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꽝스럽고 야릇하고 광기어린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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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미 기자
  • 승인 2018.06.23 0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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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습 작가 ‘광光’ 주제 개인전, 27일~8월18일까지 청주 우민아트센터
‘유쾌하면서도 불온한 상상력’…풍자‧해학 담은 사진작품 30점 선봬

한 나라의 수장이던 왕과 왕족들이 국가를 버리고 떠났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루밤새 왕을 잃은 나라에서 살아가야하는 서민들. 그 속에 청년실업, 노동, 각종 성범죄, 불합리한 정부 정책 등 민중들이 겪어야 할 다양한 고충과 현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풍자적으로 비판한 작품 전시회가 마련된다.

‘광光’을 주제로 한 조습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이 ‘16회 우민미술상 수상 작가전’으로 오는 27일부터 8월18일까지 우민아트센터 전시관 전관에서 열린다.

한국 현대사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들을 사진과 영상 등으로 패러디해 온 조습 작가가 ‘광光’을 주제로 다섯 번째 개인전을 연다.

조습 작가 作-'광光(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29x86cm)'.

전시는 우민아트센터가 주관하는 ‘16회 우민미술상 수상 작가전’으로 오는 27일부터 8월18일까지 우민아트센터 전시관 전관에서 열린다.

작가는 ‘광光’이라는 주제의 사진 작업을 통해 풍자와 해학을 통한 한국 사회의 모순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사회 부조리와 집단인식에 대처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에서 다시보기를 시도하는 셈이다.

배경 속에 등장시킨 인물의 배치나 의상, 역할 등 모든 미장센과 분장술, 그리고 해학적인 퍼포먼스와 미학적 사진개념은 미국 유명 사진작가 신디 셔먼(Cindy Sherman)의 작품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국내서 볼 수 없는 독보적인 작업이다.

작가는 신분사회인 조선을 시대적 배경으로, 마치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지옥에 비유한 신조어 ‘헬조선’을 연상케 하고 있다. 청년실업, 자살률, 노동 강도, 외모지상주의, 존속살인, 각종 성범죄,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등 모든 민중들의 이야기를 풍자적으로 해석해 민중이 갖는 기본적인 정서에 대해 이야기 한다.

한국 현대사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들을 사진과 영상 등으로 패러디해 온 조습 작가.

“우리나라 5‧18, 4‧19 혁명 등 저항적인 운동에 대해 ‘민중의 힘’, ‘민중의 승리’라는 표현을 내놓는데 여기서 거리를 둬 ‘민중’은 어떤 사고와 사회적 모습을 드러내는지 관심을 갖게 됐어요. ‘광光’이라는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들은 의상적으로 조선시대 왕이나 중전, 신화 등이 입던 옷들이에요. 이런 지배계급이 도망가고 버려진 옷 등을 민중들이 입고 그들의 모습을 흉내 내며 조선 반도를 돌아다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사진으로 표현했습니다.”

작품 속 배경은 주로 경기도 접경지역과 강원도 양구, 전라도와 경상도의 지리산 일대를 누비며 촬영됐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시간성을 대련으로 붙여 1년여의 작업기간이 소요됐다.

조습 작가 作-'광光(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29x86cm)'.

“진짜 풍자는 자기 자신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말하는 작가는 작품 속에 자신을 등장시켜 우리 사회 전체를 풍자하고 비웃는 동시에 실재와 허구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광光’ 연작은 모두 30여점이 전시된다. 현실의 아수라판을 재현하면서 우스꽝스럽고 야릇하며 광기어리기까지 한 인물들의 표정을 통해 웃픈 현실을 상기시킨다.

이러한 작가의 ‘유쾌하면서도 불온한 상상력’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모순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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