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숙희의 茶이야기] 가는 봄날의 차 한 잔
[박숙희의 茶이야기] 가는 봄날의 차 한 잔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6.04.19 14: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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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차문화협회 박숙희 충북지부장

[한국차문화협회 박숙희 충북지부장]  생기가 가득 찬 봄을 좋아하는 이가 어디 한둘이랴. 정조의 사위 해거재(홍현주 선생의 호)는 가족들과 봄놀이 차회(茶會)를 즐기며 봄꽃을 기다리는 멋진 시를 남겼다.

  보슬비 실바람 시새움 분분하니
  살구꽃 소식 어느 때 들리려나
  달뜨자 작은 집은 바다처럼 고요한데
  다로 위 한줄기 연기 구름인 듯 맴도네.
  -청명 전 5일 두 번째 모임(淸明前五日第二會)에서-

   봄나들이라도 나가 보려니 간밤에 내린 봄비 탓인지 벌써 산벚꽃은 흔적만 희미하고 진달래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있다.
 

 당나라 때 시선(詩仙) 이태백은 가는 봄이 안타까워 형제들과 복숭아꽃, 배꽃이 어우러진 동산에서 온종일 상춘객(賞春客) 노릇도 부족해 밤에도 촛불을 켜고 즐겼다는 이야기가 자못 남의 얘기만은 아닌 듯싶다.

▲옥천 팔공선원을 찾은 대종사 도문 큰스님

참으로 고운 봄빛이 그리운 날, 옥천 팔공선원 스님께서 큰스님을 모시는 차자리를 부탁해 오셨다. 꽃비가 내리는 속에 차자리를 펼치니 이태백도 해거재도 부럽지 않다.

  언덕을 올라오시는 큰스님은 마침 반가운 처사를 만나 함박웃음을 지으시는데 그 모습이 천진스러이 봄꽃보다 아름답다.
 

 차 한 잔 받아 드시고, “맛이 좋군. 공부를 많이 했구먼.” 하시는 말씀이 내겐 그대로 법문이요 부족한 공부를 일깨우는 축원의 게송이다.

  봄빛 속에 나가고 싶으나 황사가 걱정이라면 따뜻한 녹차 한 잔 우려내어 보온병에 담아가 보자. 차 속의 카테킨은 춘곤증 해소에도 도움을 주니 목도 씻고 일석이조가 아닌가. 산과 들의 봄 치장처럼 내 몸과 마음도 맑은 찻물로 씻어내 본다.

 

 

박 숙 희 한국차문화협회 충북지부장

충북대 평생교육원 티소믈리에 강사

서일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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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2016-04-26 19:46:56
좋은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