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성적도 기부도 '나이스 샷'...김해림 프로의 "나의 골프 이야기"
[인터뷰]성적도 기부도 '나이스 샷'...김해림 프로의 "나의 골프 이야기"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6.11.09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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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팬텀 클래식을 앞두고 경기도 용인 88CC에서 연습 중인 김해림 프로/사진 박상철

[세종경제뉴스 정준규기자] 지난 10월 23일 K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 연장 승부에서 버디를 잡아낸 김해림 (27·롯데골프단) 선수가 두 팔을 뻗어 활짝 웃었다.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이자 K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지난 5월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후로 지금까지 그녀는 승승장구 중이다.

김 선수는 지난 2007년 태어나고 자란 서울을 떠난 청주시 오창읍으로 이사했다. 청주로 거주지를 옮긴 후 그녀는 전에 없던 지역팬들을 얻었다. 경기가 있을 때마다 골프장을 직접 찾아 응원하는 지역 갤러리들도 부쩍 늘었다. 지난 10월 우승 때도 현장에서 가장 기뻐해주고 응원해주던 이들은 지역팬들이었다.

상금 기부를 통해 나눔의 골프를 실천하는 김 선수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팬층은 더욱 두터워졌다. 2016 팬텀 클래식 경기 참석 차 용인 88CC를 찾은 김 선수를 직접 만나 그녀의 골프 이야기를 들어봤다.

근황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김해림 프로

Q. 우선 지난 10월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축하드립니다. 올 시즌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데 근황이 궁금합니다.

요즘 성적이 워낙 잘 나와서 하루하루 즐겁게 보내고 있습니다. 시즌 초부터 무릎이 좋지 않아 재활치료를 하고 있는데 그것 빼고는 컨디션이 좋은 편입니다. 작년 겨울에 연습을 하다 십자인대를 다쳤는데 MRI를 찍었더니 인대가 끊어져 있더라고요. 다행히 골프 치는데는 큰 지장이 없어 경기를 하곤 있지만 재활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지금으로선 수술이 최상의 방법이긴 한데 회복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수술보다는 재활 쪽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지난 10월 24일 KLPGA 투어 KB금융스타챔피언십에서 연장접전 끝에 우승했는데 소감은?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었기 때문에 무엇보다 기뻤죠. 롯데골프단 지유진 코치님이 제 캐디백을 메주셨는데 그래서 우승이 더 값졌던 것 같아요. 사실 마지막 홀 갈 때까지 스코어를 잘 몰랐어요. 그때까지도 단독선두인줄 알았지 공동선두였던 것도 몰랐죠. 마지막 홀 퍼팅 때 '이걸 넣어야 우승이구나'라는 생각 때문에 부담이 컸어요. 다행히 전에 연장을 치렀던 기억이 있어서 막상 연장 들어서는 덜 떨렸던 것 같아요.

근력 향상을 위해 하루 30개씩 달걀을 먹은 덕에 김 프로는 '달걀골퍼'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사진 박상철

 

Q. ‘달걀골퍼’란 닉네임이 있는데 어떻게 생긴 별명인지?

비시즌기에 어떻게 하면 비거리를 늘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근력을 키우려면 단백질이 필요한데 프로틴 같은 보조식품보다는 달걀을 먹는 편이 낫겠다 싶어 그때부터 하루에 달걀을 30개 씩 먹기 시작했죠. 한두 개 먹어 갖고는 제가 생각한 목표치를 못 이룰 것 같더라고요(웃음). 먹는 게 고역이긴 했지만 비거리를 늘려야겠다는 목표가 뚜렷했기 때문에 참고 견뎠던 거 같아요.

비시즌기에는 이렇게 비거리 향상이나 체력훈련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어요. 겨울에 해외전지훈련을 안 가고 우리나라에 있다 보니 사실 숏게임이나 퍼팅연습은 많이 못해요. 건강유지 비결은 따로 없어요. 우선 ‘골고루 뭐든 잘 먹자‘ 주의거든요. 골고루 영양소를 섭취하면서 트레이너와 함께 피트니스 훈련도 받고 마사지도 받으며 체력 보강에 힘쓰고 있습니다.

2016 팬텀 클래식이 열리는 용인 88 CC 그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해림 프로/사진 박상철
2016 팬텀 클래식이 열리는 용인 88 CC 그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해림 프로/사진 박상철

 

Q. 지난 2007년 프로데뷔 후 9년간 우승컵 없이 투어 생활을 했는데 프로 데뷔 후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였는지?

전 골프를 좀 늦게 시작한 편인데 프로세계가 쉬운 줄 알고 겁 없이 달려 들었어요. 프로가 된 뒤에 기복이 좀 많았어요. 1부 투어 시드권을 받기는 했지만 성적이 안 좋아 2부로 강등된 적도 있었고요. 다행히 2부 상금왕 타이틀로 1부로 올라온 뒤로는 지금까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돌아보면 1,2부를 오르내렸던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반대로 가장 행복한 시간은 지금인 것 같아요. 성적이 좋아 그런지 이렇게 인터뷰까지 와 주시고 골프시작하고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고 있어요. 많은 분들께서 사랑해주시니 전국 투어를 다니면서도 늘 행복한 마음입니다.

