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재산분할의 기여분
상속재산분할의 기여분
  • 세종경제뉴스
  • 승인 2017.12.2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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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경 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A씨는 재혼을 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했으나 재혼 10년 만에 남편은 폐암으로 사망했고, 15년 넘게 연락조차 하지 않고 지내던 전처의 자녀들이 나타나 그동안 A씨가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남편 명의로 꼬박꼬박 납입해 받은 보험금과 정기예금에 대해 상속재산분할 청구를 했다.

형제들과 상속재산 다툼을 벌이고 있는 B씨는 어머니와 함께살며 매주 병원 진료 때마다 모시고 다녔다. 그러나 나머지 형제들은 장남이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했을 뿐이라며 B씨 역시 나머지 형제들과 동일한 상속분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 사례에서 A씨와 B씨는 기여분을 주장하려고 한다. '기여분'이란 공동상속인 중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에게 상속재산으로부터 사후적으로 보상해주기 위해 인정되는 상속분을 말한다. 즉, 공동상속인 중에 사망한 사람의 재산을 유지하거나 증가시키는데 특별히 기여한 상속인 또는 사망한 사람을 특별히 부양한 상속인이 있을 때 상속 재산을 더 나누어주는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속재산 분쟁에서 기여분을 인정받기란 쉽지 않았다. '효자 중의 효자만 기여분을 인정받는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법원은 기여분에 관해 엄격하게 판단했다. 부모와 단순히 함께 살며 생활을 돌본 경우에도 자녀가 해야 하는 '당연한 일'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오히려 부모와 같이 살면서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도움을 받는 측면도 있다고 보아 특별한 기여라고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상속재산 분할에서 부모와 같이 산 자녀에게 기여분을 인정해주는 법원의 판결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부모와 한 집에서 같이 사는 경우는 물론 가까이 살며 자주 찾아뵙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기여'로 인정해주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아마도 부모를 부양하는 일이 이제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일'로 변해가고 있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기여분 제도는 공동상속인 사이에서 실질적으로 공평하게 상속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녀의 부양이 다른 상속인과 비교했을 때 상속분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만큼 특별하게 느껴진다면 기여분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법원이 부양의 정도와 양태에 따라 종전보다 기여분을 폭넓게 인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이제 위 사례의 A씨, B씨와 같은 경우도 상속재산 분쟁에서 기여분을 당당하게 주장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여분을 주장하는 상속인들이 적어도 소송에서 본인의 희생과 노력이 당연한 일로 평가절하 되는 억울함은 겪지 않길 바란다. 더 나아가 이러한 판결의 경향을 통해 부모를 돌보는 것이 '당연한 일'은 아니라 하더라도 '충분히 보상받아 마땅한 일'임에는 틀림없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점차 확산되기를 기대해본다.

신인경 청주 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신인경 변호사는

법무법인 주성(충북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 585 3층)의 구성원 변호사로 일반 민·형사, 가사소송, 기업법무, 지적재산권 등의 관련사건을 전문으로 처리하고 있다. 앞서 사회적경제 법센터 더함에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법률자문과 소송업무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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