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자살 모녀, 사망 두 달 뒤 발견
생활고 자살 모녀, 사망 두 달 뒤 발견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8.04.09 0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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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증평서 40대 여성, 세 살배기 딸과 함께 목숨 끊어
사진은 이미지用으로 실제 사건과 관련이 없습니다.

4년 전 발생했던 서울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또 발생했다.

지난 6일 충북 증평군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엄마와 세 살배기 딸이 숨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난 채로 발견됐다. 모녀는 사망한지 두 달 이상이 경과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발견될 때까지 가족도, 이웃도 그들의 근황을 몰랐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이는 두 모녀는 세상과 두 달 이상 연락을 끊고 있었다. 세 살배기 딸은 이불을 어깨까지 뒤집어 쓴 채 침대 위에 가지런히 누워 있었고, 아이의 엄마 A(41)씨는 침대 아래쪽 바닥에 누워 숨진 채 발견됐다.

딸과 함께 세상을 등진 A씨는 지난해 9월 남편과 사별했다. 심마니였던 남편은 실종신고 나흘 째 인근 야산에서 “미안하다. 생활이 어렵다”는 내용의 글을 남긴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A씨는 이때부터 심적으로, 경제적으로 고통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딸이 숨진 채 발견되기 전에는 네 달 째 관리비가 밀려 있었다. 우편함엔 신용카드, 수도·전기요금 등의 고지서가 수북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관리사무소에서 지난 6일에서야 119에 신고했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모녀의 시신과 함께 “남편이 숨진 뒤 정신적으로 힘들다. 딸을 먼저 데려간다”는 내용의 메모를 발견했다.

숨진 A씨는 2015년부터 임대보증금 1억2500만원, 월 임대료 13만원의 한 아파트에 남편, 딸과 함께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이 숨진 뒤 특별한 직업 없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지만 행정당국에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신청은 하지 않았다.

증평군 관계자는 “A씨가 기초생활보장 수급 신청을 하지 않아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며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정부는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여러 법제를 정비했다. 2015년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고쳐 수급자 선정이나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했고 수급 대상자 발굴을 위한 정보공유도 확대했다.

당시 정부는 읍·면·동을 허브화해 찾아가는 복지 지원 시스템을 갖췄다. 새 정부도 부양의무제 일부 폐지 등 추가 조치를 이어갔다.

그런데도 이번 사건은 복지사각지대 해소가 더딘 현실을 보여준다. 이 모녀 세대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수도사용량이 ‘0’이었다고 한다.

경찰은 A씨 모녀의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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