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단상]우린 왜 계약서(契約書)가 필요한가
[법률단상]우린 왜 계약서(契約書)가 필요한가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6.11.25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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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진 양성민 변호사

[법률사무소 진 양성민 변호사] 우리는 계약을 할 때 계약서를 작성하곤 한다. 변호사 업무를 하다보면 세상에 이런 계약도 존재할 수 있구나 하고 느낄만한 다양한 종류의 계약이 있고, 전형적인 계약이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다양하다.

우리는 일상생활속에서 많은 계약들을 하며 살아간다. 크게는 자동차나 집을 사는 것도 계약의 일종이고, 작게는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사거나 친구에게 돈을 빌리는 것도 역시 하나의 계약이다

양성민 변호사

 하지만 세세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시시콜콜 하다던가 야박하다고 생각하는 우리네 정서 때문인지 고액의 계약을 하면서도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다. 건설공사를 진행하면서 건축주의 요청으로 추가공사를 함에도 추가공사에 대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물품을 납품하면서 매입자의 요청으로 최초 계약보다 많은 수량의 물품을 납품하였음에도 추가 납품물량에 대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사례가 가장 일반적이다.

이런 사례로 상담을 할 때마다 추가계약에 대한 계약서를 별도로 작성하신게 있느냐 물어보지만 열에 아홉은 구두로 하였을 뿐 계약서는 별도로 작성한 것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왜 계약서를 쓰시지 않았냐고 다시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그때는 이런일이 생길줄 몰랐다’던가 ‘너무 바빠서 쓰지 못했다’라는 것이다.

물론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구두로 계약을 했다고 해서 계약이 성립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변호사를 찾아왔다는 것은 이미 법률적 분쟁이 발생하였다는 것이고 계약에 관한 가장 강력한 증거인 계약서가 없는 만큼 소송과정에서 불리할 것은 명약관하다.

물론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민사소송에서는 계약서와 같이 어떠한 권리·의무관계가 표시되어 있는 문서를 ‘처분문서’라고 한다. 이 ‘처분문서’의 무서운 점은 그 문서에 찍혀있는 도장이나 서명이 자신의 것임이 인정되면 그 계약의 내용이 실제로는 문서의 내용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당사자가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계약서의 내용에 따른 계약이 있었던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물건을 1,500개를 납품했으나 계약서에는 납품물량이 1,000개로만 기재되어 있다면 물품대금을 청구하는 쪽에서 500개를 추가로 납품하였음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른바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경우에도 그 계약서에 기재되어 있는 금액이 진정한 금액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만큼 정확한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당사자들이 직접 작성한 계약서를 살펴보면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의 계약서들이 종종 보인다. 이런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와 상의한 후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사용을 권장하고 있는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렇듯 정확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물론 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얼굴을 붉히는 순간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정확한 계약서를 작성함으로써 계약관계가 진행되는 과정은 물론 계약이 종료된 후에도 웃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계약서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수정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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