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숙희의 茶이야기]
[박숙희의 茶이야기]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6.04.26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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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농(神農)이 차를 만나다'

[박숙희 한국차문화협회 충북지부장] 알록달록한 빛깔과 독특한 맛을 지닌 열매가 인류의 관심을 끄는 음식이 되긴 쉬웠겠지만 나무의 잎으로는 그리 흔한 일은 아닐 성 싶다. 더구나 동백나무처럼 뻣뻣하고 특별한 맛도 갖지 못한 차나무 잎이 세계인이 즐기는 음료가 되었다는 것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런 차를 처음 발견하여 마신 사람은 누구일까.

 「신농(神農)」은 처음 농사를 가르친 농업의 신이요 의학의 신이다. 불을 처음 발견해 염제(炎帝)라고도 불린다. 농본사회였던 과거에는 신농의 업적을 기리며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중국,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올렸다.

▲ 중국 복건성 무이차박물관에 있는 신농씨 동상

 선농제(先農祭)라 불리는 우리의 이 제사는 신라 때부터 일제강점기 전인 1909년까지 있었던 국가 제사이다.

 농민들의 생활 안정이 국정의 기본이었기에 왕의 참석은 물론 제사 후에는 왕이 직접 농사일에 모범을 보여 실천의 중요함을 내보였다. 지금은 서울 제기동에 선농단만이 남아 있어 시대의 흐름을 묵묵히 말하고 있다.

  이렇듯 고귀한 신농씨가 약초를 찾으려고 이 풀 저 풀 맛을 보며 인간들이 먹을 수 있는 식물을 고르다가 점점 독에 물들어 가고 있었다.

 우연히 한 나무의 잎을 따 먹었는데 순간 해독이 되며 머리가 맑아졌다. 맛은 떫고 단맛이 나는 듯 씁쓰레한 맛이지만 그의 기쁨은 얼마나 컸을까. 백가지 풀을 찾아 헤맨 보람을 톡톡히 느꼈을 것이다.

 인간들에게 신이 나서 차나무를 가르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비록 전설처럼 전해오는 하나의 이야기일지라도.

▲ 중국 복건성 '무이차박물관'

  사람들은 처음 나물처럼 죽처럼 차를 약으로 먹었다. 수나라 문제가 심한 두통을 차로 치료했고, 조선 말엽 범해스님이 차로 이질을 치료한 일은 알려진 이야기이다. 당나라 때에 차는 비로소 일반인에게 보편화되며 몸과 마음의 건강 음료로 자리를 잡는다.

특별한 약이 없던 시절 남부지방에서는 아이가 배가 아프면 은근한 불에 차를 달여 먹였다. 감기에 걸리면 만들어 둔 차를 약탕관에 파뿌리, 생강과 같이 달여 먹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차를 다른 약재들과 같이 다려 병을 치료한 것을 볼 수 있다.

 신농의 발견이 아니더라도 차는 영물이다. 차 속의 카테킨 성분은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주는 약으로 판매된 지 이미 오래다. 식중독 예방, 중금속 배출에도 도움이 크다. 현대에는 우울증 해소 등 신경정신과 측면에서도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차를 마실 때마다 차와 만난 것에 감사한다. 신농씨의 큰 업적을 생각하며 부족하나마 옆 사람에게 차 한 잔 대접하고 싶어진다. 

 

박 숙 희 한국차문화협회 충북지부장

▶ 충북대 평생교육원 티소믈리에 강사

▶ 서일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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