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하얀 돌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개울 백석탄
[포토에세이] 하얀 돌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개울 백석탄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6.05.09 17: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강대식)

[글· 사진 강대식] 싱그러운 녹음이 넘실대는 5월, 청명한 하늘에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야외로 나가라고 유혹한다. 아름다운 꽃과 연녹색의 잎 새는 반짝이는 햇살을 받아 속살조차 다 보일정도로 선명하다. 맑은 아기의 피부가 햇살에 투명하게 보이는 듯하다.
 

 흰 바위가 백옥(白玉)처럼 펼쳐져 있다는 청송군 안덕면 고와리 백석탄으로 차를 달렸다. 십 여 차례 청송을 다녀왔지만 흰 바위가 계곡에 펼쳐져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지를 못했다. 검은 바위가 산재한 계곡은 심심치 않게 보았지만 하얀 바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기에 더 기대감은 컸다.

(사진=강대식)


 지명(地名)에 나타난 청송(靑松)은 푸른 소나무가 많아서 청송이라고 이름을 지었는지 모르지만 소나무 군락지는 보이지 않고 사과 과수원만 보인다. 나무 아래에는 노란 민들레가 무리를 지어 융단처럼 피어있다. 마치 노란 옷감을 펼쳐 놓은 듯하다. 크고 작은 나뭇가지에 손끝 마디만큼 여린 잎 새가 생겼고, 흰 사과 꽃도 피었다.

 산이 깊은 청송은 온도차가 크기 때문에 사과의 당도가 높아 전국적으로 사과의 품질이 우수한 고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청송은 사과의 고장이라는 단어보다 지난 현대사에 있어서 흉악범이나 강력범죄자들을 격리시키기 위하여 만들어진 청송교도소가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더 크다.

(사진=강대식)

 

 청송의 아름다운 산과 계곡을 구경하는 동안 백석탄 입구에 도착했다. 도로 옆에 자그마한 백석정이 자리하고 있다. 작지만 주위 풍경과 어울려 제법 근사하다. 장문(長文)의 백석정(白石亭) 설립 유래가 적혀져 있는데 글씨도 작고 길어 읽어 보는데도 고개가 아플 지경이다. 정자에서 바라보니 흰 바위가 큰 내를 가득 뒤덮고 있다.

  마치 험준한 바위산이 어서 오라고 나를 부르는 듯하다. 산봉우리는 칼날처럼 강렬하고 바위 표면은 고은 여인의 살갗처럼 부드러워 보인다. 마치 눈 덮인 라다크의 설산 같기도 하고 북한산 인수봉처럼 매끈하기도 하다. 흰 바위 사이로 흐르는 냇물은 여리게 다가와 흰 바위를 지나면서 거세게 몸을 뒤척이며 쏜살같이 달린다.

(사진=강대식)

 

 안내 표지를 보니 백석탄(白石灘)은 ‘하얀 돌이 반짝이는 개울’이라는 뜻을 가졌다고 한다. 개울 바닥의 흰 바위가 오랜 세월 동안 깎여서 만들어진 지형이라는 것이다. 기존 암석이 풍화와 침식을 받아 잘게 부서진 후 쌓여서 굳은 암석이 퇴적암인데, 퇴적암 중에서도 모래알갱이가 굳어져 만들어진 사암으로 이루어 졌다는 것이다. 특히 바위가 흰 색을 띠는 것은 모래알갱이 중 풍화와 침식에 강한 흰 석영입자들이 모여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하니 자연의 위대함을 우리 인간들이 따라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진=강대식)

 

 백석탄에는 많은 포트홀(Pothole)이 보인다. 누군가 인공적으로 조각을 해 놓았을 것 같은 세밀하고 완벽한 것이 있는가 하면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의 포토홀도 있다. 깊게 파여진 포토홀에는 물이 담겨 있어 멀리서 보면 산 중턱에 호수가 생성된 듯 보이기도 한다.

 바위들도 제 각각의 모습이다. 곰들이 단체로 바닥에서 일어나는 모습, 악어가 물위에 눈만 내놓고 멀뚱거리는 모습, 코끼리 두 마리가 몸통은 물에 담그고 머리만 내 놓고 물을 마시는 모습 등 바라보는 각도와 상상 속에서 천(千)의 모습으로 보여 진다.

(사진=강대식)

 

 자연의 오묘한 조화를 간직하고 있다. 사람의 생각보다 큰 스케일을 가지고 있으며, 전혀 우리가 알지 못할 신비함을 간직한다. 대자연의 은밀하고 신비스러움은 인간이 넘어서는 안 될 금단의 지역인지 모른다. 이기려 하지 말고 순응하는 자세가 어쩌면 험난한 세파를 헤쳐 나가는 정도(正道)일지도 모른다. 나는 어디를 보고 살아가는가? 너무 높은 곳에 시선을 두고 있지는 않은가? 스스로 나 자신의 눈높이를 점검하는 시간이었다.  
 

강 대 식 사진작가 · 수필가

 ▶충북사진대전 초대작가

 ▶충북 정론회 회장 

 ▶푸른솔문학 작가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