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청 본관 철거, 시의회 정쟁 번지나…본예산 부결 우려도
청주시청 본관 철거, 시의회 정쟁 번지나…본예산 부결 우려도
  • 세종경제뉴스
  • 승인 2022.11.08 15: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 철거비용 17억4200만원 2차 정례회 제출
예결위 통과해도 민주당 수정동의안 가능성
여·야 동수 표결서 가·부 동표 땐 '부결' 처리
수정안·예결위안 모두 부결 땐 '준예산' 발동
청주시청 본관 / 사진=뉴시스
청주시청 본관 / 사진=뉴시스

충북 청주시청 본관동 철거 문제가 청주시의회 정쟁으로 번질 위기에 놓였다.

본관동 존치를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철거 예산 삭감 당론 채택과 본회의 보이콧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본관 철거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8일 청주시에 따르면 시청 본관동 철거비용 17억4200만원이 내년도 본예산에 편성돼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열리는 청주시의회 2차 정례회에 제출된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도시건설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쳐 회기 마지막 날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본관동 철거를 결정한 이범석 청주시장의 소속 정당(국민의힘)을 고려할 때 도시건설위원회 삭감 후 예결위 부활이 점쳐진다.  도시건설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1석,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국민의힘 1석씩 더 많다.

예결위 후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본예산에서 본관동 철거비용을 뺀 수정동의안을 본회의에 부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 21석, 더불어민주당 21석 동수로 구성된 청주시의회에서 수정동의안에 대한 가·부 동표가 나오면 이 안은 부결된다.

본관동 철거비용을 포함한 본예산 원안 표결에서도 가·부 동수로 나오면 이 역시 지방자치법에 따라 부결 처리된다.

사상 초유로 전년도 예산에 준해 편성하는 '준예산' 발동까지 거론되는 이유다. 1960년 이 제도 도입 후 국회나 청주시의회에서 실제 운용된 적이 없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청주시청 본관동. 사진=뉴시스 제공.
청주시청 본관동. 사진=뉴시스 제공.

올해 개정된 지방자치법상 이 사안은 '기명' 표결에 부쳐지는 탓에 더불어민주당의 이탈표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만일의 이탈표를 방지하고자 본회의 불참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21명 전원이 불참하면 재적인원 과반 요건을 채우지 못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청주시의원은 "사실상 양당이 사전 조율하지 않으면 내년도 본예산이 통과되지 않는 초유의 사태를 맞을 수 있다"며 "민선 7기 본관 보존 결정을 뒤집을 만한 명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의 문화재 전문가가 깊은 우려를 보내고 있으나 청주시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뚝심과 절개, 소신과는 명백히 다른 '아집'에 불과하다"고 성토했다.

이어 "청주시는 시간 허비와 사회적 갈등을 중단하고 기존 국제공모안으로 신청사를 지어야 할 것"이라며 "철거를 강행한다면 새로운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청도 최근 "청주시청 본관동은 2004년 근대문화유산 목록화조사, 2013년 근현대 건축가 작품 건축·시설 일제조사, 2014년 근현대 공공행정시설 일제조사 결과에 따라 문화재 등록 검토 대상으로 분류됐다"며 "철거 절차를 재검토하고, 합리적 보존·관리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청주시에 보내기도 했다.

새 청주시청사 조감도.
새 청주시청사 조감도.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3가의 시청 본관동은 1965년 연면적 2001.9㎡ 규모의 3층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진 뒤 1983년 4층으로 637.2㎡ 증축됐다.

일본 와세다 대학 부속공업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우리나라 국회의사당 건설위원으로 참여한 강명구 건축사가 설계했다.

민선 7기 청주시는 2018년 시청사건립특별위원회를 통해 본관 존치를 결정했으나 민선 8기 청주시가 ▲일본 건축양식 모방 ▲문화재청 직권등록 언급에 따른 불공정 합의 도출 ▲증축 및 구조 변경 ▲정밀안전진단 D등급 등을 이유로 철거 후 부분 보존으로 방향을 틀었다.

시는 본관 존치를 전제로 한 곡선 구조의 설계안을 폐기하고, 10~15층 박스 형태의 설계를 재공모할 계획이다.

기존 계획보다 10개월 늦은 2025년 8월 착공, 2028년 11월 준공 목표다. 청사 부지는 기존 청사와 청주병원, 청석빌딩 일대 2만8459㎡를 유지한다.

시 관계자는 "기존 설계비용 97억원을 매몰 비용으로 치더라도 디자인 중시 위주의 건축비를 ㎡당 351만원에서 303만원으로 줄이면 총 282억원이 절감된다"며 "본관 건물을 철거하되 사진과 영상, VR 콘텐츠 등의 기록으로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청주시의원은 "일본 건축양식 논쟁에 휘말린 시청 본관동을 신청사 설계 효율성을 저해하면서까지 보존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수차례 개보수를 통해 누더기로 전락한 시청 본관동을 문화재로 보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