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천 9400원인데, 인천공항 1만9600원
[이슈] 인천 9400원인데, 인천공항 1만9600원
  • 박상철, 이재표 기자
  • 승인 2017.09.05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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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행 특가항공권보다도 비싼데, 15년째 폭리 ‘쉬쉬’
저(低)수익 배려한 할증 50% 반영…지금은 황금노선
청주터미널의 인천공항 행 버스 탑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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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가는 리무진버스는 왜 비쌀까? 이름이 ‘리무진’이라고 해서 버스가 유별난 것도 아니다. 공항 가는 기분에 들떠 선뜻 표를 사지만 생각할수록 께름칙하다. 청주-인천은 9400원인데, 청주-인천공항은 왜 1만9600원일까? 인천터미널보다 영종도에 있는 인천국제공항이 멀기는 더 멀지만 그래도 이해할 수 없는 운임이다. 결론부터 내리자면 ‘폭리’다.

‘비행기를 타러가는 마당에 한두 푼이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1만9600원은 청주-제주 간 특가항공요금 수준이다. 실제로 E항공사의 청주-제주 항공요금을 검색해 보니 특가요금으로 1만5900원~2만2900원 선이었다.

E항공의 특가항공 요금. 인천공항 가는 버스비보다 싸다.

청주-인천공항 만 요금이 비싼 것이 아니다. 서울-인천공항을 운행하는 리무진의 운임도 1만5000원~1만6000원을 받아오다가 2017년 1월부터 1000원을 인하했다. 서울시는 “인천공항의 이용객 증가와 지속적인 유가 하락 등으로 2014년부터 운송 수익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점을 반영해 요금을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래도 비싸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인천공항까지의 거리는 63km에 불과하다. 강남 신사역에서 전철을 타고 인천공항까지 가는 요금 4250원에 비하면 4배에 가깝다. 서울의 공항버스 요금이 턱없이 비싼 것은 정부나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 ‘한정면허’이기 때문이다. 한정면허는 교통수요가 불규칙한 노선에만 허용한다.

청주에서 인천공항까지는 거리 190.2km에 요금은 1만9600원이다. 밤 10시 이후나 새벽 4시 이전에 운행하는 심야버스는 할증이 적용돼 2만1600원이다. ‘한정면허’가 아닌 ‘일반면허’라 서울에 비해 덜하지만 아무래도 정상적인 요금은 아닌 게 분명하다.
 

■국토부, 승객서비스 고려 50% 할증 인정

그래픽=김수영 기자

그렇다면 이 어마어마한(?) 운임은 어떻게 나온 것일까.

현행 시외버스 운임체계는 ‘고속도 이외 구간을 운행’하는 경우에 ‘거리비례’(단일운임요율체계)를 적용하고, ‘고속도로 구간을 운행’하는 경우는 ‘거리체감’(구간운임요율체계)을 적용한다. 쉽게 설명해 고속도로가 아닌 구간은 무조건 km당 116.14원을 곱하고, 고속도로는 200km 단위로 요율을 낮춘다. 이 공식에 따라 요금을 산출하면 1만3100원이 나온다. 현행 운임 19600원은 산출된 요금과 약 50%, 6500원이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표 참조>

50%를 더 받도록 허용해준 것은 국토교통부다. 시외버스 운임 할증 제9조 4항은 “인천국제공항을 기점 또는 종점으로 하여 운행하는 경우로서 승객서비스 제공 등을 위하여 시행규칙 제7조 별표 1에 따라 시외우등고속버스로 운행할 때에는 산출된 운임의 50퍼센트 범위 내 할증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승객서비스 제공 등을 위하여’라고 돼있지만 사실은 노선 개설 당시 업체의 저(低)수익을 고려해 최대 50%까지 할증을 허용했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의 귀띔이다. 그러나 청주-인천공항 운행 노선은 현재 타 노선에 비해 평균 탑승률이 훨씬 높은 알짜노선으로 확인됐다.

운수업계 관계자 Q씨는 “2003년 공항버스가 시작될 당시, 수익의 불확실성을 보전해주기 위해 50%의 할증을 인정해주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할증 도입 당시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면 규정도 바뀌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Q씨는 “인천공항 행 버스의 경우 대당 월 매출이 3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안다. 이는 다른 노선의 2배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청주시외버스터미널에 따르면 2017년 1~6월까지 C교통과 D교통 등을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간 승객은 9만8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휴가철인 7,8월에는 매달 1만9000명이 인천공항 행 버스를 탔다. 연간 20~25만 정도가 청주에서 인천공항 행 버스를 타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을 운행하는 업체 관계자들은 “국토부가 명시해 놓은 요율 범위 안에서 요금을 책정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받을 수 있을 만큼 받는데 뭐가 문제냐는 얘기다.
 

■저수익 노선 보조? 이제는 고수익 노선!

국토부와 충북도는 업체를 두둔하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대중교통이라는 것이 한 노선에서 많은 수익이 발생한다고 해서 그 노선에 대한 요금을 인하 할 수는 없다. 수익 나는 노선이 있는 반면 적자 노선도 존재하기 때문에 그 적자를 수익 노선이 보전을 해주어야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요금 결정권을 쥐고 있는 국토부 관계자도 “50% 할증의 근거가 되는 ‘승객서비스 제공’은 우등버스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공항노선이라고 해서 우등버스를 운행하라는 규정은 없다. 회사들이 우등버스를 운행하는 것만으로도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토부 관계자의 설명에는 함정이 있다. 청주-서울노선의 경우 우등고속과 일반고속의 요금 차가 18~2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고속(시외)은 우등 9100원, 일반 7700원이고, 속리산고속은 우등 9800원, 일반 7700원이다.

크게 양보해 우등고속에 대한 할증을 30%까지 인정해 주더라도 청주-인천공항 요금은 1만7000원이면 족하다.

사업차 인천공항 버스를 자주 이용한다는 윤 모 씨는 “단체로 인천공항 가는 버스를 탈 때가 많다. ‘승객서비스 때문에 요금이 비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어떤 서비스가 다르다는 건지 모르겠다. 10명 이상이 단체로 탈 때는 본전생각에 부아가 치민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이 개항 초기에는 수요가 불투명한 노선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손님이 급증하는 ‘황금노선’이다. 저비용항공사 등의 영향으로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인천공항 이용객은 해마다 15~20%씩 늘어 2017년에는 60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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