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크레파스,아빠 마음으로 만들었죠"-(주)고은빛
"초콜릿 크레파스,아빠 마음으로 만들었죠"-(주)고은빛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6.11.01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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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경제뉴스 정준규기자] 아토피로 힘들어 하는 자녀를 본 아빠는 안전한 크레파스를 만들겠다고 다짐한다.그리고 마침내 누구도 생각지 못한 재료로 크레파스를 만들어낸다. (주)고은빛 주윤우 대표는 그렇게 세상에 없던 크레파스를 만들어냈다.

(주)고은빛이 생산한 초콜릿 크레파스/사진 정준규

 

초콜릿...‘크레파스’가 되다

청주시 오송읍에 위치한 (주)고은빛은 초콜릿 크레파스를 만드는 회사다. 이름만 초콜릿 크레파스가 아니라 실제 초콜릿 성분을 넣어 크레파스를 만든다. 고은빛이 만드는 크레파스에는 카카오버터가 들어간다. 물론 당분과 향은 최대한 배제했다.

여기에 전분과 식용밀납,식용유를 배합해 단단함을 더 했다. 빛깔을 내는 색소 역시 무독성 색소를 사용해 안전성을 강조했다. 초콜릿 크레파스는 남다른 탄생배경을 갖고 있다. 여기엔 주 대표의 두 자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초콜릿 크레파스 성분인 카카오버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주)고은빛 주윤우 대표/사진 정준규

“아이들이 아토피를 앓고 있었는데 잠도 못자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파라핀이라고 하는 석유추출물로 크레파스를 만든다는 뉴스를 접했고 크레파스조차 중금속과 유해물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아토피를 앓고 있는 우리 아이들도 안전하게 쓸 수 있는 크레파스가 없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5살 난 아들이 “아빠, 초콜릿으로 크레파스를 만들면 어때요?”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순간 번쩍하고 무언가 머리를 스치더군요. 그런 크레파스를 만들 수만 있다면 판매는 어렵지 않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고은빛이 만드는 초콜릿 크레파스는 카카오 버터를 비롯해 전분,식용 밀납 등 인체에 무해한 성분으로 만들어졌다./사진 정준규

확신이 서자 주 대표는 오랫동안 운영해온 식품유통업체를 접고 곧바로 초콜릿 크레파스 개발에 들어갔다.사무실 한 켠에 실험실을 만들고 초콜릿을 녹이고 끓이는 작업을 반복했다.그렇게 보낸 시간이 5년이었다. 어려움도 많았다.

식품제조 경험이 없다 보니 기초부터 식품공정을 공부해야 했다. 방대한 특허자료를 꼼꼼히 살펴보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일이다 보니 연구비용도 만만치 않았다.다행히 지난 2014년 충북테크노파크에서 주최하는 바이오헬스 부분 ‘비지니스 아이디어 공모전’에 대상으로 선정돼 시제품 제작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제품개발 당시 힘들었던 점을 이야기하고 있는 주윤우 대표/사진 정준규

“객관성에 대한 검증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혼자 생각에 잘 팔릴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로 시장에 내놨을 때 소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저도 예측할 수 없었죠. 시립보육교사 2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80% 이상이 구매의사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결과가 그렇더라도 추정만으로 사업을 하기엔 위험부담이 컸죠. 객관적인 평가도 받고 재정적인 문제도 해결하기 위해 공모전에 도전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주 대표의 노력은 그 후에도 이어졌다. 초콜릿을 크레파스화 하기 위해선 전문가의 지식이 필요했다.식품관련 교수와 초콜릿 전문가들을 찾아 자문을 구했지만 반응은 시원찮았다. 식품원료로 크레파스를 만들겠다는 주 대표의 생각을 공감하지 못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혼자 실험실에 틀어 박혀 초콜릿과 씨름하는 것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노력이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수없는 시행착오 끝에 전분을 추가해 성분을 바꾸는 특수 제조 과정을 고안해냈다. 이렇게 주 대표가 실험실에서 만들어 낸 특허출원만 해도 15개나 된다. 마침내 카카오버터를 이용해 크레파스를 만드는데 성공했고 지난 2014년 5월 (주)고은빛을 설립했다.

