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에 병원도, 기업도 ‘울상’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에 병원도, 기업도 ‘울상’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7.07.1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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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인상 직격탄에 대안 없어 발 동동
“중소기업 42%,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
“최저임금 못 받는 근로자들 줄이는 게 더 중요”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 관련 T/F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기획재정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두 자릿수로 결정되면서 병‧의원과 중소기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인건비 등 재정부담에 대한 현실적인 우려들이다.

정부는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최저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직접 지원하는 등 지원대책을 내놓았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2018년도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올해보다 1060원(16.4%↑) 올랐다. 2007년(12.3%) 이후 11년 만의 두 자릿수 인상폭이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57만 3770원이다. 일 8시간, 주 5일 근무했을 때 얘기다. 지금과 비교하면 월 22만 1540원 오른 수치다.

인건비 인상 직격탄에 대안 없어 ‘발 동동’

17일 충북지역의 한 제조업체 대표 A씨는 세종경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상된 금액보다 임금을 더 많이 주면 좋겠지만, 현재 매출을 올릴 거래처가 늘지 않아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매출이 뒷받침돼야 직원들 임금을 올려도 부담이 없는데, 돈 나올 곳은 한정적이니 피가 다 마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조업체 대표 B씨도 “영업이익이 적어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이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며 “게다가 제조업 특성상 야간비에 주말 특근비, 상여금 등 최저임금이 인상된 만큼 추가 인건비 부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 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평균 주 6일에 일 10시간쯤 운영하는 병․의원 원장들은 더 울상이다.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료를 하는데, 그만큼 임금을 더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충북의 한 피부과 원장은 “저수가 등 의료계를 옥죄는 규제는 많아지는데, 현실적으로 병의원을 살리는 정책은 없는 것 같다”며 “당장 신입 간호조무사들 월급을 올려주면 연쇄적으로 경력직들도 임금을 올려줘야 하는데, 쉽게 계산이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원장은 “갈수록 경영하기가 힘들어지고,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탄력 근무제를 하는 등 힘들어도 내가 다 할 수밖에 없겠다”며 “인건비 인상에 대한 대안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42%,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

이 같은 우려는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중소기업 단체 등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에 대한 입장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성명에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는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했다"고 평가하며 "462만명의 근로자가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인상으로 최저임금 근로자의 84.5%가 근무하는 중소·영세 기업은 막대한 추가 인건비 부담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중소기업의 42%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고 있으며 소상공인의 27%가 월 영업이익이 100만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경영환경은 심각히 악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본급이 시급 7530원이고 정기상여금 400%를 지급하는 사업장의 실제 시급은 1만40원에 육박하기도 한다"며 "상여금 비중이 높은 고임 근로자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더 많이 누리지만 중소·영세기업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지난 15일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결정이 발표된 직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은 높은 수준”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이번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2018년 기업의 추가부담액은 15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지불능력 한계를 벗어난 영세기업들이 범법자로 내몰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중소기업 332개 업체를 대상으로 ‘2018년 적용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중소기업 의견조사’를 한 결과를 근거로 내놨다. 이 결과에는 올해 최저임금이 고율 인상될 경우 중소기업 절반인 56%가 '신규채용을 축소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감원하겠다'는 기업도 41.6%다. 이밖에 '사업종료(28.9%)', '임금삭감(14.2%)'이 뒤를 이었고 수용 의견은 10.2%에 불과했다. 오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인상(매년 15.7% 이상)에 대해선 중소기업 10곳 중 5곳인 55%가 '인건비 부담으로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답했다.

“최저임금 못 받는 근로자들 줄이는 게 더 중요”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보다 정해진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 수를 줄이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2017년 국회 입법조사처보 여름호에 "최저임금 인상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법으로 정해진 최저임금도 못 받는 근로자를 줄이는 일"이라며 "최저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계속 늘어난다면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온다 해도 먼 나라 얘기만 될 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최저임금에 민감한 곳은 경영여건이 열악하고 지불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고, 이런 중소기업이 우리나라 고용 85%를 담당하고 있다"며 "영세 중소기업들은 생존의 위기로 내몰리고 그 결과 필연적으로 고용의 위기가 수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의도와 달리 저소득층 빈곤해소에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상승이 빈곤완화에 기여하는 정도는 최저임금근로자의 어느 정도가 빈곤가구에 속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최저임금근로자 중 다수가 빈곤가구가 아닌 저소득층 또는 중산층이기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11.9%가 빈곤가구에 속해 있으며,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근로자는 이 중 35.3%다. 최저임금근로자의 약 65%는 빈곤가구가 아닌 저소득가구 또는 중산층 이상의 가구에 속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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