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 접점 찾기 난항
‘상법개정안’ 접점 찾기 난항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7.02.28 1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안 취지 벗어나 자회사가 모기업 주주 ‘아바타’ 될수도
중소․중견기업들 부담도 커
국회 법사위, 여․야 이견 좁히지 못해 일단 파행

[세종경제뉴스 이주현기자] 상법개정안을 놓고 여․야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재벌개혁 등을 명분으로 입법화를 주장하고 있고, 여당과 재계 등은 투기 자본의 침입, 기업 위축 등을 내세우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상법개정안이 뭐길래
그 간 재계는 대기업, 상장기업 등의 경영권 방어가 취약해지는 틈을 타 투기 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명목으로 상법개정안을 반대해왔다.

이 개정안은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소액 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취지인데, 오히려 지회사가 모기업 주주의 ‘아바타’가 될 가능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상법개정안에는 △집중투표제도 의무화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 △전자투표제도 단계적 의무화 △자사주 처분 제한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 중 재계는 감시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 투표제 의무화 , 자사주 인적분할 시 의결권 제한 등 기업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안 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바로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 투표제 의무화’다.

사외이사를 겸하는 감사위원을 선임 시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제도와 소액 주주들이 표를 몰아 투표할 수 있는 집중 투표제 의무화까지 시행되면 투기 자본의 기업 이사회 장악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여기에 다중대표소송제도까지 도입되면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의 위법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자회사 경영진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경영권 분쟁이 잦아질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 주가 차익을 추구하는 투기 자본이 기업을 장학할 시 기업가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경제단체는 지난 2013년부터 상법개정안 통과 등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2013년 9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정부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경실련 및 경제개혁연대, 참여연대, 민변민생경제위 관계자들이 일정 자산 규모 이상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 및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절차 개선 등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 개혁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중소․중견기업들 부담도 커
상법개정안 입법화 시 중소․중견기업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중견기업연합회는 지난 2월 16일 성명서를 통해 상법개정안은 중소․중견기업의 부담을 키운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들은 “투기성 외국자본이 공격할 경우 기업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도로 인해 무방비상태가 된다”며 “전체 기업의 86%인 중소·중견기업은 상장을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중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을 입법한 국가는 극히 일부라고도 했다. 해외에선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가 기업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소액 주주․근로자에 사외이사 선임권을 부여하는 것은 출자지분에 비례하지 않은 비합리적 우대로 주주 자본주의를 침해할 우려가 높다”며 “전자투표제 도입과 무관하게 소액 주주의 적극적 주총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이 있고 기업의 자기주식 취득·처분에 대한 제한에 대해서는 타당성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자 투표제 의무화는 원칙적으로 공감하지만 비용 대비 실효성은 의문”이라며 “주주들의 무관심이라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주주총회 결의 요건 완화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野, 상법개정안이 경영권 위협? 억지 주장
이에 대해 야당은 전혀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8일 그간의 상법개정안에 대한 우려에 대해 억지 주장이라고 밝혔다.

윤호중 의장

윤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부 언론이 우리 당의 경제민주화법안 중 하나인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중견기업 188개가 경영권을 위협받을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와 집중투표제는 소주주의 경영참여 확대와 대기업 경영권에 대한 합법적 통제, 감사위원 기능 내실화 등으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며 "대주주가 권한을 행사하지 못 해 이사 다수가 외국인 주주에 넘어갈 수 있다는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들어 기업인을 겁주고 민주당과 기업을 이간하는 보도 태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미 시중은행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1명 이상을 분리선출하는데, 그 은행들이 외국 자본에 넘어갔다는 뉴스를 본 적 없다"며 "법무부 상법 개정안 입법예고에도 포함된 제도를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잘못된 보도로 국민을 현혹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 이견 좁히지 못해 일단 파행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지난 27일 경제민주화 조항이 담긴 상법개정안을 심의했지만, 여야의 의견 충돌로 일단 파행됐다.

이날 법사위는 여야 4당이 합의한 다중대표소송제도와 전자투표제 단계 의무화만 논의했다.

다중대표소송제도의 경우 절충안이 거론돼 진행에 속도가 붙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본법을 차용해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자회사의 총자산이 모회사 총자산의 20% 이상인 경우에만 이를 도입하는 것으로 논의됐다.

소송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모회사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거나 부정한 이익을 도모한 경우엔 소송을 금지키로 했다.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추가한다는 내용도 오갔다.

그러나 여당 측에서 상법개정안 외 법원 조직법 개정안 등 다른 법안도 안건에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야당 측의 반발을 사 결국 처리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