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흙사랑, "친환경 퇴비로 100억 원 연매출 일군다"
농협 흙사랑, "친환경 퇴비로 100억 원 연매출 일군다"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6.10.2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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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경제뉴스 정준규기자] 산업화는 인간에게 편리를 가져다 줬지만 많은 걸 앗아갔다. 대량생산과 속성제조가 자본가의 배를 불리는 동안 인류는 소중한 것을 잃었다. 먹을거리도 예외는 아니다.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농산물의 양적성장은 비대해졌지만 이를 품는 토양과 소비하는 인간은 날로 메말라 갔다. 거친 땅에 생명을 불어 넣는 유기농 퇴비가 최근 각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충북 괴산군 사리면에 위치한 농협흙사랑/사진 정준규

 

원료부터 다른 친환경 퇴비

충북 괴산군 사리면에 위치한 농협흙사랑은 친환경 재료를 이용해 유기농 퇴비를 만들고 있다. 무항생제 계분을 비롯해 이탄,미강,버섯부산물,커피박 등이 퇴비 원료로 사용된다. 엄선된 양질의 원료는 최적의 조건에서 발효과정을 거친 뒤 고품질 퇴비로 탄생된다.

농협흙사랑의 역사는 2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질의 인삼퇴비를 만들기 위해 전국 13개 농협이 공동출자해 지난 1994년 농협흙사랑을 설립했다. 농민을 내 가족처럼 생각하는 흙사랑의 퇴비연구는 창립이후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양질의 친환경 농산물은 물론 숨쉬는 땅을 만들겠다는 흙사랑의 외고집이 지금의 고품질 유기농퇴비를 양산하는 원동력이 됐다. 흙사랑 유기농 퇴비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얼까. 농협 흙사랑 최만수 대표는 원칙을 지키는 제조공정에 그 비결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농협흙사랑 퇴비배합공장 내부/사진 정준규

 

“퇴비원료가 들어오면 철저한 검사를 통해 선별작업을 합니다. 그런 다음 완전 발효를 통해 질소성분을 낮추는데 주력합니다. 이렇게 해야 토양을 살릴 수 있고 양질의 친환경 농산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벼를 수매할 때 엄격히 수분체크를 하듯 퇴비도 적정수분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한데 공정마다 지켜야할 원칙들이 많기 때문에 여간 손이 많이 가질 않습니다. 원칙에 정직하면 결과도 정직하듯 퇴비를 사용해 본 농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입니다. 새싹이 날 때부터 수확기까지 거름효과가 꾸준히 지속된다는 게 농민들의 이야기입니다. 기존 퇴비에 비해 냄새도 적고 맺힌 농산품도 실해 전국적인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취임한 농협흙사랑 최만수 대표/사진 정준규

 

농협흙사랑은 친환경 기술력을 바탕으로 ‘삼마니’,‘흙살이’ 등 현재 5가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이 중 입상퇴비라 불리는 유기농펠릿퇴비는 흙사랑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지난 2011년 농협흙사랑은 유기농 퇴비를 고농축화해 펠릿형태로 만들어 시장에 내놨다. 발효된 퇴비를 펠릿화시켜 저장성은 물론 퇴비 효능을 향상시키는데 성공했다.

혁신적인 제품출시에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유기농발효펠릿퇴비 제조기법’은 특허출원 4년만인 지난해 특허를 취득하는데 성공했다. 농협흙사랑은 지난해 20여억 원을 들여 퇴비 자동포장기와 로봇적재 시스템 등 유기농퇴비 자동화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연간 4만 2000여 톤의 퇴비를 생산해 전국적으로 약 200만 포 정도를 공급하고 있다.

생산 자동화를 통한 노동력 절감은 소비자들의 가격부담도 줄였다. 품질은 물론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흙사랑 제품이 전국적인 입소문을 타면서 매출도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 연 매출액은 90여억 원으로 4년 전에 비해 세 배 이상이 뛰었다. 최만수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 모두가 전국 농가를 발로 뛰며 이뤄낸 성과다.

저장성과 지속성이 뛰어난 유기농펠릿퇴비/사진 정준규
전국 배송을 위해 공장 앞에 쌓아놓은 유기농펠릿퇴비/사진 정준규

“예전엔 축분이나 계분이 발효를 거치지 않고 직접 밭에 뿌려졌지만 지금은 폐기물로 분류돼 전문 퇴비공장에 입고 된 후 완숙을 거쳐야 합니다. 농촌인구 노령화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퇴비 수요가 늘고 있고 농가들이 냄새 없는 퇴비를 찾는 추세다 보니 성장가능성은 밝습니다. 농협에서도 퇴비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대부분 10월~12월 사이 농가들이 직접 제품을 선택해 구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영업력도 사실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타 지역에서 만난 농민들이 우리 제품이 최고라고 칭찬해줄 때 큰 보람을 느끼죠. 울릉도,제주도까지 우리 제품이 납품될 만큼 인지도와 품질 모두를 잡았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 연매출도 20% 이상 뛸 것이라 자신합니다”

 

‘뚝심’의 농부, 흙사랑을 이끌다

올 2월 흙사랑 대표로 취임한 최만수 대표는 지역에선 손꼽히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대표 취임 전 충북인삼농협 조합장을 3선이나 역임한 그야말로 뚝심의 ‘농협맨’이다. 30여개 농협 자회사 대표 중 유일한 조합장 출신이다. 본업인 인삼농사를 위해 4선을 포기한 그에게 한삼인 경영고문을 맡길 만큼 그에 대한 농협의 신뢰는 두텁다.

