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를 통해 시진핑에게 가라
일대일로를 통해 시진핑에게 가라
  • 조창완
  • 승인 2017.11.25 04: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도체 의존 높은 대중국 수출 함정 피해 자유무역항 대비해야

-1회: 일대일로를 봐야 중국이 보인다

-2회: 일대일로의 핵심라인 TCR을 가다

-3회: 전문가들에게 듣는 일대일로

-4회: 대중국 해결 키워드가 된 일대일로

차이나포럼에서 축사하는 추궈홍 대사. 사진=조창완

11월15일 서울 신라호텔에는 한중 전문가 80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일보가 주최하는 ‘차이나포럼’의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이다. 직전에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 및 리커창 총리의 정상회담이 무사히 끝난 상태여서 분위기는 한층 밝았다. 사드 문제가 불거진 2016년 이 회의에는 대사는 물론이고 경제공사조차 오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추궈홍 대사가 참석해서 축사했다.

‘한중수교 25주년 새 패러다임을 찾아서’란 주제로 열린 이 회의에서 필자에게 가장 인상적인 단어는 ‘일대일로’였다. 지난 25년을 회고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이 회의에서 얼핏 주제랑 멀어 보이는 ‘일대일로’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중국 정부는 물론이고 민간에서도 ‘일대일로’가 그만큼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는 것을 방증한다. 중국 전문가의 한사람으로 이날 회의를 지켜보는 마음은 내내 불안했다. 중국 측 인사들은 사드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 이 상태에서 봉인된 상태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여전히 문제의 핵심이라는 입장이 많았다.

반면에 한국 측 인사들은 중국이 사드 문제 합의문이 나오는 과정이나 내용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가령 협상의 주체인 남관표 국가안보실 제2차장과 콩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의 직급이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한국 측이 차관급 정무직인데, 중국측은 차관보급이라는 의견이다.

중국이 앞으로 5년을 이끌어갈 19차 상무위원단이 나오는 과정에서 우리 언론은 시진핑의 독주와 ‘중국 특색 사회주의’ 등 다양한 단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지난 1년간 수많은 사람들을 휘청하게 했던 사드에 관한 문제에서 보여준 양국 간 이해의 차이는 그만큼 크다. 그런데도 이 논란의 중앙에서 나온 ‘일대일로’라는 단어를 주목해야 하는 것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앞으로 5년을 이끌어갈 19차 상무위원단이 나오는 과정에서 우리 언론은 시진핑의 독주와 ‘중국 특색 사회주의’ 등 다양한 단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중 관계의 미래에서 나올 실질적인 내용이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한중은 공생할 수 있는 토대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도드라진 단어가 ‘반도체’였다. 실제로 최근 수년 동안 한중 교역에서 반도체라는 단어를 넘어설 이슈는 없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은 지난 5년간 진행되던 대중국 수출 감소세라는 흐름과 사드 갈등을 넘어서는 핵심 요소다.

올 10월까지 대중국 수출증가율은 13.4%로 -9.3%를 기록했던 2016년까지의 흐름을 완전히 역전시켰다. 그 핵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우리 수출액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늘었다. 9월만 보면 대(對) 중국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수출 실적은 감소했지만, 반도체는 64억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79.2%가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내년을 기점으로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중국은 정부로부터 30조원을 투자받아 낸드플래시 공장을 짓고 있는 칭화유니그룹을 비롯해 거점별로 반도체 기업을 양성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에서 먼저 낮은 기술 수요처부터 자국산으로 대체될 예정이고, 낸드플래시까지 차례로 추격을 해올 것이다. 대중국 수출에서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추락한다면 미래는 뻔하다.

중국은 정부로부터 30조원을 투자받아 낸드플래시 공장을 짓고 있는 칭화유니그룹을 비롯해 거점별로 반도체 기업을 양성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나오는 ‘일대일로’라는 단어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차이나포럼에서 중국 정부를 대표하는 인물인 쉬홍차이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부총경제사는 ‘두개의 100년’이 완성되는 2049년이면 6억명의 중산층이 생기는 중국시장에 접근할 때 ‘일대일로’를 연계하라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 정부의 모든 전략과 정책이 일대일로에 연결되는 만큼 이것을 대중국 진출의 플랫폼으로 삼으라고 제안했다.

결과적으로 사드 봉합 과정을 통해 보는 불안정한 한중 정치구도, 중국의 반도체 굴기로 인한 대중국 수출 경쟁력 문제 등은 한국을 언제라도 풍전등화의 상태로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전략가들이 한국에게 일대일로를 활용하라는 이유를 잘 살펴야 한다. 그들은 대중국 미래 먹거리로 문화, 관광, 뷰티, 식품 등을 꼽는다. 이 분야의 총량은 기존 전자나 조선, 석유화학, 철강이 차지하는 양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지만 중국의 소비능력이 올라가면서 이런 분야도 이제 간과할 수 없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앞으로 자신들과 같이하려는 이들이 있다면 ‘일대일로’라는 정책과 코드를 맞추어주길 원한다. 그럼 우리나라가 일대일로를 정책적으로 같이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쉬홍차이 부총경제사는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가를 진출할 때, 한국이 담당할 수 있는 영역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과거 한국은 중동이나 아프리카 진출에서 적지 않은 실적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는 미국이나 일본계 국제펀드와 협업했다. 하지만 이제 중국이 주도하는 사업에서 같이 할 수 있는 부분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연재의 시작에서 필자는 한국이 ‘일대일로’를 활용할 수 있다면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이 사업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썼다. 반면에 이 정책을 무시한다면 한국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을 잃을 수 있는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고 봤다. 문제는 1997년에 맞은 외환위기가 다시 찾아왔을 때다. 당시는 중국의 안정적인 금융 정책과 한국기업이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이런 위기가 찾아온다면 중국은 한국을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수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쐉스이(雙十一 광군절) 행사나 알리페이, 위챗페이의 확산에서 보듯 이제 열린 세계 경제를 주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꼭 잊지 않아야 할 키워드가 ‘일대일로’다. 일대일로는 단순히 육로와 바다로 중국과 서양을 연결하는 단순한 사업이 아니다.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확장적 FTA는 물론이고, 자유무역항처럼 보다 더 자유로운 정책을 포함한 것이 ‘일대일로’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부분의 국가에 무료로 물건을 배송했던 쐉스이(雙十一 광군절) 행사나 알리페이, 위챗페이의 확산에서 보듯 이제 열린 세계 경제를 주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세계 경제는 개방을 통해 외연을 확대하는 중국과, 자국 중심의 경제권역 강화를 외치는 미국이 주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한국이 중국과 협업을 원한다면 ‘일대일로’라는 키워드를 잡으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연재를 마칩니다. 글 전체는 세종경제뉴스 홈페이지에서 ‘조창완’으로 검색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중국전문가다. 미디어오늘 기자 출신으로 중국에서 여행사를 운영했으며 현재는 유니월드 한국지사장, 차이나리뷰 편집장을 맡고 있다. <달콤한 중국>, <노마드 라이프> 등 중국관련 10여권의 책을 썼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