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부수리에 흰 민들레 피면"
[포토에세이] "부수리에 흰 민들레 피면"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6.04.11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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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식 사진작가 ·수필가

[글·사진 강대식 작가] 회인 부수리에 흰 민들레가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카메라를 챙겨 집을 나섰다. 무심천변의 흐드러진 벚꽃이 바람에 나부끼며 너울너울 아래로 쏟아진다. 흐드러진 꽃잎을 피운 지 겨우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건만 시원한 빗줄기에 목욕 한 번 하더니 이내 안녕을 고하고 있다. '조금 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즐겁게 해 주었으면' 하고 고대했건만 내 지나친 욕심이었나 보다. 옛말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다. 왜 그 말 뜻이 현재의 상황에 딱 들어맞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 보은군 회인면 부수리 들판에 가득한 흰 민들레

 회인면 소재지의 천변은 하얀 벚꽃이 장관이다. 청주는 이미 벚꽃이 힘을 잃고 낙화를 서두르는데, 이곳의 벚꽃은 100m는 됨직하게 천변을 따라 하얀 띠를 둘러놓은 것처럼 피어 있다. 너무나 하얀 색에 눈이 부시다. 누가 이토록 아름다운 벚꽃 길을 조성했는지 쫓아가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어진다. 누군가의 작은 배려가 많은 사람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 주는 것 같아 바라보고 있는 나 자신도 행복해 진다.

 

▲ 마을 입구에서 만날 수 있는 흰 민들레 밭

  부수리 마을로 들어서자 마을 초입에 흰 민들레 밭이 나타났다. 크지는 않았지만 민들레를 하나하나 이식해 심어 놓았다. 여기에 식재된 흰 민들레는 꽃받침이 꽃잎을 감싸 안으며 피어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 토종 민들레다. 외래종 민들레는 꽃받침이 꽃잎을 싸고 있는 것이 아니라 땅을 향하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흔하게 보이는 노란 민들레는 대부분 외래종 민들레라고 한다. 토종 민들레는 같은 종이 아니면 절대로 근친교배를 하지 않기 때문에 세력 확장이 어려워 외래종 민들레에 영역을 빼앗기며 점차 서식지를 잃고 있다.

 

▲흰 민들레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민들레는 약 400여 종이라고 하는데 특히 토종 민들레의 약효가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곳 부수리 주민들도 우수한 약효를 자랑하는 토종 민들레를 농경지에 재배하여 즙과 환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농가소득도 올리고 우리 토종 식물을 보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가 아닌가.

 외래종에 밀려 많은 토종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다. 누군가는 지켜내야 할 우리의 소중한 자원이 편리함이나 경제적 가치만을 이유로 사라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이제라도 우리의 것을 지켜나가는 운동을 시작할 때다. 부수리의 흰 민들레가 우리 것을 지키는 효시가 되길 기대해 본다.

 

강 대 식 사진작가 · 수필가

 ▶충북사진대전 초대작가

 ▶충북 정론회 회장

 ▶푸른솔문학 작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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