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유출 어쩌나”… SRT 개통에 충청권 병원 ‘긴장’
“환자 유출 어쩌나”… SRT 개통에 충청권 병원 ‘긴장’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6.12.1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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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경제뉴스 이주현기자] 충청권 병원들이 수서고속철도(SRT) 개통에 따른 지역 환자 역외 유출 우려로 긴장하고 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이 SRT 개통에 맞춰 병원 셔틀버스를 수서역까지 연장 운영키로 해 지방 환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치원읍의 한 거리. 빼곡하게 들어찬 의원가 사이로 시민들이 길을 걷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 / 이주현기자

세종 시민 절반 이상 ‘원정 진료’
12일 충청권 병원가에 따르면 지난 9일 SRT 개통에 따라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지역 의료비 등이 빠져나가는 이른바 ‘빨대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속속 제기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국민건강보험이 발간한 ‘2015년 지역별 의료이용통계연보’를 보면 세종은 66.3%, 충북은 26.1%, 충남은 31.6%, 대전은 12.5%가 타 지역에서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의 경우 시민의 절반 이상이 원정 진료를 가는 셈이다.

세종시가 지난 2013년 8월부터 2014년 8월까지 1년간 시민들을 대상으로 ‘세종시내 의료기관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22.4%가 타 지역 의료기관 이용에 의존한다고 답했다. 주로 간 지역은 대전(48.6%), 청주(20.1%), 천안(12.8%), 서울‧경기(12%)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지역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지리적으로 수도권과 가까운 충남의 경우 수도권 의료기관 진료비는 지난 2009년 3100억 원에서 2014년 4200억 원으로 1000억 원 증가했다.

충북의 경우 지난해 새누리당 문정림 전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충북도내 26만 명의 환자가 3000억 원의 진료비를 수도권 의료기관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홈페이지에 걸려있는 SRT수서역 병원 셔틀버스 운행표. / 이주현기자

삼성서울병원 SRT 개통 맞춰 셔틀버스 운영
삼성서울병원의 수서역 셔틀버스 운행도 환자의 수도권 쏠림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9일 SRT 개통에 맞춰 병원 셔틀버스를 수서역(1, 3, 6번 출구)까지 운행하고 있다.

평일 오전 7시 50분부터 오후 5시까지 10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토요일은 낮 12시 10분까지다.

버스 정류장에는 ‘병원 셔틀버스는 환자분들을 위해 운행하는 것으로 일반인은 이용하실 수 없다’고 적혀있다.

세종경제뉴스 취재진이 삼성서울병원에 환자 유인행위 등 의료법 위반 여부를 묻자 “문제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보건복지부와 강남구보건소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행 의료법상 다수가 아닌 내원한 환자 및 예약 환자에 대해 제한적인 범위내에서 교통 편의를 제공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으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고 셔틀버스 등을 운행할 수 있다.

강남구보건소 의약과 관계자는 “지난 10월 26일 국토교통부로부터 SRT 개통 시 교통 대책 수립을 적극 검토하라는 공문을 받았다”며 “최근 삼성서울병원은 법적 절차를 밟아 자치단체장의 승인을 얻어 셔틀버스를 운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주시의사회 관계자는 “SRT 개통으로 지역 공동화가 가속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수도권 병원에서 지방 병원과 협진 체계를 구축한다고 해도 서울 진료 후 청주로 다시 의뢰가 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며 “청주시의사회 차원에서 지역 환자 지역 병의원 보내기 운동, 지역인사 지역 주치의 만들기 운동 등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사 내용과는 무관. / 사진=박상철 기자

SRT 개통에 따른 환자 유출, 충청권 병원가 의견 ‘분분’
SRT 개통을 두고 충청권 병원가는 의견이 분분했다.

대전 유성구 A종합병원 관계자는 “대전지역의 환자 유출 우려는 KTX가 생겼을 때부터 시작됐다”면서 “구체적으로 SRT에 따른 병원의 영향 분석을 하진 않았지만, 유출을 막기 위한 지역 병원과의 유기적 협력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 서구 B종합병원 관계자는 “SRT의 평균 운임이 KTX보다 평균 10% 저렴해 대전에서 무궁화, 새마을호를 타고 서울로 가는 환자들이 늘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 환자의 역외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병원 내부에서 꾸준한 진료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환자들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귀띔했다.

반면 충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충북 청주 사직동 C병원 관계자는 “호남선 개통 때도 환자 유출 문제로 걱정을 했지만, 체감되지 않을 정도로 환자 수에 변화가 없었다”며 “SRT 개통에 따른 영향을 무시할 순 없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병원 운영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 율량동 D종합병원 관계자는 “충북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 본다”며 “충북 환자들의 대부분은 큰 병이 나면 지리적으로 가까운 서울 등 수도권 병원을 찾는 게 기정사실”이라고 전했다.

충북 청주 가경동 E성형외과 원장은 “충북보다는 거리가 먼 광주나 대구 등의 환자 유출이 심할 것”이라며 “청주에서 아산병원을 가더라도 동서울행 버스로 1시간 20분이면 가니 SRT의 영향을 많이 받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 가경동 F종합병원 관계자는 “SRT 등 노선이 생겨서 지역 환자가 유출된다는 관점은 이기적이라 생각한다”며 “큰 의미에서 보면 지역민들의 편의를 위해 만든 것인데, 경영적 관점에서만 볼 게 아니라 병원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키워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 사천동 G정형외과 원장은 “SRT 노선이 ‘의료의 메카’ 강남으로 향하다 보니 지역 의료계를 넘어 경제적인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며 “지역에서 환자 유출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수서~청주 오송’ 구간 요금은 SRT 1만 5400원, KTX는 1만 8500원으로 무려 16.7%나 차이가 난다. 한강 이남이 목적지인 승객은 요금과 운행시간 측면에서 SRT를 이용하는 것이 단연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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