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에 칼 빼든 정부, 이번엔 약발 먹힐까?
부동산 투기에 칼 빼든 정부, 이번엔 약발 먹힐까?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7.08.0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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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4구, 세종시 투기과열지구 지정
투기과열지구 놓고 야당 이견 갈려

편집자 주=“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만큼은 잡겠다”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그리고 얼마 전 청와대 초청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부동산 가격을 잡아주면 피자 한 판씩 돌리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이들의 공통점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대대적으로 천명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10년이 지났지만 부동산 시장은 달라진 게 없다는 거다.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집값은 고공 행진했다.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된 부동산 시장을 이번 정부는 제대로 다룰 수 있을까. 세종경제뉴스는 투기로 얼룩진 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짚어보고 정부와 여당의 행보를 조명한다.

 

 

강남 4구, 세종시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중복 지정

정부와 여당은 2일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와 투기지역 중복 지정 등을 담은 주택시장 종합대책을 내놨다. 지난 6월 19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 이후 한 달 반 만이다.

이번 부동산 대책의 맹점은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다.

눈에 띄는 것은 6년 만에 부활한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다. 이는 2002년 8월 주택건설촉진법(현 주택법) 개정으로 도입됐다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제외한 지역이 모두 투기과열지구에서 풀렸다. 이곳 역시 2011년 12월 해제되면서 투기과열지구는 사라졌다. 지난해 11·3 대책과 올해 6·19 대책에서도 투기과열지구 도입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시장 경착률 우려 등으로 시행되진 않았다.

이날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된 곳은 서울 강남 4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강동구)와 세종특별자치시다.

쉽게 말해 이번 조치는 주택 투기가 성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정부가 관리한다는 것이다. 투기 수요로 인한 부동산 불안을 잠재우고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촉진시킨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투기지역 지정은 목적은 같지만 근거하는 법이 다르다. 투기과열지구는 국토교통부장관이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해당 지자체장의 의견을 들어 지정 또는 해제할 수 있다.

투기지역의 경우 전국 소비자물가상승률보다 월별 집값 상승률이 30%이상 높은 지역 중 직전 2개월의 집값 상승률이 전국 평균보다 30% 이상 높거나 1년 연평균 상승률이 직전 3년간 전국 평균보다 높을 경우 지정된다.

큰 틀에서 이번 대책은 주택시장 과열을 완화하고 투기수요를 사전에 차단, 시장에 낀 거품까지 제거하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의 고강도 대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주택공급계약 체결을 할 수 있는 날부터 5년간 분양권 전매가 제한된다. 6억 원 이상의 주택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도 40%로 낮아진다. 추가 대출도 막히다보니 사실상 대출을 통해 2채 이상 집을 구입하는 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자금조달 계획과 입주계획도 밝혀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조합원 분양가구 수 1가구 제한 등 14가지 규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적용된다.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은 3일자로 효력이 발생한다.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예정지역으로 한정된다. 

투기과열지구 놓고 여야 이견 갈려

투기과열지구 놓고 여야 이견 갈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투기 근절에 한목소리를 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마련을 위한 당정협의에서 “집값 상승 원인이 다주택 투기 수요에 있다고 보는 만큼 다주택 투기 수요를 막는 핀셋 대책이 필요하다”며 “부동산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 확대 정책과 청약 불법행위 차단 대책이 함께 마련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요즘 부동산이 강북과 강남을 가리지 않고 이상 과열을 보이고 있다”며 “투기 수요로 인한 부동산 불안은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뜻을 함께 했다. 김 장관은 “정부는 단기 투기 수요 억제를 통해 주택시장 과열을 완화하고 실수요 중심의 종합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번 대책은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가 확대될 수 있도록 신혼부부 등 서민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 공급 확충을 주된 내용으로 담았다”고 밝혔다.

반면 야3당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실패한 부동산 규제 대책과 유사하다는 이유다.

당시 참여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등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신규 아파트 공급 축소 등과 맞물리면서 부동산 시장 잡기에 실패했다. 2004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지만 약발이 들진 않았다. 실제로 참여정부 5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56.58%나 뛰었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이번 대책은 노무현 정부 때 시행했던 투기억제 대책을 뒤범벅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는 단군 이래 최고였지만 시장에 역행하는 정책으로 건국 이래 최고로 집값이 폭등했던 노무현 정부 시즌 투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문재인 정부는 지난 6·19 부동산 대책이 맞춤형 규제라고 자신했지만 오히려 7월에는 서울지역 주택가격 상승폭이 200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며 "부동산 폭등에 시스템 전반을 총체적으로 접근하지 못하면 제2의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반복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시장경제 주체들의 활성화를 위해 일자리를 늘리고 해야 하는데 시장의 요구와는 반대되는 반시장 정책이 난무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부동산도 주거 수요에 부응하는 공급이 작동되는데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규제 완화 측면에서 접근하면 된다"고 평가했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바른정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이혜훈 대표는 정부의 부동산정책 발표를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시즌2 같다며 시장에 역행하는 정책으로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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