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생 작가, 묵의 장중한 맛 ‘선율-생명의 소리’ 선봬
강호생 작가, 묵의 장중한 맛 ‘선율-생명의 소리’ 선봬
  • 김수미 기자
  • 승인 2018.05.23 0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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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4~20일 충북 청주 운보미술관서 18회 개인전
“활처럼 팽팽한 줄에 먹물 입혀 백색 화면 위에 튕기면
파동의 먹물이 생명의 소리처럼 묵의 장중한 맛과 같아”
강호생 작가.

인식에 대한 깊이와 넓이, 즉 입체적 사고가 결여된 상태의 일들은 본질을 깨닫기 어렵다. 평평한 그림자로는 제대로 된 원형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의식을 갖고 붓을 드는 화가라면 이 본질에 대해 수없이 많은 질문을 던져봤을 것이다. 시작도 끝도 없이 희박한 답을 찾아내려는 자신과의 투쟁.

강호생 작가가 '선율-생명의 소리' 시리즈로 열여덟번째 개인전을 연다.

melody-the sound of life-122×122×5.5cm

충북 청주 운보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모두 44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작가는 ‘그림을 왜 그려야 하는가? 무엇을 그리느냐? 어떻게 그리느냐?’ 등 본질에 대한 질문들로 충만하다.

이번 발표작 '선율-생명의 소리' 시리즈는 그동안의 작품 제작 '방법'에 변형을 준 것이다.

하지만 강 작가가 변함없이 기저로 두고 있는 것은 ‘묵’과 ‘여백의 미’다.

그는 “고요함으로 모든 것을 중화시키며 희생물로 대체된 먹과 그리고 숨 쉬는 생명의 공간으로 설정된 여백미의 산출 값은 더하는 것이 아닌 빼내어 비워둠으로써 완성에 접근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비워둠’이란 애초부터 없던 것이 아닌, 있었던 또는 있어야 된다고 주입하는 현상들에 대한 절제다. 있음(有, 實)은 없음(無, 虛)에 이르러 비로소 완성되는 여백미의 진수를 맛보았기에 작가의 이러한 개념 태도는 자신의 굳건한 반석이 되는 셈이다.

melody-the sound of life-122×122×5.5cm

가야금 보다는 거문고 소리가 좋다고 하는 작가, 트럼펫보다는 호른 소리가, 바이올린 보다는 첼로 소리가 좋다고 하는 작가다.

그 좋아하는 소리는 마침내 '묵의 장중한 맛과도 같다'고 한다.

활처럼 팽팽해진 줄에 먹물을 바르고 백색의 화면 위에 먹줄을 튕긴다. 무거운 울림과 파동은 오묘한 현상들의 선율로 나타난다. 파동의 먹물은 금방이라도 들릴 듯한 생명의 소리처럼 묵의 장중한 맛으로 그것은 거문고와 첼로 소리의 웅장함으로 다가온다.

수직 수평의 가느다란 선들의 차가움은 프랭크스텔라의 차가운 추상을 연상시키지만 직관적 수묵화의 필법과 용묵에 착안된 이른바 뜨거운 추상의 앵포르멜 선풍을 몰아온 죠지마튜와 마크토비를 상기 시킨다.

외관의 색채는 유화 같은가하면 이면에 더 짙게 풍기는 것은 동양적 신비감이 뜨거운 마음을 갖게 한다.

melody-the sound of life-122×122×5.5cm

이 두 개를 오묘히 합친 것은 헤겔의 정반합에 대한 원리와 다르지 않다. 모래위의 집이 아닌 반석위에 집을 짓는 것은 바른 정신이 바른 결과물을 낳는 것과 같이 '마음의 전달이 소홀하면 기교는 눈에 띄게 드러나는 법'이라고 또 다시 강조한다.

그러므로 '왜 그림을 그려야 하는가'에 대한 작가의 세계관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가치사랑'이라는 것이며 작가의 함축된 이러한 언어 속에서도 본질의 여정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림은 그리지 않는 것이 그림이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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