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톺아보기]
골재현장 사망사고, 청주시는 책임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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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재현장 사망사고, 청주시는 책임없나?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8.08.10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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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재업체 A사 현장소장,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 송치
"허가보다 더 깊이 채굴하는 업계 관행이 사건 불렀다" 지적
지난 6월 26일 흥덕구 서촌동 사고 현장. 동료 골삭기가 사고 굴삭기를 바로 세워 잡고 있다. 사진=청주서부소방서 제공.

지난 6월 26일 청주시 흥덕구 서촌동 한 골재채취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굴삭기가 물웅덩이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굴삭기 운전자 B(63)씨가 사망했다. 익숙한 일터, 반경이 10m도 되지 않고, 수심은 2m 정도인 작은 웅덩이에 빠져 사망했다는 사고 소식에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63세의 건장한 남성이 이 좁은 웅덩이를 왜 빠져나오지 못했을까.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이 사건을 톺아봤다.

사건을 맡은 흥덕경찰서 형사3팀은 오늘내일 조사를 마무리하고, 골재업체 현장소장 C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협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고용노동부도 골재업체 대표와 현장소장에 대해 같은 내용으로 검찰 고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사건 발생 당시 안전관리책임자인 현장소장은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 또한 건설기계의 경우 위험이 따르기때문에 현장 내 이동경로를 지정해줘야 하는데, 이런 기본적인 운영원칙도 없었다. 현장소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근거이다.

작업현장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은 확인됐지만 B씨 죽음에는 여전히 석연치 않은 의문이 남는다. 6월 26일 오전 11시 경 동료 기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청주서부소방서 구조팀은 물속에서 B씨를 발견하고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다.  당시 출동했던 청주서부소방서 소방관은 "동료 굴삭기 기사가 전복된 굴삭기를 일으켜세웠다(사진 참조). 운전석에 B씨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119에 신고했다. 신고 후 20여분만에 구조를 했지만 죽음을 막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운전석에 갇힌 상태로 물이 들어와 사망한 게 아니란 설명이다. 충격에 의해 창문밖으로 튕겨져 나왔던지, 스스로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의식이 있었다면 장비를 붙잡고 두걸음만 나와도 숨을 쉴 수 있는 상황이다.

북이면 추학리 육상골재 채취현장.

육안으로도 허가 범위 초과...관리감독 허술

이에 대해 골재업계 관계자는 현장의 특수성과 업계 관행을 사고의 직간접 원인으로 꼽았다.  현재 청주시의 허가를 밭아 농경지를 골재채취현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육상골재업체는 3곳이다. 육상골재업은 농경지 아래에 있는 모래를 채취해 판매하는 사업이다. 모래가 곧 돈이다. 최대한 많이 파내는 것이 돈을 버는 길이다. 그렇다보니 대부분의 골재현장이 허가 범위를 지키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불법이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연약지반이 나타나기도 하고, 경사도가 급해져 중장비 운전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는 것이다.

당시 사고현장을 방문했던 청주시 하천방재과 공무원은 "눈으로 보기에는 전체적으로 허가 범위 이내로 보였다"면서도 "사고현장 부근만 유독 깊어 의아하긴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고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연락을 받지는 않아서 별도로 심도 측정을 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A사는 청주시로부터 심도(깊이) 5.6m까지 개발할 수 있도록 허가 받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오니(모래생산과정에서 생기는 침전물)이다. 골재현장에 있는 웅덩이는 자연스럽게 생긴 물웅덩이가 아니다. 육상골재현장에는 3~4개 웅덩이가 있다. 여기서 흙을 헹궈 모래를 분리한다. 이 과정에 일부 현장은 침전이 빨리되도록 약품을 쓰기도 한다. 그 침전물이 웅덩이 바닥이 뻘과 같은 형태로 있는 것이다. 한 골재업체 대표는 "만약 빠졌다면 일반 웅덩이보다는 걸어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니는 건설폐기물로 분류해 지정된 폐기물처리업체를 통해 처리해야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게 현실이다. 결국 허가 및 관리감독기관인 청주시가 현장 점검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제2의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취재진은 A사와 함께 청주지역 대표적인 육상골재 채취현장인 청원구 북이면 추악리 D사를 찾아갔다. 눈앞에 펼쳐진 공사현장은 A사보다 상황이 더 심각했다. 담당 공무원의 휴가로 정확한 허가범위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허가범위를 넘어섰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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