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산업 탐방] 전통 장류 제조·체험 업체 '옥샘정'
[6차산업 탐방] 전통 장류 제조·체험 업체 '옥샘정'
  • 박영근 기자
  • 승인 2023.06.05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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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제조과정·체험 ‘세 박자 꿍짝’
전순자 대표 “재료와 제품에 진심·정성·품질 담아”
옥샘정 전순자 대표(가운데)와 아들 옥진혁씨, 그리고 며느리가 장독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6월 2일 오전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추정리에 위치한 옥샘정에 대형 관광버스 한 대가 들어섰다. 버스가 멈추자 40명의 탑승객들이 하차해 건물 2층으로 올라가 미리 마련된 테이블에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들은 청주시 농업기술센터가 시민들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도시 소비자 농업현장 체험교육’ 프로그램 참가자들로, 오늘 보리쌀 고추장과 빠금장 만들기 체험을 위해 옥샘정을 방문한 것이다.

자리가 정돈되자 옥샘정 전순자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옥샘정의 연혁과 만들기 체험할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한 후 본격적인 고추장 만들기 체험에 들어갔다. 참가자들은 전 대표의 설명에 따라 차분하게 재료들을 용기에 부어넣고 잘 저어주었다. 고추장 만들기는 간단했다. 용기 크기에 맞게 미리 재료들을 소량씩 준비해두었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큰 어려움 없이 고추장 만들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고추장 만들기 체험에 이어 진행된 빠금장 만들기 체험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옥샘정은 전통 장을 만들어 판매하는 6차산업 업체다. 물론 만들기 체험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원재료 재배와 그 재료를 활용한 제조, 더 나아가 판매와 체험까지 진행하는, 이른바 모범적인 6차산업 업체인 것이다.

옥샘정 전경.
옥샘정 전경.

 

전 대표는 매년 600여평의 밭에 고추를 직접 재배해 고추장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그 외에 더 필요한 고추, 콩, 보리 등 전통 장 재료들은 동청주농협을 통해 구입하거나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확보한다. 또한 낭성고추작목반(고추), 절임배추작목반(김치), 미원밭작물작목반(콩 등)과도 연계해 물량을 확보함으로써 주변 농가와 상생하는 길을 걷고 있다.

옥샘정 앞마당에는 크고 작은 장독이 1천여개 정도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 장독들이 바로 옥샘정의 보물단지다. 장독 안에서는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이 잘 숙성되고 있다. 완성된 된장, 고추장, 간장은 건물 1층 공장에서 용기에 담고 포장하는 공정을 거쳐 완제품으로 재탄생된다. 전통한식된장, 보리쌀고추장, 전통한식간장, 찌개청국장, 빠금장, 전통한식간장, 보리막장이 주력 제품이다.

완성된 제품은 80% 정도가 직거래로 판매되고 있으며, 나머지 20% 정도만 온라인으로 유통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3억1천만원 정도.

전 대표는 6차산업 업체로서 성공한 비결에 대해 양질의 재료 확보, 정성 들이는 제조 과정, 제품의 우수성과 입소문, 농업 관련 기관과의 지속적인 정보 교류와 소통을 꼽고 있다. 하지만 전 대표가 특별히 중시하는 것은 체험을 통한 고객 확보다. 연간 체험 참가자는 3천명 정도다. 그 많은 참가자들이 실제적·잠재적 고객으로 발전하고, 또 그 고객들의 입소문을 통해 제2, 제3의 고객이 창출되고 있는 것이다.

전통 장 담그기 체험 참가자들.
전통 장 담그기 체험 참가자들.

 

옥샘정이 체험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던 데는 농업 관련 기관과의 협업이 주효했다. 그 시작은 지난 2015년 청주시 농업기술센터 ‘전통장 담그기 체험장’, ‘농촌 식생활 체험장’으로 선정되면서부터다. 그리고 그 해 장 담그기 체험 희망자를 모집했다. 장 담글 재료와 항아리는 옥샘정이 준비해주고 참가자는 재료비를 내고 세 번만 참석하면 직접 담근 맛있는 된장과 간장을 갖다 먹을 수 있는 컨셉트이었다. 장 담그기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매년 이어지고 있는데 도시민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19년에는 충북도 농업기술원으로부터 팥고추장 만드는 특허기술을 이전받아 팥고추장 제조에 성공했다. 고추장을 만들 때 메줏가루를 넣는데, 그 메주를 콩뿐만 아니라 팥과 쌀을 적절한 비율로 넣어 만드는 것이다. 단백질이나 지방의 함량이 낮고 비타민 B1과 사포닌, 식이섬유 등을 다양하게 함유하고 있는 팥의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고추장 만들 때 팥을 넣으면 일반 고추장보다 구수한 맛(아미노태 질소)이 11% 증가하고 항산화 활성이 50% 이상 높아진다는 게 전 대표의 설명이다.

옥샘정이 제조·판매하고 있는 전통 장류 제품.
옥샘정이 제조·판매하고 있는 전통 장류 제품.

 

또한 지난해 말 옥샘정은 충북도 농업기술원으로부터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김치 발효 특허기술을 이전받았다. 농기원의 특허균주인 락토바실러스 퍼멘텀(Lactobacillus fermentum)을 김치에 첨가하면 신맛은 천천히 상승하고 항산화능, 총폴리페놀, 총플라보이드 등 기능성 성분이 증가한다. 락토바실러스 퍼멘텀은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의 한 종류로, 면역과 장 기능 개선 등에 좋은 영향을 주는 미생물이다. 전 대표는 “지난해 김장김치 담그기 체험 행사에 처음으로 이 유산균을 첨가해 김치를 담가 체험 참가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으며, 매년 이 방식으로 김치 담그기 체험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 대표는 6차산업 업체로서 옥샘정의 성공 비결을 체험 마케팅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농가들이 6차산업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성공 요인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저는 옥샘정의 성공 비결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한 고객 확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료와 제품에 진심과 정성과 품질을 담고, 그것들을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인들한테 알리고, 일반인들이 옥샘정의 그러한 노력을 인정해주기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더 진심된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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