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타에서 모차르트의 슬픔이 들리나요?
소나타에서 모차르트의 슬픔이 들리나요?
  • 박진희
  • 승인 2017.11.25 0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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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지오 소스테누토』, 문학수, 돌베개

<CEO의 서재>

현대의 삶에서 음악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이다. TV 프로그램이나 영화에서도 중요한 장면을 완벽하게 완성하기 위해 배경음악을 사용한다. 영상 매체뿐 만아니라 생활에 있어서도 음악이 없는 순간은 거의 없다고 볼 정도로 우리는 많은 음악에 노출되어 있다. 새로 문을 연 상점이 홍보를 할 때, 운전을 할 때, 운동을 할 때, 심지어 깊은 산속에서 야영을 할 때도 음악은 쉽게 들을 수 있다.

다양한 음악을 일상에서 내내 들을 수 있는 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우리는 과연 음악을 진정으로 듣는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렇게 많이 쏟아지는 음악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의 답을 구하기 위하여 지난주 서점에 귀한 손님을 모셨다. 바로 『아다지오 소스테누토』와 『더 클래식』시리즈를 쓴 문학수 경향신문 기자이다. 클래식과 벗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강연이라고 해서 음악사에 대한 간략한 정리를 해주실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날 강연의 핵심은 음악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음악가의 삶이나 시대상황 등 다양한 의미적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작품은 작가와 떼어낼 수 없는 존재이다. 작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작품 역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작품을 이해하려면 작가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작가를 들여다보는 방법은 바로 그의 삶을 알아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모차르트에 대해 알아보지 않고 <피아노 소나타 8번>을 들으면 단순히 흘러나오는 음악을 귀로 듣는 행위에 그칠 것이다. 그러나 모차르트의 생애와 작곡할 무렵의 상황을 이해하고 듣는다면 음악이 다르게 들릴 것이다.

모차르트는 어린 시절 연주여행을 다니는 곳마다 천재성을 인정받으며 커다란 화제를 몰고 다녔다. 천재라 칭찬해주던 귀족들과 어울리며 자신을 유사귀족으로 착각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귀족처럼 칭송받으며 지낼 줄 알았던 이 음악 신동은 청년이 되어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기 위해 파리로 넘어간다. 그러나 그곳에서의 삶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파리에서 모차르트는 외면 받았고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생활고에 허덕였다. 쌀이 떨어지고 돈이 없어 친구들에게 돈을 꾸어 달라는 편지를 자주 쓰곤 했다. 이런 좌절감에 휩싸여 있던 시기에 함께 파리에서 생활을 하던 어머니마저 병으로 돌아가시고 만다.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형편이여서 혼자 어머니 장례를 치른 그 무렵, 그를 둘러싸고 있는 감정은 절망과 슬픔이었을 것이다. 그는 이시기에 <피아노 소나타 8번>을 작곡했다. 이러한 모차르트의 생애와 마음을 이해하고 이 곡을 들으면 그전의 음악과는 다른 비장함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고 그 속에 스며들어있는 슬픔이 들릴 것이다.

작품을 듣고 보며 감상한다는 것은 결국 예술의 형태를 빌어 표현된 작가의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사람에 대해 알아갈수록 그의 삶이 보인다. 다른 사람의 삶이 보일수록 우리는 더 나아갈 수 있다.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의 생각에 공감하며 그 작품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행동은 단순히 작품을 공부하는 과정이 아니다. 타인의 삶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도 들여다보고 배우려는 자세이다.

다른 사람을 알기 위해 귀 기울일수록 삶에 대한 다양한 태도를 배우게 될 것이고 나의 삶도 들여다보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음이 열릴 것이다. 결국 예술작품을 보고 듣는 것은 작가의 삶이란 창을 통해 보이는 나와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될 수 있겠다.

지금 흘러나오는 음악의 작곡가를 찾고 그의 삶을 보며 그때의 즐거움과 고통을 나눈다. 그리고 나의 즐거움과 고통이 그 안에서 춤출 수 있게 만든다. 책을 읽고 귀와 마음이 더 많이 열리게 된 것 같다.

청주 꿈꾸는책방에서 디자인 팀장으로 근무한다. 남편인 정도선 점장과 매번 “이 책을 진열해야 해!” “아니야 이 책을 진열해야 해!”라고 티격태격하면서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남편과 함께 세계여행의 기록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거야>를 썼고 아름다운 청주에 녹아들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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