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솟대도, 안테나도 사라졌다
마침내 솟대도, 안테나도 사라졌다
  • 글 이재표, 사진 송봉화
  • 승인 2018.10.19 17: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늘과 교신하려던 마음의 발로…전남 화순‧충남 공주 솟대
충남 공주시 탄천면 송학리 솟대. 사진=송봉화
충남 공주시 탄천면 송학리 솟대. 사진=송봉화

옥상이나 지붕 위에 TV안테나를 달고 살던 시절이 있었다. ‘공시청이라고 부르던 유선망이 대중화되기 이전, 텔레비전의 수신 상태를 좌우한 것은 오직 안테나였다. 아버지가 옥상에 올라가 안테나를 만지작거리면 방안에서는 손나팔을 만들어 조금 나아졌어요, 보여요를 외쳤다.

하늘의 뜻을 유난히 궁금해 하던 시절이 있었다. 인간의 간절한 바람도 하늘로 올려 보내고 싶었다. 하늘이 쩡쩡 울리도록 풍물을 치고, 소원을 적은 종이를 태워 연기를 허공에 날렸다. 이벤트가 아니라, 언제라도 하늘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싶었다.

솟대는 하늘과 교신하려는 안테나였다. 긴 장대를 세우고 그 끝에 새를 앉혔다. 장대를 타고 올라간 인간의 소망을 물고 하늘을 향해 깃을 치는 충실한 나무새. 그 새는 또 하늘의 뜻을 물어 인간에게 알려주며, 하늘 무서운 줄을 알게 했다.

전남 화순군 동북면 가수리 솟대. 사진=송봉화
전남 화순군 동북면 가수리 솟대. 사진=송봉화

솟대가 사라졌다. 장대가 쓰러지고 나무새는 날아갔다. 우주선을 띄워보니 하늘나라가 보이지 않더라고, 이제는 새보다 더 멀리 높은 곳까지 날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 인간의 과학이 발달하면서 과학이 입증하지 못하는 것은 허구가 되었다.

하늘의 뜻이 더 이상 궁금하지 않고, 노력으로 연결되는 소망에만 의미를 부여하는 세상이 됐다. TV안테나도, 솟대도 무용지물이 됐다. 우리는 문화상품이 된 솟대만을 알고 있다.

2007, 전남 화순군 동북면 가수리와, 충남 공주시 탄천면 송학리에서 솟대를 찍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두 마을에서는 고사를 올리며 하늘을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 조무래가들의 목발놀이 역시 한 뼘이라도 더 하늘과 가까워지고픈 소박한 마음의 발로(發露)였다.

▷사진을 찍은 송봉화는사진가이자 한국우리문화연구원장이다. 그는 우리들의 삶결을 순간으로 정지시켜 숨결을 불어넣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언제든지 그의 작품을통해 흘러갔지만 정지된 시간을 호명할 수 있게 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