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길 막막 충북 산란계농가, 美달걀 수입 '한숨'
살 길 막막 충북 산란계농가, 美달걀 수입 '한숨'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7.01.1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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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낳는 닭 150여 만 마리 살처분, 종계도 없어 재입식 시기 불투명

[세종경제뉴스 정준규기자] 정부가 AI(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달걀 수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산 달걀 163만 개를 수입하기로 한 가운데 충북 지역 산란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AI로 음성,청주,진천 등 충북지역에서 살처분 된 산란계는 150여 만 마리로 충북 전체 산란계의 40%가 매몰되거나 살처분됐다.

이동제한구역이 풀린 농가의 경우 산란종계를 들여 재입식을 하려해도 종계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현재 국내 산란종계 농장은 14곳으로 7개 업체가 운영하고 있다. 이중 이번 AI발병으로 지난주까지 전체 사육대비 48.3%인 41만수가 매몰됐다. 산란종계 절반이 살처분 되면서 산란종계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한양계협회 박재철 충북지회장은 “종계를 지금 들여와도 그 종계가 낳은 알이 산란계가 되려면 1년여가 소요되고 산란계가 알을 낳아 달걀이 시장에 정상공급되기까지 약 18개월 정도가 걸린다”며 “지금 입식이 이뤄진다 해도 내년 6~7월이나 돼야 달걀생산이 정상화될 수 있는데 종계마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이동제한구역이 풀리지 않은 농가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정부지침에 따르면 이동제한구역이 해제되더라도 까다로운 검역과 시범사육기간을 거쳐야 입식이 가능하다. 이렇게 이동제한구역해제부터 재입식승인까지 걸리는 기간이 3개월이나 되다보니 농가로선 달리 손 쓸 방도가 없다.

음성에서 십여년간 양계업을 해온 김 모씨도 이번 AI 사태로 큰 피해를 봤다. 그도 애지중지 키우던 산란계 수십 만 마리를 살처분 했다. 그는 “농장에서 AI병원균이 불검출된 지 10여일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이동제한구역에 묶여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이동제한구역이 풀린다 해도 종계가 없어 입식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인데 정부나 지자체는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충주의 또 다른 농장주는 “지금 시급한 산란계를 부화시킬 수 있는 종계현황 파악인데 당장 시중에 달걀이 부족하다고 미국산 달걀을 수입하는 건 말그대로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종계를 수입해서라도 재입식을 서두르지 않으면 더 큰 대란이 찾아올 거”라고 경고했다.

미국산 달걀 수입에 대해 산란농가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번주 항공편으로 공수되는 미국산 달걀 공급가는 한 판에 1만 원선. 가격도 만만치 않은데다 책정된 항공료 지원 예산 9억 원을 다 쓴다 해도 들여올 수 있는 물량은 1,300만 개 수준이다. 이는 하루 국내 일일 소비분을 메우는 수준에 불과하다. 도내 산란계 농가들도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양계협회 서기환 음성지부장은 “재입식을 통해 국내 달걀 수급을 정상화시키려면 1년 이상이 걸리는데 달걀 수입으로 얼마나 버티겠다는 건지 의문”이라며 “ 근본적 해결책 없이 달걀만 수입하는 정책으로는 일만 더 키울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근시안적인 달걀 수입 정책은 결국 산란계 농가를 고사시켜 농촌 몰락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가 근본적인 수습책을 마련해 산란계 농가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란계 피해 농가에 대한 구제책도 시급하단 지적이다. 피해농가의 경우 살처분으로 이미 큰 손실을 입었지만 문제는 이런 상태로 농가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다. “내년 하반기나 돼야 달걀 생산이 가능한데 그때까지 생계를 이어갈 일이 막막하다”고 농민들은 성토하고 있다.

현재 입식을 못하는 부분에 대해 소득의 70%를 지원해주는 입식지원자금이 있지만 문제는 지원기간이다. 산란계 농가는 종계입식을 한다 해도 달걀이 생산되는 시기까지는 수입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달걀이 생산되는 시점까지 생계지원자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많은 농가들이 대출을 받아 양계업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생계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성토했다.

음성에서 산란계를 키워온 한 농민은 “이번 AI 사태로 산란계 농가가 받고 있는 정신적,금전적 피해는 이미 한계점에 와있다” 며 “부도가 나 처벌을 받든 종계를 입식해 처벌을 받든 상황은 매한가지라는 이야기가 농민들이 사이에 나돌 정도로 상황이 절박하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농민은 “산란계 농가들이 고사직전에 있는데 정부는 당장 눈에 보이는 달걀 수급에만 좌불안석”이라며 “눈가리고 아웅식의 정책이 계속된다면 산란계 농가의 몰락으로 이어져 향후 더 큰 사회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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