는 2인~12인용까지 고객의 주문 사항에 맞춰 제작하고 있다"며 "제품 설치가 쉽도록 이동형으로도 제작해 공항이나 호텔 등에서 다양하게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오는 26~29일 킨텍스 2전시관 9홀에서 열리는 '8회 국제화학장치산업전'에 이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담뱃값 인상에 정부의 금연 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지금, 이 흡연 부스는 빠른 시일 내에 빛을 볼 것.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공아이엔씨는 크린룸 냉·난방 공조설비 설계시공 전문업체로, 최근 맞춤형 흡연 부스 제작사업에도 뛰어들며 사세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출향 기업인인 오 대표는 충북 청주 오창에서 태어났으며, 중학교 졸업 때까지 이곳에 있었다.

▲오영록 수공아이엔씨 대표가 자신이 만든 흡연 부스의 공정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이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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