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천년의 세월을 지켜온 진천 농다리
[포토에세이]천년의 세월을 지켜온 진천 농다리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6.04.28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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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대식

[글·사진 강대식] 지난 일요일 오랜만에 농다리가 보고 싶어졌다. 중부고속도로를 달리다 진천IC 근처에 오면 작은 산 위에 정자가 보이고, 그 아래 천변에 검은 돌로 길게 만들어진 돌다리를 늘 보았지만 쉽게 가보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언 듯 지나치면 냇가에 놓여진 작은 돌다리 정도로 쉽게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돌다리가 만들어진 시대가 고려 초기라는 사실을 아는 이도 드물다. 정자 아래 분홍빛 꽃 잔디가 길게 늘어서 피어 냇가에 반영된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보였기 때문이다. 

/사진 강대식

  차를 돌려 진천시내를 통과하여 농다리 입구로 가니 이미 수많은 차량이 주차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가족단위의 나들이객들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룬 이곳은 이제 유명 관광지가 되어가고 있다. 

사진 강대식

  충북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백사천과 한천천이 합류해 흐르는 백곡천에 놓여진 이 다리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길고 오래된 돌다리이기 때문에 그 가치는 너무나 크다. 우리는 이 다리를 ‘진천 농다리(鎭川 籠橋)’, 또는 ‘수월교’, 지네를 닮았다 하여 ‘지네다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길이가 93.6m, 폭 3.6m이고, 교각이 1.2m, 교각과 교각 사이는 80cm로 28칸이 정교하게 만들어져 홍수가 나도 떠내려가지 않고 천년의 세월을 견뎌 왔다. 얼마나 견고하고 튼튼하게 만들었으면 매년 장마가 있었을 것인데 천년 동안 견디어 왔는지 신기할 다름이다. 어느 것이건 천년의 세월을 견디며 원형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인간은 겨우 백년의 시간을 살기도 어렵다. 하물면 대자연의 홍수와 싸우면서도 굳건하게 천년을 버티어 왔으니 이 얼마나 위대한 건축물인가. 물론 경주에 가면 신라시대의 찬란했던 문화재가 천년이 넘는 세월을 견디며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러한 문화재들은 야산이나 바위 등에 조각되어 자연적인 풍화에 의한 훼손이 극히 적어 가능했다. 하지만 농다리는 매년 자신을 집어 삼키는 거센 물살을 견디며 천년의 세월을 견디어 온 건축물이기에 더 애착이 가고 귀해 보인다.

사진 강대식

  고려 초기에 건축된 농다리는 충청북도유형문화재 제28호로 그 동안 백곡천을 건너 농사를 짓는 농부에게는 매우 중요한 다리였다. 농다리에 대한 설화(說話)는 누군가를 위하여 이 다리를 놓았다고 전해 오지만 중리 마을에서 이 농다리를 건너도 지금은 인가(人家)가 보이지 않는다. 옛날에는 누군가가 살았을까. 집터가 남아있고 인가가 있다면 설화가 어쩌면 맞을지 모른다는 생각이라도 들텐데 아쉽다.
  

 진천군은 매년 이 곳 농다리에서 축제를 개최한다. 사진촬영대회도 연다. 조상들이 남겨 놓은 훌륭한 문화유산을 자랑하고,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맙고 가슴 뿌듯한 일이다. 이제 천년을 견뎌왔으니 우리가 좀 더 관심을 갖고 앞으로 천년 그리고 이천년 영원토록 우리의 귀중한 문화재로 남아 조상들의 우수한 건축술을 계승 발전할 수 있는 귀중한 사료(史料)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강 대 식 사진작가 · 수필가

 ▶충북사진대전 초대작가

 ▶충북 정론회 회장 

 ▶푸른솔문학 작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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