프로 데뷔 후 힘들었던 시기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김해림 프로/사진 박상철

 

Q. 서울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청주와 연을 맺게 됐는지?

2부 투어 경기를 하면서 오창에 있는 청주 그랜드 CC에서 시합이 있었어요. 그때 처음 오창이라는 곳을 알게 됐죠. 교통도 편리하고 주변 환경도 마음에 들어 2007년에 온 가족이 무작정 이사를 왔는데 지내보니 역시 제게 딱 맞는 도시더라고요. 1부 투어가 전국 각지에서 열리다 보니 무엇보다 교통이 제겐 중요한데 전국을 다니기가 참 편리한 것 같아요. 청주공항도 가까워 제주 투어 시 이동도 용이롭고요. 청주로 이사오길 정말 잘 한 것 같아요.(웃음)

 

Q. 2007년 프로데뷔 이후 지금까지 상금의 10%를 소외계층을 위해 기부해 왔는데 어떤 계기로 기부를 시작하게 됐는지?

아무래도 부모님의 역할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전 사실 기부에 대해 잘 모르던 시절이었거든요. 그때 부모님께서 “좋은 뜻으로 상금의 10%를 기부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죠. 막상 기부를 시작하니까 목표의식도 생기고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보람도 컸습니다. 우승컵 없이 9년간 투어를 다닐 때도 ”집이 잘 살아 기부를 하냐“는 질문을 주변에서 많이 들었는데 사실 그건 전혀 아니 거든요. 적은 상금으로 기부를 하는 게 솔직히 부담도 됐고요. 하지만 부모님께서도 그걸 원하셨고 또 기부를 해보니 저 역시 행복감이 컸어요. 기부라는 목표의식이 생기니 성적도 좋아지고 상금액수도 커지고 저에게는 일석이조인 것 같아요.

기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해림 프로/사진 박상철

 

Q. 지난 2013년 충북 최연소로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했는데 소감은?

KLPGA선수로는 최초라고 알고 있는데 거기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로 인해 골프선수들이 기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는 사실이 뿌듯하죠. 그 후로 박성연 선수와 박인비 선수도 '아너소사이어티'에 동참한 것처럼 앞으로도 더 많은 골프선수들이 소외계층을 위한 기부에 참여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Q. 팬클럽 ‘해바라기’도 김 선수의 좋은 뜻에 동참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해바라기’는 저를 좋아해주시는 팬들의 모임이에요. ‘김해림만 바라본다’는 뜻에서 ‘해림바라기’로 지었다 ‘해바라기’로 팬클럽 이름이 바뀌었죠. 팬클럽 결성도 충북과 깊은 인연이 있어요. 2014년 겨울에 불우이웃을 위한 연탄나르기 행사를 충북팬들과 함께 했는데 그걸 계기로 팬클럽이 결성됐죠. 지금은 전국 12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 중인데 제가 버디를 할 때마다 팬 분들이 1000원씩 기부금을 모으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우리 해바라기를 ‘착한 모임 1호’로 선정했어요. 저를 사랑해주시는 팬클럽이 착한 모임 1호로 꼽혔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시즌이 끝나면 팬들과 함께 전국 각지에서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에요. 저와 뜻을 같이해주시는 팬들이 있어 참 든든한 마음입니다.

/사진 박상철

Q. 인생좌우명이 있다면?

‘하면된다’라는 생각으로 매사에 입합니다. 아무래도 좀 집요하게 달려드는 스타일이다 보니 한가지 일을 시작하면 결과가 나타날 때까지 끝까지 매달리는 편이죠. 과정이 힘들긴 하지만 언젠가는 제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거라 믿어요. 과거 힘든 시기를 겪을 때도 꿋꿋하게 잘 버텨 지금 좋은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거겠죠.

 

Q.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는지?

워낙 둔감한 편이라 스트레스를 받아도 잘 잊는 편이에요. 그래도 스트레스를 좀 받았다 하면 영화를 보면서 많이 풀죠. 최근에는 ‘럭키’라는 영화를 재밌게 봤는데 영화관에 가서 소소한 재미를 느끼다보면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고 있는 김해림 프로/사진 박상철

 

Q.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성적이 상승세에 있는데 이 기세를 몰아 KLPGA 상금왕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기회가 되면 해외진출도 해보고 싶은데 아직 LPGA계획까진 없지만 적어도 JLPGA는 한번 뛰어보고 싶어요. 무엇보다도 몸관리를 잘해서 부상없이 선수생활을 오래 하고 싶은 게 제 꿈입니다.

 

충북·세종시 지역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김해림 프로/사진 박상철

 

Q. 성원을 보내고 있는 충북ㆍ세종시 팬들에게 한마디

청주로 이사오면서 지역민들께 참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우승했을 때 충북도민들께서 직접 플래카드를 걸어주셨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큰 감동이고요. 제게 주시는 이런 관심과 사랑이 경기 때마다 제게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저 또한 열심히 해서 지역민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선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저 김해림 많이 사랑해주시고 변함없는 응원과 격려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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