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그 음식, 눈앞에 대령이오
100년 전 그 음식, 눈앞에 대령이오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8.01.26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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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아이를 낳으려면 잉어요리를 먹어라?
비단장사 왕서방은 명월이의 음식에 반했다?

<진지박물관 음식역사문화아카데미>

◇사주당 이씨의 태교음식

강의 중인 김정희 진지박물관 대표. 사진=진지박물관

“잘생긴 아이를 낳으려면 잉어를 먹어라.” 1800년에 청주 출신의 여성 ‘사주당 이선원’이 쓴 ‘태교신기(胎敎新記)’에 나오는 얘기다. 사주당은 1739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1821년 경기도 용인에 묻혔다. 태교신기는 세계 최초의 태교 관련 전문서적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그 시대 사람들은 잉어를 어떻게 조리했을까? 당대에 나온 ‘조리서’에 답이 있을 터다. 그림의 떡이 아니다. 맛이 있는 역사이야기를 전파하고 있는 진지박물관(대표 김정희)이 그 시대의 잉어요리를 재현해 맛보게 했다.

잉어요리에 쓰일 재료. 사진=진지박물관

2017년 8월부터 매달 ‘충북음식역사문화아카데미’를 열고 있는 진지박물관은 1월23일, 진지박물관 교육실에서 ‘청주의 여인, 사주당 이 씨의 태교음식’이라는 주제로 네 번째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 바로 당대의 잉어요리 재현한 것이다.

‘규합총서’나 ‘증보산림경제’ 등의 내용을 토대로 동태포를 뜨듯 잉어를 포로 떠서 전을 부치는 ‘잉어 전유화’나 잉어를 통째로 넣고 고아내는 ‘잉어탕’ 등이 이날 선보인 요리였다. 그 중에서도 ‘조(糟)잉어’라는 요리가 참석자들의 시선과 입맛을 사로잡았다.

잉어포를 떠서 만든 잉어 전유어. 사진= 진지박물관

김정희 대표는 “조(糟)는 술지게미를 말하는데, 조잉어는 잉어를 소금에 절여 꾸덕꾸덕하게 말린 뒤 술지게미에 버무려 발효시킨 음식이다. 쫄깃한 식감에 감칠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는 실제 임신부들을 비롯해, 시집 간 딸과 친정엄마 등이 다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유행가 가사로 본 기생집 음식

1998년 작고한 국민가수 김정구가 부른 ‘왕서방 연가(1938년 발매, 김진문 작사, 박시춘 작곡)’는 “비단이 장사 왕서방, 명월이한테 반해서”로 시작된다. 명월이는 기생일 텐데, 명월이라는 이름은 1909년, 궁궐에서 요리를 하던 안순환이 지은 명월관을 연상시킨다. 궁중의 숙수들과 궁중 기녀들이 대거 취업한 명월관은 고관대작들이 단골로 출입하던 고급 요정이었다.

명월관 음식이야 주지육림이었겠지만 지금까지도 그 맛이 구전돼 내려오는 것이 ‘명월관 냉면’이다. 다행히 명월관 음식들의 조리법은 ‘조선요리제법’이라는 책으로 전해져 내려온다. 2월27일, 다섯 번째 ‘충북음식역사문화아카데미’는 ‘유행가 가사로 본 음식이야기’다.

조리 후에는 맛보는 시간도 있다. 사진=진지박물관

1930~1940년대의 흘러간 유행가 중에 제목에까지 음식이 들어간 노래로는 한복남이 부른 ‘빈대떡 신사(1947년 발매, 백운악 작사, 양원배 작곡)’가 있다. “돈 없으면 대폿집에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 한 푼 없는 건달이 요릿집이 무어냐, 기생집이 무어냐”라고 나무라는 가사는 당시의 술집이 대폿집과 요릿집으로 대변됨을 알 수 있다. 대폿집 요리인 당시의 빈대떡도 맛볼 수 있다.

김정희 대표는 “명월관 냉면은 시원한 동치미국물에 유자와 돼지고기가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조선요리제법에 나오는 대로 궁중동치미를 이미 담가놓았다. 어떻게 모양을 내는지 잘 설명돼 있어 맛은 물론이고 모양까지 그대로 재현하겠다”고 밝혔다.

2월 아카데미는 궁중 숙수들이 나와서 차린 요릿집 명월관의 냉면이다. 사진은 명월관 옛 모습.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충북음식문화역사아카데미는 진지박물관에서 무료로 진행되지만 공간 등의 문제로 30명만 참여할 수 있다. 진지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선착순 접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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