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전의 ‘王의 연회, 기로회’
300년 전의 ‘王의 연회, 기로회’
  • 김정희 음식역사문화창의학교 진지박물관 대표
  • 승인 2017.03.30 11: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6년 6월, 청주 망선루에서 영조 6년 행사 재현

특집연재-맛 있는 역사이야기①

2016년 젓가락 페스티벌의 큐레이터였던 김정희 진지박물관 대표가 행사장에 전시된 옹기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홍대기(사진작가)

헌 책방을 서성인다. 책방 안에서 묵은 책 내음이 ‘훅.’30분 남짓 들러보다가 무언가 발견했다. 엷은 미소가 지어진다. 낡은 요리책 두 권. 그 책 안에는 50여 년 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맛이 담겨져 있다.

살기 위해 먹는 것인가? 먹기 위해 사는 것인가? 너무나 명확한 듯하지만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답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필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 할 때마다 겸허해 지면서 선 듯 답하는 것이 망설여진다. 때로는 살기위해, 한편으로는 먹기 위해 살고 있기에….

먹는 다는 것. 가장 기본적인 것이면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 중의 하나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사회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것이 바로 우리들의 ‘맛’이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 갈수록 먹고사는 문제는 가장 원초적인 것이었고 삶의 목적이었으며, 역사 그 자체였다,

구석기인들은 맛을 위해 돌을 다듬어 도구를 만들고, 무리를 이루고 불을 사용한다. 그러면서 허기진 배를 안정되게 채워 줄 농경의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고 더 나은 농토의 확보와 삶을 위해 전쟁을 하고 국가조직을 이루어낸다.

한국인의 입맛을 대표하는 매운 맛. 그 맛은 우리의 밥상에 언제부터 등장하게 된 것일까? 그리고 사람들은 그 맛에 왜 그리도 열광하게 된 것일까? 단순한 양념이 아니라 세계사의 중심이 된 후추전쟁은 비록 작은 알갱이지만 후추를 얻는 자가, 후추를 얻는 나라가, 세상을 지배할 수 있을 정도의 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로마시대만 하더라도 후추는 향신료이자 부의 척도였다. 후추가 전쟁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강렬한 맛에 있다. 식욕은 인간의 욕구 중에 가장 강렬한 것으로 새로운 맛과 그에 대한 호기심은 새로운 역사와 문화를 만들어내었고 지금도 그 욕구에 부응하며 빠르게 변하고 발전해 가고 있다.

이원기로회도(梨園耆老會圖). 국립청주박물관 소장. 1730년, 종이에 채색. 34.0×48.5cm

2016년 6월, 청주 망선루에서 영조 6년(1730년)에 행했던 ‘이원기로회(梨園耆老會)’를 재현하는 행사가 있었다. 조선시대 궁중음악과 무용에 관한 일을 담당하는 장악원(掌樂院)에서 열린 관리들의 연회장면을 그린 기념도를 주제로 한 것이다.

그 기록화에는 스물한 명의 관리들이 함께한 당시의 연회문화가 생생하게 담겨져 있다. 각 각의 상에 차려진 연회상은 다리가 하나의 기둥으로 되어 있는 일주반(一株반)이며, 상의 가운데에는 고임음식이 놓여있다. 고임음식에는 상화(床花)를 꽂고 있다. 고임음식 주변에는 작은 그릇이 원을 그리며 놓여 있다.

여기에 어떤 음식을 담았을까? 그리고 그 음식들은 어떠한 조리방법으로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고 어떤 그릇에, 어떤 의미를 담아 놓였을까? 연회에 함께한 사람들은 그 음식상을 앞에 두고 어떤 이야기들을 주고받고, 어떤 역사적 일들을 만들어 내었을까?

너무나 일상적인 것이면서, 바로 그 자리에서 먹어 사라지는, 가장 1차원적인 무형의 것이기에 음식이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다는 것을, 혹은 역사문화 속에서 음식을 설명해 내어야 한다는 것에 무심했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식품과 음식에 관한 전문적인 문헌은 고려시대까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최근 고고학 발굴을 통해 얻어진 방대한 자료들은 당시의 생활과 문화상를 상세하게 설명 해 주고 있다. 또한 토기를 비롯한 다양한 유물을 통해서 당시의 조리법과 음식문화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고(古)조리서는, ▲1400년대 <산가요록> <식료찬요> ▲1500년대 <수운잡방> <계미서> ▲1600년대 <거가필용> <도문대작> <지봉유설> <음식디미방> <최씨음식법> <구황촬요> <요록> <주방문> <침주법> ▲1700년대 <음식보> <역주방문> <소문사설> <산림경제> <수문사설> ▲1800년대 <규합총서> <임원십육지> <규곤곤람> <시의전서> ▲1900년대 <요리제법> <반찬등속> <부인필지> <조선무쌍신식요리> <조선식물개론> <이조궁정요리통고> 등이 있다.

시대를 거치면서 사라지고 새롭게 등장하는 식자재와 조리법에는 단순한 변화가 아닌 역사적 사건과 환경을 담고 있다. 시대를 달리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화법이 달라지고, 복식과 주거의 형태가 바뀐다. 그러면서 각 분야의 시대적 양식이 설명되어 지는 것처럼 맛 또한 그러하다.

이제 당시의 복합적인 문화양상 속에서 맛을 그려내고, 그 맛의 역사적 위치를 자리매김 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면서 그 첫 이야기를 풀어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