 

초콜릿 크레파스...‘아이디어’가 ‘현실’로

크레파스제조의 경우 현재 유해물질 허용기준치만 충족되면 국내외 인증이 가능하다.하지만 이는 제조사와 허가기관 중심의 인증이지 소비자 중심의 인증은 아니라고 주 대표는 강조한다.“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은 유해물질이 전혀 없는 크레파스를 원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고은빛이 만드는 크레파스는 유해물질이 전혀 없다.크레파스뿐 아니라 케이스조차도 유해물질을 사용하지 않는다. ‘유해물질 제로’인 크레파스다 보니 무엇보다 피부자극이 거의 없다. “아이들이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는 크레파스를 만들겠다”는 그의 다짐은 각고의 노력 끝에 현실화됐다.

고은빛이 생산한 1,2차 초콜릿 크레파스와 별 모양의 3차 시제품/사진 정준규


“아이들에게 초콜릿으로 크레파스를 꼭 만들어준다던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가장 기뻤죠. 그 약속의 의미로 제품 속지에 ‘성현,성민 아빠 주윤우 올림’ 이라는 인사말도 적어 놨고요.돌아보면 참 힘든 시간이었지만 ‘만일 내가 식품이나 화학전공자였다면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자문해봅니다. 아무것도 몰랐으니 배짱으로 덤빌 수 있었고 ‘내가 해서 안될 게 뭐 있나’하는 깡으로 어려움을 이겨냈죠(웃음)”

 

식품원료를 쓰다 보니 초콜릿 크레파스는 일반 크레파스보다 가격이 비싸다. 가격부담에도 불구하고 처음 생산한 1차 제품과 디자인을 바꿔 출시한 2차 제품 모두 불티나게 팔렸다.입소문이 나면서 온라인과 대리점을 통해 10,000 세트가 팔려 나갔다. 해외 반응도 좋았다. 1차 생산품은 대만으로 수출됐고 중국에 있는 백화점으로도 상당량이 납품됐다.

(주)고은빛 주윤우 대표와 직원들/사진 정준규

“대만으로 처음 수출할 때 직접 항구에 나가 선적하는 걸 지켜봤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격스러웠죠. 곧 있으면 한층 업그레이드 된 3차 제품이 출시되는데 벌써부터 국내외 반응이 뜨겁습니다. 아이들 손에 맞도록 디자인을 바꾸고 아로마 향을 첨가했는데 시제품 제작 전부터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공을 많이 들인 만큼 저희들도 기대가 큽니다”

 

주 대표는 아이들이 잡기 쉽도록 기존 스틱형 크레파스를 별 모양으로 바꿨다.스틱형의 경우 부러지면 아이들이 삼킬 염려가 있어 이 점도 고려했다. “별 모양이 손의 촉감을 자극해 지능발달이나 정서발달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 대표는 이야기한다.

여기에 아로마 향을 첨가해 후각 발달 효과도 노렸다. 지난달 독일에서 있었던 유아교육박람회에 고은빛의 3차 제품 소식이 전해졌다. “별모양 디자인과 아로마 향이 첨가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외관계자들이 적극 구매의사를 밝혔다.

미국,홍콩 등지에서 문의가 빗발쳤고 시제품도 없는 상황에서 선주문이 이어졌다. 수출 전망은 밝다. 주 대표는 “해외 박람회를 통해 인지도를 끌어올려 수출을 확대해 나간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일반 크레파스와의 가격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가격을 낮추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아이들의 시선을 끌만한 디자인 캐릭터가 없단 점도 유 대표의 고민이다. 대형문구회사의 경우 라이센스 비용을 지불하고 캐릭터를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은 그럴 여력이 없다는 게 주 대표의 설명이다.

별모양으로 디자인을 바꾸고 아로마 향을 추가한 3차 제품/사진 정준규

 

“라이센스 캐릭터와 경쟁하기 위해선 자체 디자인이나 캐릭터를 고안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대형회사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눈길을 끌 만한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대학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차별화된 디자인을 만들어 갈 생각입니다.”

 

(주)고은빛은 지난해 12월 대한민국발명특허대전에서 금상을 받았고 지난 7월에는 신용보증기금이 주최한 창업공모전과 ‘스타트업 데모데이’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를 계기로 펀딩포유와 진행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도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온라인 소액공모로 발행된 증권청약을 통해 차기 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했다.

남들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일을 고은빛은 보란 듯이 해냈다. 그리고 더 나은 제품을 위해 지금도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아이들만을 생각하는 고은빛 주윤우 대표의 순수한 마음이 또 어떤 기발한 크레파스를 만들어낼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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