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전, 北에 유기농 전한 제천 이해극씨
19년 전, 北에 유기농 전한 제천 이해극씨
  • 뉴시스
  • 승인 2018.04.28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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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부터 30차례 방북, “DMZ에 유기농 특구 만들자”
이해극 회장이 남북 농업협력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 회장은 1999년 4월부터 남한 농업인으로는 처음으로 북한 땅에 유기농을 전수했다.

19년 전인 1999년 4월24일 북한 땅을 처음으로 밟았던 한국유기농업협회 이해극(66) 회장은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실향민 못지않게 남다르다.

이날 충북 제천시 봉양읍 장평리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이 회장은 여느 농업인과 다름없이 농사일을 하고 있었다. 1만㎡ 면적의 비닐하우스 안에는 수확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브로콜리가 넓적한 녹색 잎사귀를 내밀었다.

이 회장은 “농약을 쓰지 않고 진딧물로 진딧물을 잡는다”며 “일종의 ‘이이제이(以夷制夷)’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로콜리 주변에 기르는 화본과(禾本科) 식물의 진딧물로 브로콜리 잎사귀에 기생하는 진딧물을 잡는다. 지난해 3월 한국유기농협회 12대 회장을 맡은 이 회장은 이름조차 생소했을 40여 년 전인 1975년에 유기농을 시작했다.

마을에서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하우스시설 재배환경 조절 생력화, 토양 비옥도 개량시설 등 핵심적 유기농 기술을 개발·보급했다. 세계 최초로 감전사고 없는 비닐하우스 자동개폐기를 개발해 각국에 수출도 한다. 이 회장은 이런 이력을 인정받아 19년 전 남한 농업인으로는 처음으로 북한에 유기농법을 전하고 자동개폐형 비닐하우스도 지었다.

유기농업기술 전수와 교육 등을 총괄하면서 북한 땅을 밟은 것도 30회 정도나 된다. 하지만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을 하던 남한 관광객이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관광 중단과 함께 이 회장의 방북길도 끊어졌다.

이 회장은 “먹고 사는 문제를 나누면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며 “남한의 자본과 북한의 노동력에 진정성 더해 농업 협력을 공고히 하면 신뢰와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 정상회담은 요긴한 기회”라며 “북한이 못 살면 우리에겐 위험 요소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한번 망가진 생태계는 복원하기 어렵다. 북한은 우리보다 엄격한 유기농을 하고 있다”며 “DMZ(비무장지대)에 남북이 유기농특구를 조성하면 세계의 이목이 쏠릴 것”이라고 제안했다.

통일농수산사업단 북한농업협력위원장이기도 한 이 회장은 남북농업협력발전기금 5000만원을 자비로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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