흙사랑 대표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그의 광폭 행보는 변함이 없다. 취임이후 줄곧 전국 농가를 직접 돌며 흙사랑 퇴비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 현장을 찾은 최 대표는 제품홍보 뿐 아니라 농민들의 고충 하나하나 허투루 듣지 않는다. 최 대표 역시 50년 넘게 인삼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다 보니 농민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친환경퇴비의 성장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농협흙사랑 최만수 대표/사진 정준규

“우수한 퇴비를 만들어 농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그로 인해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황폐해진 땅을 살리는 게 급선무라고 봅니다. 숨쉬는 땅을 만들기 위해선 퇴비를 잘 만들어야 하고 이는 곧 농업경쟁력과 직결된다고 봅니다. 친환경유기농산물을 찾는 수요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테고 이에 필요한 유기농퇴비산업도 각광을 받게 될 거라 확신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전국 최고의 고품질 퇴비를 지속적으로 양산할 계획입니다.”

 

농협은 막대한 자산을 투입해 설비투자를 늘리며 흙사랑 성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4만여 ㎡의 부지에 비가림시설을 설치한 면적만 해도 1만 8천여㎡에 달한다. 흙사랑은 지난해 3억여 원을 들여 최신식 악취저감시설을 구비했다.

악취절감을 위한 설비투자에 그간 6억 원 이상을 투입했다. 가축분이 퇴비발효장에 들어오면 우선 비를 피해 깨끗한 물로 수분함량을 맞춘다. 발효과정에서 냄새가 발생하기 때문에 발효장 안에 연무를 살포해 냄새를 가둔다. 여기에 지속적인 미생물 처리를 통해 악취제거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발효를 거친 유기농퇴비는 포장과정을 거쳐 전국 농가에 배송된다./사진 정준규

상생을 위한 흙사랑의 이런 노력 덕에 한때 민원으로 얼룩졌던 마을주민들과의 관계도 호전됐다. “지역민들과 함께 공감해야 한다”는 흙사랑의 기업정신이 결실을 맺으며 주민들도 굳게 걸었던 마음의 빗장을 풀었다.

마을의 크고 작은 행사에 참석해 주민들과 소통의 시간을 갖는 것은 물론 사랑의 쌀 나눔 기부와 장학금 전달 등 소외된 지역주민을 위한 물적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014년에는 2천만 원에 달하는 예산을 관내 9개 마을발전기금으로 지원해 마을 주민들의 찬사를 받았다.

7년째 이어지고 있는 무료안경지원 서비스도 흙사랑의 지역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지난 2010년 농협흙사랑은 괴산 보광초등학교와 MOU를 맺고 안경 착용이 필요한 학생에게 무료안경지원을 해오고 있다.

올해도 괴산 보광초등학교 학생 23명이 이 협약을 통해 무료안경지원을 받았다. 농협흙사랑은 앞으로도 수익 중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다.취임 8개월 최만수 대표 역시 지역민들과의 상생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지역이 살아야 회사도 산다고 생각합니다. 흙사랑이 마을주민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흙사랑이 자리한 괴산뿐만 아니라 인근 음성지역까지 지원프로그램을 늘려 상생 방안을 모색하려 합니다. “흙사랑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지역민들과 공유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흙사랑 유기농퇴비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고 판매수익도 느는 만큼 지역사회에 더 큰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음식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과거 화려하고 기름진 음식이 좋은 음식을 대표했다면 이제는 친환경재료가 그 키를 쥐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은 신선한 농산물을 먹을 수 있을까’가 화두가 된 지도 오래다.

땅을 살리고 인간을 살리는 농협흙사랑의 친환경유기농 퇴비는 그래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고품질 유기농퇴비 생산을 위해 농협흙사랑이 걸어온 지난 20여 년은 말 그대로 ‘열정’이자 ‘집념’이었다. 수익창출에 몰두하기보단 농민을 돕고 농업을 살리겠다는 정신으로 끊임없는 진화를 거듭해온 농협 흙사랑.

“50년 땅과 함께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친환경농업을 위해 모든 열정을 쏟겠다”는 최만수 대표의 포부가 또 어떤 결실을 맺을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EO 인터뷰

농협흙사랑 최만수 대표이사

 

“제가 추구하는 경영철학은 더불어 같이 가는 세상입니다. 직원들과의 공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평소 직원들에게 ”나는 회사 대표가 아닌 가장 작고 낮은 심부름꾼“이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그만큼 직원들의 의견을 우선하고 존중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보면 직원들도 활기가 넘치고 조직도 생기를 띄게 됩니다. 전에 있던 농협에서도 직원들에게 “그저 부족한 나를 도와 달라. 내가 대표로서 모든 걸 다 헤쳐갈 수 없으니 그저 부족한 나를 도와 달라”고 큰절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임직원이 똘똘 뭉쳐 함께 가는 조직은 막강한 힘을 지니게 됩니다. “먹을 게 있으면 같이 나눠먹고 힘들 때 함께 헤쳐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운영해야지 이 회사가 CEO 것인양 착각하면 그 조직은 희망이 없죠. 제가 무일푼으로 시작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좋은 건 함께 나눠야 한다는 정신으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50년 넘게 농사를 지어온 이 땅의 농부입니다. 그래서인지 농민들에게 꼭 필요한 회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절실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미래의 희망이자 사명이라는 신념으로 지역민과 농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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