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정점' 지났나… 변수는 '수두룩'
'물가 정점' 지났나… 변수는 '수두룩'
  • 민유정 기자
  • 승인 2022.10.0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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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밥상 물가가 비상이 걸렸다. 9월 18일 오후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라면 매대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서민 밥상 물가가 비상이 걸렸다. 9월 18일 오후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라면 매대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최근 국내 기름값이 두 달 연속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천장을 모르고 치솟던 물가 상승률이 비교적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면 물가 정점이 지난 7월 이미 통과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당초 예측했던 10월보다 다소 앞당겨지는 셈이다. 다만 다음 달부터 전기·가스 요금 인상분이 반영되고 하반기께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 예고, 환율 급등세 지속, 국제유가 반등 가능성 등 여전히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변수들이 산적해 물가 정점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2020=100)으로 1년 전보다 5.6% 올랐다. 두 달 연속 5%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3%대를 보였고, 3~4월 4%대, 5월 5%대에 이어 6월(6.0%)과 7월(6.3%)에는 6%대까지 치솟았다. 8월(5.7%)에는 물가 상승률이 7개월 만에 꺾였고, 지난달 오름폭은 0.1%포인트(p) 더 축소됐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데는 국제유가 하락세 영향이 컸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전년보다 16.6% 올랐지만, 전월보다는 2.7% 하락해 가격 오름폭이 둔화했다. 석유류 가격 상승률은 지난 6월 39.6%로 정점을 찍은 뒤 상승세가 꺾였다.

다만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은 지난달 물가가 오르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추석 성수품 수요가 몰리고 작황이 좋지 않아 채소류 가격이 22.1%나 뛰면서 농산물 가격은 전년보다 8.7% 상승했다. 특히 가을 배추의 '금(金)치' 현상이 반복됐다. 폭우와 일조 시간 부족, 많은 병해, 생육 부진에 따라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 95.0%, 무 91.0% 등 노지채소 가격이 전년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축산물은 3.2%, 수산물은 4.5% 가격이 올랐다.

외식 물가는 9.0%나 껑충 뛰었다. 이는 1992년 7월(9.0%) 이후 30년 2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오른 수준이다. 생선회(9.6%), 치킨(10.7%), 햄버거(13.5%), 김밥(12.9%) 등의 가격이 오른 영향이다.

외식 외 서비스 물가도 2008년 12월(4.9%) 이후 최대 상승 폭인 4.5%를 기록했다. 여름 휴가와 같은 성수기가 지났지만, 보험서비스료(14.9%), 공동주택관리비(5.4%) 등이 올랐기 때문이다.

농산물 가격과 외식 물가 고공행진에도 석유류 가격 오름세가 둔화되며 물가 상승률은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이에 물가가 지난 7월 정점을 통과하고 내림세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온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달 말 물가 정점과 관련해 "이르면 9월, 늦어도 10월에는 정점을 전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물가 정점이 앞당겨진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 상승세 축소에 가장 주요한 영향을 주는 석유류 가격 둔화 흐름이 지속된다면 7월 물가가 정점일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추후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상방 요인들이 곳곳에 산적해 물가 상승률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장 다음 달부터 전기·가스요금 인상분이 반영된다. 새로 적용되는 요금에 따라 가구당 평균 7670원가량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전기·가스요금 인상 여파에 따라 물가는 다시 요동칠 수 있다.

또한 식품업계에서 원자재 상승 부담으로 인해 라면과 과자류 등의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하나둘 가격을 올리는 추세라 이 역시 향후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환율은 1430원대를 넘나들며 과거 경제 위기 당시와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다음 달 OPEC(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의 감산 결정에 따른 석유류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등 물가 자극 변수들이 수두룩한 상황이다.

어 심의관은 "석유류 가격 오름세 둔화가 다음 달 상승 폭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환율 상승세에 따른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있고 전기·가스 요금 인상 등 상방 요인이 있어 물가 오름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은행 측은 "근원물가가 외식 등 개인서비스 품목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소비자물가가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상승 폭이 약간 둔화됐다고 물가 정점을 찍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국제 유가 외에 원자재 가격, 중간재 가격 등이 오르고 있고, 환율도 1400원을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하고 있다"고 했다.

추 부총리는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당초 예상했던 9~10월 '물가 정점론'에 대해 "변함이 없다"면서 "정점을 찍으면 내려와야 하는데 내려오는 속도는 완만하게 내려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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