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숙희의 茶이야기]차를 대신하는 음료이야기
[박숙희의 茶이야기]차를 대신하는 음료이야기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7.02.27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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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희 한국차문화협회 충북지부장

[박숙희 한국차문화협회 충북지부장] "자스민차는 자스민꽃으로 만드나요?"

"아닙니다. 자스민꽃 향기를 머금은 녹차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찻잎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차라고 하지 않습니다."

‘차’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음료의 총칭으로 여기지만, 원래 나무 이름이다. 대나무를 ‘대’, 소나무를 ‘솔’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또 ‘차나무’의 새순을 따서 만든 마실 거리를 ‘차’라 하고, 이것을 우리거나 끓인 물도 ‘차’라고 한다.

감잎차, 대추차, 유자차, 인삼차. 차나무 잎이 조금도 들어가지 않은 마실 거리를 차라고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삼국유사,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서 속의 차는 음료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었다. 신이나 귀인에게 올리는 예물이요 국가의식에 사용되는 귀중품이었다. 왕은 차를 몸소 직접 갈아 가루차를 마시기도 했다.

고려 때에는 국가의 제례, 사신 접대, 공주를 시집보내거나 왕비책봉 때, 심지어는 죄수를 처형할 때에도 의식에 앞서 차를 올리는 의식을 행했다. 심지어 조선은 군대를 출병시킬 때도 다례(茶禮)의식을 행했다.

차는 영하 15도 이하에서 얼어 죽어 남부지역 일부에서만 재배된다. 그런 때문에 생산량은 늘 제한적이었다. 몇 해 전에도 봄에 갑자기 냉해가 들어 차 수확이 줄어 찻값이 오른 적이 있었다.

미각이 발달되고 솜씨가 뛰어난 선조들은 차 대신의 음료를 만들었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 주변에서 민간요법으로 쓰는 식물들의 잎, 줄기, 뿌리 등으로 만든 음료. 이렇게 만들어진 차 대신의 음료를 대용차라 부르기도 한다.

감잎을 차처럼 만든 감잎차, 대추 끓인 탕인 대추차. 민간요법처럼 대용차는 누구나 손쉽게 재료를 구할 수 있다는 이로움으로 오늘날까지 차 대신의 위치에서 우리를 즐겁게 하고 있다.

어릴 적 삼촌이 황달이 갑자기 생겨 얼굴이 노래진 적이 있었다. 할머니는 어렵게 참외꼭지를 구해 태운 재를 삼촌 코에 불어넣으셨다. 그 때문에 황달이 나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문 밖만 나서면 병원인 요즘은 한갓 옛 얘기에 불과하다.

차는 재배지가 한정되어 있어 값은 부담스럽고, 눈에 확 띠는 즐거움도 없다. 이런 이유로 화사한 꽃이나 주변의 흔한 재료에 끌려, 혹은 한약재라고 내세우며 대용차를 만든다면, 어찌 차와 비교가 되겠는가. 할머니의 옛 얘기처럼.

한약 재료로 만들었다고 한약이 되지는 않는다. 영국,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향기를 살린 홍차는 주재료인 홍차에 꽃이나 과일, 향신료 등을 소량 첨가시켜 홍차의 맛과 향이 더 살아나도록 만든다. 중국의 꽃차(花茶)는 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녹차나 오룡차에 꽃향기를 흡착시켜 만든다.

선조들이 예를 숭상하고 풍류를 즐겼다고 해서 예쁘고 화려한 마실거리를 마다했을까. 독버섯은 화려하거나 특별한 모양으로 우리 눈을 일시에 끌어당기는 점을 고려한다면 좋은 대용차를 고르는 방법도 이와 유사할 것이다.

차는 해독작용, 소염작용, 각성작용의 효능을 가진 무엇보다 뛰어난 음료이다. 차나무 잎으로 만든 정통의 ‘차’를 마시며 춘곤증을 달래고 건강을 지키는 것은 소소한 삶의 지혜가 되기에 충분하다.

 

    박 숙 희 한국차문화협회 충북지부장

 

     ▶ 충북대 평생교육원 인성차문화예절지도사 강사

     ▶ 한문교육학 박사

     ▶ 서일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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