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볶는 아나운서…이영락
커피 볶는 아나운서…이영락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7.08.11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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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망에서 통돌이, 제네카페까지…로스팅 경력 10년
밸런싱사이폰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영락 아나운서.

남자 아나운서는 목소리만 말끔한 게 아니었다. 8대2 가르마에 감색 정장, 하얀 와이셔츠, 단정한 넥타이가 상징이었다. 언제부턴가 머리에 무스를 바르고 셔츠 색깔이 알록달록해지더니 최근에는 예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아나운서들도 있다. 그래도 뉴스를 읽는 아나운서는 여전히 근엄하다. 보도와 교양, 예능 등 자기 색에 맞게 마이크를 잡는 서울 얘기다.

처음엔 수망으로 볶다가...

지역방송 아나운서는 1인 다역을 해야 한다. MBC충북의 이영락 아나운서도 뉴스나 시사프로를 진행할 때는 슈트가 잘 어울리며 신뢰감을 준다. 청주권 시민들은 그를 17년 동안 TV를 통해 보며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 왔다.

그런데 TV 밖에서 만나는 이영락 아나운서는 다르다. 출근 복장은 청바지에 티셔츠, 운동화 차림이다. 헤드셋으로 음악을 듣는 ‘뒷모습’은 30대 초반이다. 7년 전부터 청주시 오송읍 주민이 됐지만 분평동에 살 때는 7년 동안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머리에는 헬멧을 쓰고 달라붙는 타이츠를 입었다.

다음엔 自作 통돌이로 볶았고...

그는 또 10년 동안 커피에 꽂혀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생두를 볶고, 갈아서 내리는 과정 전체를 즐긴다.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수망으로 볶다가 개인이 만들어 파는 자작(自作) 통돌이를 사용하기도 했다. 지금은 제네카페라는 브랜드의 미니로스터로 커피를 볶는다.

“한 번에 130g을 볶아서 1주일 정도 마십니다. 생두는 500g에 1만5000원에서 3만원 정도니까 원두의 3분의 1 가격으로 좋은 커피를 즐길 수 있죠. 안 마셔본 새로운 커피에 계속 도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미니로스터를 쓰고 있다.

볶는 것만큼 내리는 것에도 마음을 쏟는다. 여과지에 주전자로 물을 내리는 핸드드립은 기본이고 가정용 커피머신도 구입했다. 프렌치프레스, 커피클레버 등의 기구를 사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각색의 커피 맛을 즐긴다.

그는 최근 ‘밸런싱사이폰’에 재미 들렸다. 이 기구는 주전자와 유리잔이 천칭저울 같은 구조를 이루고 있다.

“밀폐된 주전자에 알코올램프로 물을 끓이면 물이 커피가루가 담긴 유리잔 쪽으로 넘어가요. 그러면 주전자가 가벼워져 올라가고 램프불이 자동으로 꺼지죠. 주전자가 진공상태가 되기 때문에 건너갔던 물이 우러난 커피를 머금고 되돌아옵니다. 맛은 드립이랑 비슷한데 더 순수하죠. 맑은 커피라고 할까요.”

이게 바로 밸런싱사이폰.

김대웅 기자와는 커피로 통하는 소울메이트다. 이론은 김 기자가, 경험은 이 아나운서가 한 수 위란다.

커피에 관한 소울메이트 김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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