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희 칼럼]규제프리존, 지역발전의 바로미터가 되기 위한 조건
[원광희 칼럼]규제프리존, 지역발전의 바로미터가 되기 위한 조건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6.05.18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광희 충북연구원 북부분원장(도시 및 지역계획학 박사)

[원광희 충북연구원 북부분원장]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규제개혁을 통해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다양한 정책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좀 생소한 표현의 규제프리존이라는 신조어의 등장이 눈여겨 볼만 하다.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신성장산업 기반구축과 지역경제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구상에서 출발한 정부의 핵심 산업육성정책이다.

 규제프리존이란 정부가 시도별 27개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한 특정산업육성구역을 말한다.

 정부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지역별로 필요하다고 판단한 14개 시•도별 전략산업을 2개씩(세종시는 1개) 지정했으며, 지자체가 선정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업종, 입지 등 핵심규제를 푸는 내용이 핵심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업의 실질적 규제 체감도를 제로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그동안 비수도권에서 줄기차게 요구했던 수도권을 제외한 비수도권의 발전전략 마련요구에 정부가 답한 모양새를 보였지만 규제프리존 특별법이 19대 국회에서 좌초될 운명에 처해 있다고 한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불통형 국정운영의 결과이다.

 규제프리존특별법(안) 처리에 여야가 원칙적으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졸속 입법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규제프리존특별법이 공청회조차 거치지 않은 졸속입법인 데다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지역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의심을 사게 된 것이다.

 또한 뭐가 급한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졸속으로 추진하다보니 전략산업을 나눠주기 식으로 선정하고 유사 종복사업이 적지 않아 제도도입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과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특히, 지역특화산업정책이 정치논리에 따라 남발되다 보니, 국가사업간 중복은 물론 지역별로도 충돌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를 넘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충북도에서도 화장품산업 프리존 내 법인의 이·미용업 진출을 허용하는 내용에 대해 이·미용업체 반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바 있다.

 그동안 수도권 규제완화가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갈등을 증폭시켰다면, 규제프리존 정책은 지역 내에서의 갈등을 촉발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규제를 해소하여 지역별 특화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제도의 도입 목적과 취지에도 불구하고 경기 동북부 낙후지역개발을 검토 과제로 끼워 넣는 등 정책추진 자체에 대한 논란을 초래했고 수도권 규제완화를 위한 전 단계 조치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미 규제프리존 외에도 광역경제권거점지원사업, 지역특화발전특구사업 등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는 지역경제 활성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자유무역지역, 외국인투자지역, 산업단지, 첨단복합단지, 연구개발특구, 경제자유구역 등 지역경제 활성화사업이 중복 지정됨으로서 성과는 없는 백화점식 사업이라는 비판이 대두되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규제프리존 사업을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패키지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 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규제프리존과 내용상의 차이가 별로 다를 바 없는 유사한 의미의 수출자유구역, 자유무역지대, 경제자유구역 등 지역활성화 정책을 높은 기대감 속에 지켜 봐 왔다.

 그러나 당초의 도입취지와 의미를 살리지 못하고 성공하지 못한 또 하나의 정책만 양산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왜 외국에서는 엔터프라이드존 등으로 성공적으로 결실을 맺어 오던 규제프리존 정책이 우리나라에서는 성공보다는 실패의 교훈으로 만 남아 있을까.

 정부는 깊이 되새겨 보아야 하는 대목이다. 특히 규제프리존 정책에 대해 비수도권의 집단반발이 예상되는 이유들이 수도권 도처에서 목격되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관계없이 추진되는 지방대학의 수도권 이전 러시를 불러일으킨 주한미군반환공여구역 개발문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수도권 개발행위 급증 문제, 판교 창조밸리 등 수도권에서 벌어지는 대역사(?)들이 규제프리존 정책발표 이후에 기다렸다는 듯이 봇물처럼 추진되는 양상을 경계하는 것이다.

 최근 정부 주도에 의해 공식적으로 발족한 '지역발전포럼'에서도 지역민의 목소리는 전달되지 못했다고 한다.

 아니 행사주체인 정부에서 원천적으로 지방의 목소리 듣기를 차단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법안의 국회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포럼이 급조되면서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행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정부가 비수도권의 발전을 위한 근본적 관점에서 규제프리존과 같은 정책을 추진했다면, 이번에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지역발전포럼도 이름에 걸맞게 실제 현장의 전문가와 시민사회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논의의 틀로 즉각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비수도권 입장에서 볼 때 정부의 앞뒤맞지 않는 정책추진에 기업도 손뼉을 치는 형국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수도권 규제완화,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제한, 지주회사 규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게임 셧다운제, 금산분리, 택배증차규제 등 '7대 갈라파고스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발표를 했다.

 이름도 생소한 갈라파고스 규제란 다른 나라에는 없고 우리나라에만 있거나 극소수의 국가에만 있는 규제 또는 국제기준보다 강한 규제를 말한다고 정의된다.

 그럼 전세계에서 유일한 수도권집중의 문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갈라파고스규제라는데 동의 하기 어렵다.

 전경련 담당자의 말처럼 이해관계자의 반발이 커 개혁은 어려울 것이라고 하면서도 대기업의 이해집단인 전경련을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저의가 의심스러운 것이다.

 국내 경제규모의 제한 특히, 기업이 투자할 파이가 한정된 상황 하에서 수도권에서 봇물처럼 일어나는 수도권 규제를 비웃기라도 하듯 추진되는 많은 개발계획들을 보며, 국민들이 과연 정부의 규제프리존 정책을 두 손 들어 환영해 주길 바란다면 큰 오산이다.

 엔터프라이드 존 등으로 불리는 규제프리존 정책이 지역발전의 바로미터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주도로 추진되는 수 많은 수도권규제 완화를 위한 법률제정 및 시행령개정과 개발사업 등을 중지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규제프리존 정책이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