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숙희의 茶이야기]감사의 선물,차(茶)
[박숙희의 茶이야기]감사의 선물,차(茶)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6.05.1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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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차문화협회 박숙희 충북지부장

[한국차문화협회 박숙희 충북지부장] 예부터 우리는 효(孝)를 통해 가족을 하나로 모으고 서로의 유대관계를 높인다. 가정생활 속에서 어른과 아이를 구분하는 위계질서를 자연스럽게 가르치고 배운다. 어른 앞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면서 심성을 순화시킨다. 굳이 인성교육이 강조되는 오늘의 우리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지침이다.

효는 모든 행동의 근본이다. 부모가 살아 계실 때에는 정성을 다하고, 돌아가시면 공경의 마음으로 제사를 지내고, 아들을 낳아 제사가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효라고 생각해 왔다.

시대에 따라 효의 개념도 변화되고 있다. 유학을 떠나는 아이에게 10년 안에 급제하지 못하면 집으로 돌아오지도 말라고 단호하게 얘기하던 고운(孤雲: 최치원 선생의 호)의 아버지 대신 온갖 노고를 다하여 헌신적으로 유학 간 자식을 돌보는 기러기 아빠들이 당연하다. 내가 잘되면 그것이 효도라고 생각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의 보살핌을 당연히 여기는 캥거루 같은 자식이 이상하지 않고, 차례(茶禮) 대신 외국여행이 부끄럽지 않은 시대이다.

▲고운이 꽂은 지팡이가 자라 전나무가 되었다는 전설의 해인사 학사대(천연기념물 541호)

고운(孤雲)은 우리 한문학의 시조로 추앙받고 있는 위대한 인물이다. 신라시대인 868년 12세에 당나라로 유학을 떠나 7년만인 18세의 나이에 당나라 과거에 합격했다. 고변(高騈)의 종사관으로 있을 때 반란을 일으킨 황소에게 보낸 「격황소서(擊黃巢書)」는 특히 명문으로 이름이 높다.

그의 많은 시문 중 당나라 관료로 재직할 때 쓴 「謝探請料錢狀(사탐청료전장: 봉급을 미리 지급해 주기를 청하는 글)」은 선생의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그리는 마음과 효심을 볼 수 있는 감동적인 글이다.

 

<중략> 지금 신라 사신의 배가 바다를 건너게 되었기에, 차와 약을 사서 고향집에 편지와 함께 보내고자 합니다. 곤궁한 사정을 아뢰니 바라옵건대, 태위(太尉)께서는 부모를 봉양하려는 마음을 헤아리셔서 3개월 치 요전(料錢)을 미리 받을 수 있도록 특별히 허락해 주소서. <하략>

 

18년이나 부모 곁을 떠나 봉양하지 못한 자신을 한탄하며 눈물로 호소한 간절한 그의 장문은 상관 고변의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고변은 고운에게 좋은 차를 하사했다 하니 효성은 모든 이의 바람이자 절대적인 목표인가 보다.

신라 때 이미 차생활이 있었음을 알게 하는 사료(史料)이기도 한 이 글이 ‘어버이 날’을 맞은 오늘 때마침 생각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고운의 글<진감선사대공탑비>-하동 쌍계사(국보 47호)

역사적으로 차는 최고의 예물로 여겨져 왔다. 유비가 돗자리 판 돈을 모아 어머니를 위해 차를 사는 이야기로 시작되는 삼국지에도 차는 아무나 먹을 수 없는 귀중한 약재요 최고의 음료로 여겨진 것을 알 수 있다.

시대마다 상류계층에서는 귀한 상대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었고, 이로써 감사의 마음을 시로 표현한 차시(茶詩)를 낳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차시 속에는 선비의 정신과 우의, 시대상, 생활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읽는 이에게 더 큰 감동을 자아낸다.

봄볕 같은 햇차가 싱그러운 5월. 어린이, 부모님, 선생님, 이웃에 대한 감사와 온정이 피어나는 푸르른 계절에 차 선물로 마음을 표현해 보면 어떨까. 풀잎처럼 은은한 차향과 기품 있는 맛과 멋은 옛 선비의 정취인 양 받는 이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박 숙 희 한국차문화협회 충북지부장

▶ 충북대 평생교육원 티소믈리에 강사

▶ 한문교육학 박사

▶ 서일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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