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만능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법=‘농사+?’
경쟁만능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법=‘농사+?’
  • 정도선
  • 승인 2017.09.08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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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농반X의 삶』 _시오미 나오키 지음, 더숲

CEO의 서재

무언가가 정말 잘못되었다. 물질적인 풍요, 이윤 추구만이 삶의 기준이 되어 저마다 힘겹고 긴 레이스를 한시도 쉴 틈 없이,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 채 달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방해되는 것들은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부수고, 짓밟고, 태우며, 밀쳐내 버린다. 목적지에 좀 더 일찍 도착하기 위해 산을 구멍 내기도 하고 국방과 경제적 가치라는 명분 아래 생태학적 보존 가치가 높은 제주도 강정의 어느 바위를 폭파하기도 한다.

4대강 사업은 또 어떤가. 수질 개선 및 생태계 복원이라는 명분 아래 전국의 강과 하천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는 바탕이자 뿌리인 자연이 인간의 욕심으로 훼손당하고, 남용당하고 있다. 외진 시골구석까지 고개만 돌리면 굴착기와 레미콘 따위들이 쿵쾅대는 난개발 공사들이 난무한다. 집 안에 못질 자리 하나 마련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자본주의는 이익 추구라는 가치 안에서 자연을 끔찍하게 개발하고야 만다.

그렇다면 이런 개발 아래 대부분 사람들이 부를 얻고 행복하기만 한가? 전혀 그렇지 않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 벌어지는 무한 경쟁에서 잠시의 여유도, 자기 삶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그저 남들을 제치고 승리하기 위해 밤낮없이 책상과 일터에 매여 있다. 이렇게 해서라도 잘 살 수만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시도 때도 없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회사원들의 지위는 파리 목숨보다 못하며, 꿈을 안고 창업을 하지만 과도한 경쟁과 골목 상권을 장악한 대기업 때문에 금세 주저앉아버려 부의 독점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진다. 인간이 황폐해지는 것은 물론 사회 전체가 병에 걸린 듯 콜록거린다.

하지만 거대한 기계처럼 돌아가고 있는 이 체제 안에서 대다수 사람의 삶의 방식이나 욕망, 사고의 방식은 어쩔 수 없이 일정한 경로를 따라 흘러가며 체제가 요구하는 역할과 기능에 순순히 따르면서 협력할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으면 낙오자로 낙인 찍혀 버릴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들을 거부할 수 없는 당연한 삶의 원칙이라 받아들여야만 하는가?” 이제 우리는 행복한 삶과 인간답게 사는 법을 재고하기 위해 이러한 질문에 스스로 답해 보아야 한다. 나는 그것을 ‘반농반X의 삶’에서 보았다. 일본의 생태운동가인 시오미 나오키는 이 책을 통해 농사를 기반으로 자신의 특별한 재능을 세상과 나눔으로써 자급자족, 경제 행위, 인간다운 삶이라는 세 가지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예컨대 자급자족할 수 있는 농사를 지으면서 나머지 시간에 번역을 한다면 ‘반농반번역’, 민박을 한다면 ‘반농반민박’, 아이들을 가르친다면 ‘반농반교육’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반은 농사를 짓는 농부로 나머지 반은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어째서 이 시대의 어두운 면을 보완하는 삶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은 ‘반농반X’의 삶이 자신을 가장 먼저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와 경쟁 구도 속에서는 ‘나’라는 자아를 잃기 쉽다. 가장 행복하고 건강해야 할 자기 자신은 하늘이 가로막힌 공간에서 농약에 찌든 식품을 먹고 있다. 그런 삶을 벗어나 밝은 하늘을 보며 스스로 가꾼 건강한 식품을 먹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야 말로 자기 자신을 회복하는 첫 걸음이 아닐까.

잘 살기 위해서 먹고 마시고 공부하고 일한다고 하지만 과연 우리가 진짜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져 보아야 한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사회에 좀 더 가치 있는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아야 한다. 혼자하면 막연한 고민이지만 함께하면 답이 보이는 고민이다. ‘반농반X’의 삶과 함께 답을 얻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서점노동자다. 8년 간 전국곳곳 많은 서점들을 돌아다니며 일했다. 현재는 청주 꿈꾸는책방 점장을 맡고 있다. 팔기 아까운 책은 진열하지 않고 숨겨버리는 악덕(?)서점인이기도 하다. 아내 박진희와 함께 7개월간의 세계여행 기록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거야>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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