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교육청 제주수련원 논란, 예산으로 불똥
道교육청 제주수련원 논란, 예산으로 불똥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7.12.04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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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우 교육감 “사과 않겠다” 對 이종욱 의원 “싸우기로 결심”
4~6일 심사…올해보다 12.1% 늘어난 예산, 험난한 여정 예상
11월29일 열린 충북도의회 본회의 중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의 시정연설이 시작되자 자유한국당 이종욱의원(비례)이 현수막을 들어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충북도교육청 제주수련원에 교육감 펜트하우스가 있다. 교육청 괴산 쌍곡휴양소에는 교육감 아방궁이 있다.” 이종욱(비례, 자유한국당) 충북도의회 의원이 폭로한 김병우 충청북도교육감 관련 의혹이 사실관계를 떠나서 지역여론을 양분시키고 있다.

교육청과 한국당 도의원들의 대립을 넘어서 여야 정치적 갈등으로 비화한 것은 물론 SNS 상에서도 설전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다 12월4일~6일까지 실시되는 충북도교육청 2018년 예산안 심의에도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는 4일부터 사흘 동안 2조5332억원으로 편성한 2018년도 교육비특별회계를 심사한다. 현재 김병우 교육감과 자유한국당 의원들 간에 형성된 불편한 관계로 미뤄볼 때 격렬한 2라운드가 예상된다.

충북도의회는 전체 의원 30명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17명, 더불어민주당 9명, 국민의당 1명, 무소속 3명 등으로 자유한국당이 절대 다수다. 무소속 3명도 물난리 국외연수로 자유한국당에서 제명된 의원들인데, 복당을 바라고 있어 사실상 3분의 2 의석을 점한 셈이다.

특히 교육위원회는 6명 중 민주당은 이숙애 의원 단 1명에 불과하다. 정영수 위원장을 비롯해 이종욱 부위원장, 윤홍창 의원 등 3명이 한국당이고, 임헌경 국민의당 의원과 보수색이 강한 김학철 무소속 의원도 김 교육감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우선 학생과 직접 관련성이 없는 신규사업은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도교육청은 신규사업을 포함해 내년도 본예산을 올해보다 2732억원(12.1%) 증액했다.

이 중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제주수련원 ‘비치하우스 조성사업’은 단칼에 날아갈 가능성이 크다.

도교육청 직속기관인 제주수련원은 곽지해수욕장에 평상과 파라솔 등을 설치해 교직원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겠다며 신규 사업으로 3300여만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했다.

총 100억원 가량을 들여 진로교육원(옛 주성중)에 생태·환경교육이 가능한 지상 3층 규모의 ‘환경교육체험센터’ 신규 사업도 분위기는 좋지 않다. 도교육청은 내년에 문화재 조사와 설계를 추진하기 위해 7억8800여만원을 승인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그런데 교육위는 이미 12월1일 환경교육체험센터 공유재산 관리계획안 자체를 보류시켜버렸다. 계획안부터 승인을 얻지 못하면서 이 예산안은 아예 심사대상에서 빠질 가능성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김병우 교육행정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행복씨앗학교(혁신학교) 관련 예산이 무사할지 여부다. 교육청은 김 교육감의 1호 공약인 행복씨앗학교 몫으로 올해보다 5억3000만원 증액한 19억3000만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최근 행정사무감사에서 3년 동안 관련 예산을 물품 구매나 교사 회식비, 간식비 등으로 사용한 사례를 확인한 한국당 의원들은 행복씨앗학교 예산에 대한 대폭 삭감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우 교육감도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세다. 사진=박상철 기자

이처럼 전운이 감도는 상황에서 그동안의 폭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이종욱 의원은 11월21일, 도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서 제주수련원에 이른바 비밀객실이 있고, 이를 김 교육감과 그의 측근이 공짜로 독점 사용했다고 폭로했다. 이 의원은 ‘펜트하우스’라는 표현까지 사용해 초호화시설이라는 인상을 전파했다.

이에 대해 교육청은 해당 객실이 “전임 교육감 시절에 만들어졌고 비공개 객실을 일반객실로 전환하겠다”며 개선방향을 발표했다.

문제는 일부 언론이 2014년 개원한 이 시설을 도의원들이 사적으로 수차례 이용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폭로당사자인 이종욱 의원 등 다수의 도의원들이 17번이나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종욱 의원은 교육청이 ‘숙박부’를 언론에 몰래 제공한 것으로 간주하고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이 의원은 11월27일, ‘아방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김 교육감과 가족이 도교육청 괴산 쌍곡휴양소 일부 객실을 개인 별장처럼 이용했다”고 추가 폭로했다.

이에 대해 김병우 교육감은 11월30일 도내 중고교 교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교육감은 휴가 때도 업무 공간에 있을 수밖에 없고, 업무공간을 사용하는데 숙박료를 내야 하느냐”고 반박하면서 “사과하지 않겠다”는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이종욱 의원도 12월3일 보도자료를 내고 “김병우 충북교육감은 모두의 숙박장소인 비밀 휴양시설을 교육 가족과 도민에게 돌려주고 독점적으로 무료 사용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옳은 길이라 확신하기에 변명으로 일관하는 거대 조직과 맞서 싸우기로 결심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페이스북 등 SNS공간에서도 이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김 교육감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펜트하우스나 아방궁, 밀실 등이 표현이 ‘매우 부적절하다’는데 공감하면서도 “교육청도 개선방향을 밝힌 만큼 전임자로부터 시작된 관행에 대해 교육계 수장으로서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과 “숙박료가 책정되지 않은 공간을 한두 번 사용한 만큼 사과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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