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는 광장서 싹트고 문화는 사랑방서 꽃피어
민주는 광장서 싹트고 문화는 사랑방서 꽃피어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6.12.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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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거리 함지락, 연주하고 노래하고 춤추며 이색송년회

중국신화에 따르면 해 뜨는 곳에 부상(扶桑)이라는 나무가 있고, 해가 지는 곳에는 함지(咸池)라는 연못이 있다. 청주 삼겹살거리에 있는 삼겹살집 ‘함지락’은 해질녘 삼겹살 구이를 곁들인 소주 한 잔의 즐거움을 의미하는 작명이다. 함지락의 주인장 김동진 대표가 좋아하는 말이 “오늘도 이만함에 감사한다”는 것이다.


한 해가 저물어간다. 김동진 대표는 요즘 “올해도 이만함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보수적 온건주의자였던 김 대표는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불거진 이후 가게에 걸려있던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뗐다. 2014년 통합 청주시 출범식에 참석했다가 삼겹살거리를 깜짝 방문했을 당시에 찍은 사진이었다.

김 대표는 이를 기점으로 촛불민심에 마음을 보태기 시작했다. 충북도청 앞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여하기도 했고, 집회가 열리는 토요일에는 소주 값을 1000원으로 내렸다. 이른바 ‘촛불소주’를 소개하는 뉴스는 한 통신사를 시작으로, 지역신문과 전국 단위 일간지에 소개됐다.


김 대표가 ‘이만함에 감사하다’는 것은 나라가 흔들릴 정도의 국정농단이 벌어졌음에도 국민들이 일어서 민주주의를 다시 세워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감격스러움이다. 김 대표는 이같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최근 아주 특별한 송년회룰 열었다.

“민주주의는 광장에서 싹이 트지만 문화는 사랑방에서 꽃이 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의 인사를 전화고 싶은 분들을 초대해 작은 공연을 연출해 보고 싶었습니다.”


14일 오후 7시 함지락에서 열린 송년행사에는 30여명이 참석했다. 머리가 벗겨진 60대 듀엣이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고, 목사는 찬송가 대신 요들송을 불렀다. 참석자들은 저마다 색소폰, 오카리나, 하모니카를 연주하고 시를 낭송했다. 특별한 재주가 없는 사람들은 소리 높여 건배를 외치고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다.

이날 참석자들의 공통점은 모두 김동진 대표를 알고 있다는 것. 하지만 서로서로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각별한 친교의 장이 되기도 했다.


김동진 대표는 16일, SNS로 한 장의 사진을 전송받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미국에 유학 중인 친구의 딸이 보내준 사진은 김 대표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실린 미국판 중앙일보 1면이었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임을 보여줬다”는 제하의 기사에는 탄핵을 기념해 촛불소주 할인을 알리는 김 대표의 사진이 실렸다. 이 사진은 국내 통신사 뉴스에 게재됐던 것이다.

김동진 대표의 사진이 실린 미주 중앙일보.

서울신문 기자 출신인 김동진 대표는 삼겹살거리를 제안한 인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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